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편성위원회가 구성된 지 열흘 넘게 지나도록 첫 회의도 열지 못하고 있다. 일부 노동조합에서 편성위 구성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사측이 이를 이유로 회의 참석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KBS 이사와 사장 선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편성위원회 운영을 두고 KBS 구성원 간 충돌이 커지는 모양새다.
종사자 측 편성위원들은 4일과 9일 두 차례에 걸쳐 사측의 편성위 개최 지연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책임자 측의 편성위원회 개최 지연 시도는 개정 방송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무시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면서 “향후 재허가에 악영향을 받더라도 최대한 현 박장범 사장 체제를 유지시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앞서 8일 오후 2시 편성위 개최를 요구했던 종사자 측 위원들은 이날 회의실에서 책임자 측 위원들을 기다렸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세 차례 편성위 개최 요구가 모두 무산되자, 이들은 10일 오전에 편성위를 열자는 4차 요구서를 다시 발송했다.
반면 KBS는 종사자 측 위원들의 법적 정당성이 인정된 후에야 개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KBS는 4일 공문을 통해 “현재 공사의 일부 노동조합에 의해 종사자 대표 선출 절차와 편성위원회 종사자 위원들의 적법성 등에 대한 가처분이 신청된 것으로 확인된다”면서 “법원의 판단이 편성위 구성의 적법성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종사자 대표의 적법성을 확인한 후 편성위원회를 개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KBS노동조합은 1일 편성위원회 종사자 위원 임명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앞서 편성위원 선발 절차를 총괄했던 노사협의회 근로자 측 의장에 대해 법적인 정당성이 결여됐으므로, 선출된 편성위원 또한 정당성이 없다는 취지다.
방송법 시행에 관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규칙은 편성위원회에 참여하는 종사자의 범위를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 측 의장이 정하도록 했고, 이에 따라 KBS에서는 이승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이 근로자 측 의장 자격으로 편성위 구성 절차를 진행했다. 노사협의회 위원 임기는 3년으로, 의장은 과반노조가 존재할 경우 과반노조의 대표자가 맡게 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총투표를 통해 의장을 선출하게 된다.
이에 KBS노조 관계자는 “현재 언론노조 KBS본부가 과반노조가 아니므로 의장 선출은 투표를 통해서 진행해야 한다”면서 “이 과정을 생략했기에 이승철 본부장은 현재 근로자 측 의장은 물론 근로자위원 자체가 아니다. 절차적 위법성이 있기에 선출된 편성위원 역시 임명 무효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언론노조 KBS본부는 노사협의회 위원 임명은 직명으로 이뤄져 왔다고 반박했다. 노사협의회 위원은 개인 이름이 아닌 ‘언론노조 KBS본부장’ 등 직함을 바탕으로 임명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 위원장이 취임하게 될 경우 노사협의회 의장 직무 역시 자동 승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승철 KBS본부장은 “KBS본부가 과반노조 지위를 잃은 것은 2023년 12월이고, 이후 2024년 4월 새로 취임한 박상현 본부장이 노사협의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과 같은 상황임에도 어떠한 문제 제기 없이 회의가 이어져 왔다”면서 “마찬가지로 KBS노조에서도 직명 임명에 근거해 새로 선출된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해 왔다. 노동부의 행정해석과 그동안의 관행에 따라서 절차를 진행해 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종사자 측 편성위원들은 가처분 신청과 편성위 운영은 별개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그동안 사측은 가처분이 있을 때마다 모든 결정과 운영을 멈춰왔느냐”고 물으며 “가처분을 냈더라도 인용되기 전까지는 편성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을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