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스마트폰과 함께 사람들의 삶을 바꾼 역사적 변곡점이 된 제품을 꼽는다면 단연 개인용 컴퓨터(PC)다. IBM이 1981년 출시한 ‘퍼스널 컴퓨터’(PC)라는 상표의 제품은 그전까지 제조기계나 다름없던 컴퓨터의 통념을 뒤엎고 누구나 책상 위에 컴퓨터를 올려놓는 1인 1PC 시대를 열었다.
PC 등장 전까지 컴퓨터는 주로 냉장고만 한 크기의 거대한 메인프레임이 대세였다. 기업들은 메인프레임을 줄지어 세워 놓은 별도의 방을 ‘전산실’이라고 불렀다. 이 같은 컴퓨터에 대한 통념을 뒤엎고 PC 시대를 연 기업이 메인프레임으로 떼돈을 번 IBM이라는 사실도 아이러니다.
PC 등장 전에도 개인용 컴퓨터는 있었다. 애플이 1976년 ‘애플2’라는 개인용 컴퓨터를 먼저 내놓았지만 가격이 비싸 수요가 제한적이었다. IBM은 누구나 복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PC 내부 구조를 공개했고, 덕분에 저렴한 복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PC가 애플을 누르고 전 세계를 석권하게 만들었다. 이후 PC는 IBM의 제품명을 넘어 개인용 컴퓨터를 뜻하는 보통명사가 됐다.
PC 시대를 연 주인공은 IBM이지만 숨은 공로자는 미국의 반도체 기업 인텔이다. 1970년 세계 최초로 D램 메모리반도체를 상용화한 인텔은 1979년 ‘8088’이라는 중앙처리장치(CPU)를 만들어 IBM에 제공했다. 그때까지 IBM은 자사 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직접 만들었지만 개발비를 아껴 PC의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CPU를 인텔에서 구입했다. 컴퓨터의 두뇌를 소형화한 인텔의 CPU와 D램이 없었으면 PC 시대는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옛날이야기를 길게 한 것은 이제 PC가 변곡점에 섰기 때문이다. 요즘 인공지능(AI) 반도체로 뜨고 있는 엔비디아는 5월31일 ‘RTX 스파크’라는 반도체로 AI PC 시대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가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인 RTX 스파크는 PC의 두뇌인 CPU와 AI 처리를 담당하는 GPU,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하는 메모리가 하나로 구성된 반도체 패키지다.
이렇게 되면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아도 PC로 AI를 사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AI는 인터넷이 없으면 사용할 수 없는 반쪽짜리 클라우드 서비스였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 접속이 안 되는 장소에서는 AI를 사용할 수 없어 진정한 AI의 대중화를 실현하지 못했다. 또 클라우드 서비스의 특성상 자료를 인터넷에 올려놓아야 하기 때문에 개인 정보 유출 등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보안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도록 PC와 스마트폰 등 기기에 AI를 내장해야 한다. 이를 ‘온디바이스(on-device) AI’라고 부른다. 그런 점에서 AI가 내장된 PC와 스마트폰은 AI의 대중화를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AI를 업무 외 개인적인 일에도 적극 사용할 수 있다. PC에 저장된 개인적인 자료 정리를 시킬 수 있고, 해외에서 로밍이나 데이터 걱정 없이 AI가 내장된 스마트폰으로 통역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관건은 가격이다. AI를 구동할 만한 고성능 반도체가 들어가는 PC와 스마트폰을 얼마를 받고 파느냐에 따라 온디바이스 AI의 대중화가 빨라지거나 늦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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