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그룹 파장, 언론계 가장 큰 우려는 '투자위축·고용불안'

법원, 중앙홀딩스 등 4개사 회생개시 결정… JTBC는 자율구조조정
언론사 경영진·사주 견제 필요성 대두, 디지털 유료화 악영향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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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등 중앙그룹 주요 계열사의 회생절차 신청에 언론·미디어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에서 디지털 전환과 콘텐츠 투자에 가장 공격적으로 나섰던 매체의 위기가 언론계 관련 행보나 투자 위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걱정이 대표적이다. 고용 불안까지 거론되는 대형 매체 경영난에 기자들은 충격을 토로하고 업계 동료들의 상황에 우려도 드러낸다. 경력채용 시장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는 한편, 언론사 경영진·사주에 대한 내부 견제 필요성도 강조되는 분위기다. 한국 콘텐츠 시장 버팀목인 외주제작사 등의 다수 붕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시급한 조치도 요구되고 있다.

전진배 JTBC 대표이사가 6월23일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중앙그룹 계열사 기업 회생신청 대표자 심문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중앙그룹 전반의 경영위기는 중앙일보·JTBC 기자들은 물론 언론계 전반에 큰 충격을 줬고, 파장은 이어지고 있다. /공동취재

JTBC가 회생절차를 신청하고, 여파로 중앙일보도 워크아웃을 추진 중인 최근 상황을 두고 언론계에선 여러 갈래 우려가 나오고 있다. JTBC는 국정농단 사태의 스모킹건이 된 ‘태블릿PC 보도’를 비롯해 심층보도와 어젠다 키핑의 가치를 드러내며 다수 기자상을 배출했고, 예능·드라마 등 콘텐츠에 어느 종합편성채널보다 많은 투자를 해온 매체다. 중앙일보는 대표적 보수매체로 꼽히는 동시에 국내에서 가장 과감한 디지털 전략을 구사한 곳이었다. 대규모 투자·혁신을 감행한 대형언론의 경영난을 두고 관련 행보 전반의 위축이 우려된다.


김지은 한국일보 기자는 6월25일 개인 페이스북에서 “초창기에 투자에 인색하고 스튜디오 안의 ‘찜질방 토크’나 ‘시사보도 프로’만 쏟아내는 다른 종편을 JTBC와 비교하며 ‘과연 종합 편성 채널이 맞느냐’며 비판했던 걸 잊었나”라며 투자와 혁신이 이번 사태 원인으로 지목될까 경계했다. 그는 “중앙일보가 신문사 중 가장 과감한 뉴스룸 혁신과 디지털 콘텐츠 지원과 시도”를 할 때 대다수 언론이 외형은 따라하지만 물적 지원엔 주춤했고, 중앙 사례를 참고하며 눈치작전을 펼쳤다며 “(이번 일이) ‘섣불리 나섰다가 우리도 저 꼴 날 뻔 하지 않았냐’는 회의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실제 당장 투자 취소는 아니더라도 경영진 의사결정에 직·간접적으로 미칠 영향은 불가피하고, 특히 ‘국내 디지털뉴스 유료화’에 치명적일 수 있단 예상이 나온다. 경제지 A 관계자는 “사업구조가 다르고 경제지 쪽 시그널이 아니라 직접적 파장은 적게 보지만 최고 경영자는 달리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중앙일보는 유료화를 가장 공격적으로 해왔는데 최근 여러 매체가 유료화·멤버십 등에 나서며 힘을 받는 분위기에선 악재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언론산업의 구조적 위기가 사태 원인으로 거론되는 데 불쾌감도 토로한다. 산업적 위기는 분명하지만 이번 일의 근원은 개별사·오너의 경영실패에 있고 도매금으로 묶이는 게 달갑지 않다는 것이다. 양사의 디지털 전환, 투자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고 애초 무리였단 판단도 있지만 평가를 떠나 경영난이란 결과가 그간 시도의 의미와 언론계에 준 신호, 내부 노력의 가치를 퇴색시킨 점은 분명하다.


중앙그룹의 상황은 기자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유동성 위기는 알았지만 중앙 계열 대형 매체에서 갑자기 회생 신청 등이 나올 예상은 못했다는 것이다. 기사를 두고선 경쟁하지만 출입처에서 마주하는 업계 동료 또는 친구·지인이 월급을 걱정하거나 고용을 위협받을 처지에 우려도 크다. 방송사 스포츠부서 B 기자는 “월드컵 취재만으로도 버거웠을 텐데 회사 일이 계속 기사로 나오고 국제축구연맹(FIFA)에선 전파를 끊는다는 소리가 나오는 마당이었다”며 “법인카드가 중단되고 월급이 제때 지급될지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현지 취재를 간 JTBC 기자들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라고 했다.


여파가 하반기 언론계 채용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 중앙일보·JTBC 기자들의 이직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에 현재 경력채용 절차를 진행 중인 일부 언론사에선 재공모 검토까지 언급되는 분위기다. 연쇄적으로 이는 신입기자 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앞서 호반그룹에 인수된 후 다수 기자 이탈을 경험한 서울신문 C 기자는 “인수 직후 과도기에 하루 지나면 누가 관두는 일의 연속이었고 안타까웠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어 무기력했는데 남일 같지 않다”며 “기자들끼린 ‘그때 갔던 기자들 데려오면 안 되나’ 씁쓸한 농도 한다. 몇몇 기업에서 인수의향을 드러낸다는 말도 홍보업계에서 도는데 그저 제 역할을 하던 기자들이 겪을 수 있는 일에 심란하다”고 했다.


사주가 있는 언론의 내부 견제 필요성을 시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합일간지 D 관계자는 “언론은 신뢰도와 브랜드로 먹고 사는 곳인데 경영을 이유로 ‘방송이 돼? 신문 나와?’ 같은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며 “경영적 판단에 의한 전반적 도미노 현상이 원인으로 보이는데 사주가 있는 회사에서 나올 수 있는 특수한 경우라 본다. 비대한 확장 전략을 펴는데 조직 내에서 사주 잘못을 견제하지 못하면 유사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 중앙그룹으로선 구성원들로부터 신뢰와 권위 회복이 시작이고, 막 시험대에 오른 셈”이라고 했다.


K-콘텐츠 시장 차원에선 중앙그룹의 경영난이 더 뼈아플 수 있다. 6월30일 서울회생법원은 중앙그룹 계열사 4곳에 대해 회생개시 결정을 내렸다. JTBC에 대해선 자율구조조정 지원(ARS) 의사를 수용, 회생절차 개시를 1개월 보류했다. 이 기간 JTBC는 채권단과 자율 구조조정을 협의하고, 사업을 정상 운영할 수 있다. 다만 시장 토대 자체가 붕괴될 위기는 여전하고, 긴급 자금투입 같은 정부 조치가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조영신 미디어엔터연구소 C&X대표는 “동일 조건에서 흑자를 낸 종편과 비교하면 JTBC 상황은 경영상 실수가 명백하지만 급한 문제는 이 사업자가 매년 드라마 10~12편씩, 예능을 포함하면 국내 마켓에 연간 2000억원을 쏟아붓던 곳이란 것”이라며 “많게는 20개 제작사, 2000~3000명이 1년 먹고 사는 시장이 사라진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JTBC의 외주제작사나 협력사는 물론 SLL중앙에 물린 곳을 합치면 피해 규모가 엄청날 거라 숫자 파악이라도 됐는지 의문”이라며 “K-콘텐츠는 아시아에서만 경쟁력이 있고 이제 막 알려진 수준인데 유지가 될지 기로에 있다. 정부가 이번 사태를 잘 관리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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