융합미디어 시대와 더블 컨버전스
현대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입력
2006.01.11 10:16:34
|
 |
|
|
|
▲ 현대원 교수 |
|
|
미디어 역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21세기의 미디어 산업을 논함에 있어 항상 화두로 등장하는 컨버전스(Convergence)는 놀랍게도 그렇게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기원전 8세기에 그리스에서 시작된 문자 혁명은 알파벳과 파피루스의 컨버전스를 통해 지식 저장을 가능하게 했고, 뒤이은 인쇄혁명은 중국에서 발명된 종이와 구텐베르그의 금속활자의 컨버전스를 통해 15세기 중반부터 정보의 대중적 확산의 기초를 마련한다. 그로부터 400년이 지난 19세기 중반, 보다 발달된 종이와 증기기관을 이용한 대량 인쇄기술, 그리고 최초의 유선통신 수단인 전신전보라는 세 축의 컨버전스는 매스미디어 혁명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폭풍처럼 몰아친 정보고속도로 혁명은 컴퓨터와 통신, 그리고 방송의 컨버전스를 통해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정보의 확산과 공유, 그리고 다수에 의한 권력의 분산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2006년에도 컨버전스는 역시 아주 매력적인 키워드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네트워크, 콘텐츠와 서비스, 그리고 단말기라는 각기 다른 세 차원에서 융합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산업적 측면에서 이 세 영역이 하나의 산업으로 융합되는 더블 컨버전스(Double Convergence) 현상이 우리 경제의 핵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더블 컨버전스는 이동성, 상호작용성, 그리고 광대역이라는 세 가지 네트워크 특징들에 기반하여 개인맞춤형, 지역기반형, 등록형, 대화형, 주문형 서비스와 유기적으로 연동되는 새로운 디지털 융합미디어(Convergence Media) 시대의 든든한 반석이 될 것이다.
좀 딱딱할 수는 있겠지만 이제 본격화되는 융합미디어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고 이를 명확하게 정의내릴 필요가 있다. 새로운 현상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통해 산업의 특성을 명확하게 하고 이를 토대로 각종 정부 정책과 더 나아가 법제도 정비의 기본틀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스미디어와 퍼스널미디어에 이어서 올해를 화려하게 장식할 ‘디지털 융합미디어’는 지금까지 분리되어 작동돼 온 방송과 통신 그리고 네트워크들의 네트워크로 불리는 인터넷과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데이터, 음향 또는 영상 등의 콘텐츠와 통신, 금융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양방향으로 제공하는 미디어로 정의내릴 수 있다. 이에 따라 본격적으로 선보이게 되는 ‘디지털 융합미디어 서비스’라 함은 방송용 유·무선 주파수와 전기통신설비를 이용, 이용자에 의해 직접 이용되는 것을 목적으로 양방향으로 송·수신되는 데이터, 음향 또는 영상 등의 서비스를 말하며 크게는 데이터 서비스, 통신서비스, 그리고 방송서비스로 구성되어진다.
그렇다면 이런 테두리 내에서 2006년에 선보일 디지털 융합미디어는 과연 무엇일까? 이동성과 상호작용성을 두 축으로 볼 때 DMB와 WiBro의 융합형 단말기와 서비스가 시장의 핵이 될 것이며, 동시에 광대역과 상호작용을 두 축으로 볼 때 트리플 플레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IP-TV와 디지털케이블이 가장 대표적인 융합미디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앞서 살펴본 데이터, 통신, 그리고 방송 서비스들을 통합 네트워크와 융합 단말기를 통해 구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큰 추세가 형성될 것이다.
그렇다고 볼 때, 가장 시급한 현안은 역시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정비가 아닐까 한다. 현행 법제도가 방송과 통신을 여전히 이분법으로 나누고 있음은 ‘디지털 융합미디어’ 시대로의 진화를 가로막는 최대의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방송통신 통합법 마련이 이미 차기 정권의 과제로 미뤄진 이 시점에서 급변하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시의적절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한시적 독자법안의 필요성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