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김어준씨가 전 채널A 기자인 이동재씨(매일신문 객원편집위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최근 유죄 판결을 받은 가운데, 이씨에 대한 허위 내용이 포함된 유튜브 영상 2편도 접속이 차단됐다. 이씨가 일명 ‘가짜뉴스 퇴치법’이라 불리는 개정 정보통신망법(망법)이 시행된 7일 유튜브에 해당 영상들을 신고했고, 2주 만에 유튜브가 차단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씨는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유튜브 법률지원팀’에서 ‘법률 위반사항 신고를 검토한 후, 문제가 되는 콘텐츠를 해당 국가 도메인에서 볼 수 없도록 차단했습니다’라는 답신이 왔다”고 전하며 “입법 취지에 정확히 일치하는 사례여서 조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6년, 오래 걸렸다”며 “이제 더 이상 거짓과 선동으로 대중을 속여 돈 버는 사람은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씨의 신고부터 유튜브의 차단까지, 모두 개정 망법 시행 이후 이뤄진 것이니 “입법 취지에 정확히 일치하는 조치”라고 평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당시 망법 개정을 주도한 취지 역시 고의 또는 부당한 이익을 목적으로 타인의 인격권 등을 침해하는 것을 근절하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언론이 이번 건을 보도하면서 쓴 ‘가짜뉴스법 1호 신고’, ‘가짜뉴스 처벌법 1호 철퇴’ 등의 표현은 정확히 맞다고 볼 수 없다. 개정 망법대로라면 김씨의 해당 영상이 ‘허위조작정보’가 맞더라도 플랫폼 사업자가 노출 제한 등의 조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망법 제44조의12는 불법·허위조작정보 신고를 받은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해당 정보의 삭제부터 계정 해지, 수익화 제한 등의 자율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면서도 언론중재법에 따른 언론사,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 및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자에 대해서는 예외를 뒀다. “신고 처리 과정에서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려는 취지”에서다.
유튜브(구글)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지정한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하나다. 그리고 유튜브가 접속 차단한 영상은 인터넷신문인 딴지일보(딴지그룹)의 유튜브 채널에 등록된 것이다. 방미통위는 16일 배포한 망법 관련 질의응답 자료에서 ‘대형 동영상 플랫폼이 이용자 신고를 받고 등록된 인터넷신문사의 보도 영상을 삭제할 수 있는지?’라는 질문에 “이용자 신고만을 근거로 삭제·접속차단·계정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렇게 보면 유튜브의 접속차단 결정은 개정 망법 취지에 오히려 반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유튜브가 법을 위반했다는 건 아니다. 유튜브 스스로 밝혔듯이 해당 영상은 허위조작정보여서가 아니라 ‘명예훼손 신고’ 때문에 차단된 것이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개정 망법 이전부터 자체 정책 및 가이드라인을 시행 중이며, 법률 위반 콘텐츠가 신고되면 법적 근거에 따라 차단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법적 삭제’ 옵션 중 하나엔 명예훼손이 있다. 종합하면 유튜브는 개정 망법 때문이 아니라 해당 영상 등과 관련해 김씨가 최근 명예훼손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을 근거로 차단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
법원 “공공의 이익 위한 정당한 비판 넘어 피해자 비방할 목적”
앞서 서울북부지법 형사14단독 강경묵 판사는 14일 김씨가 이씨에 대해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했다며 벌금 2000만원의 유죄를 선고했다. 강 판사는 김씨가 허위에 대한 인식과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발언의 내용이 허위임을 알지 못했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는 김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씨는 2020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유튜브 ‘다스뵈이다’에서 이씨가 채널A 기자 시절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돈을 줬다고 하라’고 거짓 종용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해 이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김씨는 당시 최강욱 전 의원이 페이스북에 게시한 같은 취지의 글 내용을 신뢰해서 인용한 것일 뿐 허위란 인식이나 비방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는데, 판사는 해당 내용이 진실한지 확인하려는 노력 없이 허위사실을 적극적으로 적시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최 전 의원이 ‘녹취록 요지’라며 쓴 글의 원본 녹음파일을 쉽게 제공받을 수 있었다는 점, 해당 녹취록에 거짓 제보 종용 등의 내용이 없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랐다는 점 등이 판단 근거다.
강 판사는 “이씨가 취재활동 과정에서 한 말을 인용 내지 정리한 것을 넘어 그 내용을 왜곡하여 이씨를 ‘검사와 공모하여 허위 사실 제보를 종용한 기자’로 인식하도록 공격한 것으로서, 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당한 비판의 범위를 넘어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씨는 즉각 항소했고, 앞서 징역 1년을 구형했던 검찰도 항소장을 제출했다. 김씨는 유튜브의 영상 삭제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분쟁조정부에 분쟁의 조정을 신청할 수 있지만, 망법 적용 여부 등 해석에 따라서 받아들여질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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