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범 KBS 사장이 박찬욱 감사의 직무를 정지하고, 보궐 감사를 선임하겠다고 통보했다. KBS 감사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임명하므로 집행기관인 사장이 관여할 수 없다. 이에 방미통위는 “매우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고 사실조사에 돌입했다.
박찬욱 감사는 15일 입장문을 내고 박장범 사장이 감사의 직무정지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입장문에서 “금요일(12일) 퇴근 직전 비서실장을 통해 사장으로부터 2장짜리 서신을 전해받았다”면서 “공사의 공식 공문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서신에서 사장은 ‘이미 사퇴한 전임 감사의 임명이 유효하며, 공사가 보궐감사 선임 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했다.
그러나 법적으로 사장을 포함한 집행기관은 감사 선출에 관여할 수 없다. 방송법 제50조 6항은 ‘감사는 이사회의 제청으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서 임명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박 감사는 “이사회와 방미통위의 법적 권한을 침범한 명백한 월권행위”라며 “공사의 지배구조와 감사 독립성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반박했다.
방미통위 역시 사실조사에 나섰다.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사무처에 사실관계 확인 지시를 했고,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감사의 지위에 대한 판단권을 제한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사장이 직접적 권한을 가진 이사회나, 감사 임면에 관해 권한을 가지는 방미통위와의 사전 협의도 전혀 없이 이런 일방적이고 직접적인 소통을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KBS는 “법원 판결로 인한 감사 지위의 법적 불확실성이 공사 경영에 미칠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박찬욱 감사에게 사법부의 판단을 다시 받을 것을 권유하는 비공식 서신을 전했다”면서 “공사의 ‘권유’는 ‘직무중단 시도’가 아니고 감사의 지위를 ‘결정’한 것도 아니”라고 해명했다. “권한 없는 감사의 직무수행으로 현재 감사의 결재·지시·징계 요구 등이 추후 무효가 될 수도 있어, 미리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자 당사자에게 법적 판단을 받아보는 게 좋겠다는 제안을 한 것”이란 설명이다.
박 사장은 서한을 통해 서울행정법원이 최근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현 방미통위)가 정지환 전 KBS 보도국장을 KBS 감사로 임명한 것은 적절하다고 판결한 점을 들어 박 감사의 법적 지위가 만료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9일 서울고등법원은 박 감사 후임으로 정지환 감사를 임명한 처분을 정지시키며 그 기한을 ‘본안판결 선고일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로 설정했는데, 이에 따라 박 감사의 직무수행권 역시 판결 30일이 지난 6월15일을 기해 효력이 만료된다는 것이다.
앞서 5월1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준영)는 박찬욱 KBS 감사가 방통위를 상대로 신임 KBS 감사 임명 의결은 위법하다며 제기한 ‘임명 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2인 체제’ 방통위에서 KBS 감사를 임명한 것은 의결정족수 요건을 충족했으므로 위법하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신임 감사로 임명됐던 정지환 전 감사가 지난해 9월 자진 사퇴하고 이후 후임 임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박찬욱 감사는 방송법에 따라 지금까지 직무를 수행해 왔다.
박 감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박 감사는 “확정되지 않은 1심 기각 판결을 최종 판결인 양 내세워 아무런 권한도 없는 사장이 감사 직무를 중단시키려는 것은 사법 절차의 기본 원칙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서한에 ‘감사 직무 수행에 필요한 제반 기능과 편의 제공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면서 “사측의 서한을 권유로 받아들일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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