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9일, 이재명 정부가 반도체·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를 중심으로 하는 국가 첨단 산업 전략, 이른바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정치권이 연일 뜨겁다. 특히 호남권 중심의 반도체 투자 계획을 두고서 대구·경북 정치권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정치권 내에 지역주의 논리가 작동하다 보니, 정작 이 메가프로젝트가 초래할 수 있는 문제나 사회적 파급 효과에 대한 비판적 논의는 일정 정도 밀려난 듯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던 현장을 두고,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한 유튜브 채널에서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 장관이 함께 자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짙은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경제 성장과 지역 균형이라는 거대 담론 속에서, 사회적 주변과 약자의 권리에 주목하는 노동과 복지 차원의 이슈가 소외된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여기에 나는 또 한 명의 장관이 부재했다는 점을 덧붙이고 싶다. 바로 성평등가족부 장관이다.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한국 사회가 직면한 위기와 변화를 AI 산업을 통해 돌파하겠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AI 3대 강국’을 기치로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지난해 9월 출범한 이래, AI기본법이 빠르게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AI의 젠더편향성에 대한 학계와 여성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위원회에는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포함되지 않았다. 메가특구특별법 역시 연내 제정을 목표로 속도전을 벌이고 있으니, 이 역시 비슷한 양상을 띨 것이 자명하다. 이는 반도체와 AI 등 첨단 기술 산업이 초래할 젠더이슈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비책이 전무하다는 방증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국가 주도의 핵심 산업을 지방에 분산해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려는 취지는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대규모 첨단 산업이 국가 주도로, 더욱이 두 거대 자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때 발생할 수 있는 파급 효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속도전에 치우친 개발은 결국 젠더는 물론 기후, 생태, 노동 등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거대한 균열을 내며 문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5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국가전략기술 분야 성별 격차 현황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성별 격차는 대학 입학단계에서부터 졸업 이후 노동시장까지 누적해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AI나 반도체 분야의 여성 리더는 10% 안팎에 불과하다. 이러한 구조적 격차를 시정하려는 국가적 노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메가프로젝트가 창출할 고위직·고임금 일자리는 대다수 남성 청년층이 독점하게 될 것이다. 반면, 이 거대 기업이 들어서면서 생기는 주변부의 저임금 서비스직은 지역 여성들이 도맡게 되며 성별 분업 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과거 산업화 시기 조성된 공업도시들이 보여준 성별 분업 구조와 그로 인한 성별 임금 격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나아가 첨단산업이 요구하는 막대한 전력, 용수, 입지 등 기본 인프라 구축은 지역의 공간적 재편을 강제한다. 이는 지역 여성들이 삶의 터전에서 일궈온 돌봄과 살림, 즉 ‘사회적 재생산’ 영역의 기반을 흔들 수밖에 없다. 특히 막대한 자원을 소모하고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의 진입은 농촌을 지키며 생태계에 기반해 살아가는 지역의 여성 농민들의 생존권과 건강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한다. 진정한 지역 균형 발전은 그 지역에 사는 시민들의 지속 가능한 일상과 평등한 일터가 보장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속도전을 멈추고 지워진 노동과 복지, 생태, 그리고 젠더의 자리를 되찾아야 한다.
김미선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학술연구교수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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