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그룹 주요 계열사가 최근 법원에 동시에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JTBC와 중앙일보 기자들이 참담함과 분노,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룹 전반의 위기가 알려진 후 갑작스레 회사 여건을 실감할 일들이 잇따랐고 당장 월급과 고용을 걱정하게 돼서다. 기자들은 임금과 고용안정 보장 등 최소한의 요구를 사측에 전하는 한편, 차질 없는 신문·방송을 위해 분투를 이어가고 있다.
12일 JTBC가 206억원 규모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다. 14~15일 JTBC를 비롯해 중앙그룹 5개사가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며 그룹 전반 위기가 일시에 불거졌다. JTBC A 기자는 “너무 갑작스러웠다.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돌파구가 필요했는데 월드컵 체코전에서 승리하며 기대하던 중 소식을 보고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12일 개막한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첫 승을 거두고 JTBC의 한국전 3경기 185억원 광고 ‘완판’ 소식이 전해진 날 일이 터졌다.
불과 4개월 전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당시 지상파 3사와 협상 무산으로 단독 중계를 했을 때도 뉴스룸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화젯거리를 발굴하고 광고도 선방했다는 고무적 평가가 나왔다. 회사 경영상황 글을 보고도 “늘상 말하는 위기” 이상이나 “디폴트를 예상”한 구성원은 드물었다. 이런 상황에서 JTBC 기자들은 회생신청 후 피부로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정수기를 뺀다’, ‘사내 어린이집을 없앤다’, ‘구내식당 이용 지원이 중단된다’, ‘복지 포인트를 삭감한다’는 소식이 시시각각 전해졌다. 19일엔 법원과 행정조율로 급여가 평소보다 몇 시간 늦게 지급되는 일도 있었다. 특히 법인카드 사용이 정지되면서 월드컵 취재차 멕시코 등에 간 기자들은 사비로 지출하고 있다.
경영진과 오너의 무책임한 경영에 불만·불신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분출한다. 방송광고·콘텐츠 시장이 위축됐다지만 그룹 전반 경영난 속에 계열사 간 자금 돌려막기가 한계에 달하며 이른 현재는 회사 전략 실패가 명백해서다. 월드컵·올림픽 중계권 구매가 유동성 해소에 도움되지 않았고, JTBC를 대중 일반 비판에 노출한 것도 분명하다. 2022년 JTBC 핵심 지식재산권(IP)을 SLL중앙으로 넘기게 한 판단도 구성원으로선 불만일 수밖에 없다.
JTBC B 기자는 “올림픽과 월드컵 대박이 나면 회생할 거라 했다. 2023년 80여명 구조조정을 했는데 이후에도 SLL중앙 퍼주기를 계속 했다. 거액을 쏟아 드라마·예능을 만들며 하나만 터지면 살아난다 했는데 다 가스라이팅에 불과했다. 오너 이익만을 위해 굴려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말도 안 되는 비용으로 말도 안 되는 좋은 보도·성과를 냈고, 열심히 뛰었는데 돈을 그렇게 썼다는 데 분노와 좌절감이 크다”고 했다.
회생절차 신청사가 아니지만 19일 주채권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한 중앙일보 분위기도 유사하다. 두 달 전 회사는 ‘2025년 매출 1위 신문사’ 타이틀을 자랑했는데, 중앙일보에서도 일부 법인카드가 막혔다. “취재원·가족들로부터 걱정을 받는 달갑지 않은” 상황은 중앙일보 역시 마찬가지다. 15~16일 워크아웃 선언 후 회사 고위직 간 논의가 있었고, 이후 박장희 중앙일보 대표이사는 ‘상반기에도 신문사 매출 1위고, 올해 격차를 더 벌릴 예상을 했는데 유감이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을 구성원에게 전하고 향후 절차를 설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말 기준 관계사에 대해 2250억원 지급보증 부담을 안고 있지만 그룹 내에서 가장 안정적 경영 성과를 내왔다. 중앙일보는 워크아웃을 선언한 15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계열사와는 경영적으로 분리된 독립 법인”이라 강조했는데, 이를 두고 우량자산의 동반 몰락을 막으려는 그룹의 ‘링펜싱’ 전략이란 분석도 나왔다. 언론계에선 중앙일보 매각설이 계속 돌며 조직 전반이 뒤숭숭하다.
중앙일보 C 기자는 “월급쟁이 사장이 어쩌겠냐고 하지만 회사가 흔들릴 만큼 보증을 서는 게 정상은 아니다. 위기가 타 계열사 영향이고 고연차가 많아 나오는 말은 적지만 회사를 못 믿겠다는 구성원 불신이 커진 건 체감된다”며 “회사를 신뢰 못하고 미래가 안 보이면 상당 후배가 이직 수순을 밟을 텐데 우려가 크다”고 했다.
중앙일보·JTBC노동조합은 16일 대의원회의 후 18일 노보를 통해 구성원들이 생계와 일터 앞날을 걱정하는데 회사 소식을 언론 보도로 알게 된다며 비판했다. 다음 날 전진배 JTBC 대표이사가 노조 대의원을 상대로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노조는 경영진에 △사태경위와 진행에 대한 투명한 설명 △임금과 고용안정 보장 △실질적 자구책과 정상화 방안 마련을 요구한 상태다.
중앙그룹 경영난 관련 절차와 파장은 진행형이다. 23일 서울회생법원 회생2부는 중앙홀딩스, 중앙피앤아이, JTBC, 메가박스중앙, 콘텐트리중앙 대표이사 등에 대한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홍정도 부회장은 이날 중앙홀딩스 심문 절차에 참석했다.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JTBC에 대한 ‘자율구조조정 지원(ARS)’ 승인 여부가 관건이다. JTBC 채권을 구매한 개인투자자 손실도 예상된다. 금융권에선 중앙그룹 8개사 익스포저(손실위험 노출액) 규모를 1조3000억원으로 추산하는데 투자자들은 회생절차 신청 4개월 전 회사채를 판매한 것에 대해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회생절차는 당장 JTBC 재승인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은 18일 JTBC 재무위기에 대해 “사무처에 점검반을 구성해 상시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번 사태는 기업의 경영난 차원을 넘어 한국 공론장에서 유의미한 보도를 해온 대형 언론과 다수 기자가 존폐와 고용 위기를 맞았다는 성격을 지닌다. JTBC A 기자는 “디폴트 소식이 나온 밤에도 보도국은 쉬지 않고 굴러갔다. 선거관리위원회 투표용지 사태와 관련해 올림픽공원을 현장 취재하고 있고, 앞서 시위대에게 폭행을 당한 기자도 있었다. 멕시코에서 낮밤을 바꿔 취재하는 이가 지금도 있다”며 “난국 속 보도국만이라도 잘 돌아가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기자들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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