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미래는 '인간참여형-현장참여형 AI' 두 날개로 난다

[언론 다시보기] 한선 호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모든 기술은 고르게 확산하지 않는다. 개인과 지역, 그리고 나라마다 다르게 수용하고 활용된다. 뉴스룸의 생산과정에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에이전트 시스템을 도구 삼아 화려하고 현란하게 AI 전도사 역할을 해내지만 어디에선가는 AI가 만든 뉴스를 ‘복붙’하는 것도 버거운 뉴스룸이 존재한다. 물론 통계가 가리키는 추세는 개인 차원에서나 조직적 측면에서나 AI 없는 뉴스생태계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기술이 전면화돼 가는 중이다.

뉴스룸에서, 혹은 기자 개인이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생성형 AI 도구들.

그 결과 미디어 업계와 AI 업계의 관계 설정도 새로워지고 있다. 미디어 업계가 AI 기술을 활용하는 도구적 수준이 아니라 AI 업계가 미디어 업계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대등해졌다는 인식도 새롭지 않을 정도다. 데이터로도 확인되는 게,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한 연구에 따르면 이미 AI는 정보를 찾을 때 가장 먼저 활용하는 플랫폼이다. 여행 팁이나 맛집 정보를 찾을 때는 AI가 구글(네이버)과 같은 검색엔진을 능가하는 정보창구로 기능한다. 실제 주변을 둘러보아도 최신 논란을 찾아보거나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 뉴스를 찾을 때 우선적으로 접속하는 플랫폼은 포털엔진이 아니라 생성형 AI라는 사람들이 많다.


이쯤 되니 전문가들은 미디어 업계가 AI로 인해 웹사이트 방문자 수나 클릭수가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근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폐기해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한다. 지난달 말 ‘노르딕 AI저널리즘 네트워크’가 코펜하겐에서 주최한 제4회 컨퍼런스의 주요 화두가 바로 이것이었다. 뉴스와 정보 생태계에서 B2C(Business To Consumer)의 시대는 갔다. 이제 B2A2C(Business To Agent To Consumer)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이를 개별 미디어 업계 입장에서 정리하면, 포털보다 더 강력한 AI라는 포식자가 등장한 셈이다.
자연스럽게 미디어 현장의 질문도 바뀌어 가고 있다.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넘어서서, AI 행위자와 인간 저널리스트가 협업해서 뉴스를 생산하는 생태계 안에서 뉴스룸 일상의 루틴은 어떤 기준과 책임으로 설계할 것인가, 나아가 (좋은) 저널리즘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다다르고 있다.


그 답은 찾아가야겠지만 크게 두 가지 정도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하나는 널리 알려진 것처럼 인간참여형(human-in-the-loop) AI 기술이어야 한다. 인간참여형이란 AI가 뉴스 생산에 개입하는 과정과 정도를 밝히는 투명성의 문제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사실 투명성의 문제만 하더라도 여러 층위가 존재한다. 최근 국립창원대에서 열린 한 학술대회에선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했다는 단순한 고지는 ‘얇은 투명성’에 불과하다면서, AI가 어떤 방식으로 관여했고 어떤 부분이 인간 기자의 판단을 거쳤는지, 또 오류가 발견될 경우 어떻게 정정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두꺼운 투명성’으로 나가야 한다는 논의가 오갔다.


한편으로는 이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인간참여형 AI는 투명성의 문제를 넘어 궁극적으로 인간 기자가 AI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인지 탐구해야 한다는 의미도 내포하는데, 현장에서는 휴민트를 활용해 깊이 있고 관점을 가진 뉴스만이 인간 기자가 경쟁 우위에 있는 분야가 될 것이라고 제안한다.


또 하나 인간참여형 AI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현장참여형(Boots-on-the-ground) AI 기술이다. 좋은 저널리즘은 두말할 필요 없이 현장에서 탄생한다. 실제 이벤트가 일어나는 현장(ground)에서 발로 뛰는 인간의 생생한 감각과 스토리텔링이 수반되지 않는 좋은 저널리즘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선 호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결국 이 두 가지가 AI 시대에 미디어 업계가 생존할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 AI 기술이 업무 효율화를 넘어 스스로 미디어 기능을 수행하고, 심지어 최종 뉴스소비자인 개인마저 자신에게 최적화된 AI 에이전트를 구축해 정보를 수집하는 환경에서 살아남는 미디어는 두말할 필요 없이 인간참여형 AI와 현장참여형 AI로 신뢰받는 언론이라는 것이다. 이는 숏폼 뉴스처럼 최종 소비 국면에서는 비록 맥락 없는 뉴스일지라도 구조의 심연에서는 맥락을 충분히 제공함으로써 신뢰받는 언론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조언이자 경고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AI 도입과 확산에는 뉴스룸마다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잊지 않아야 한다. 어쩌면 뉴스룸의 미래는 미디어업계의 AI 활용에 달려있다는 식으로 퉁치고 넘어가지 않도록 모든 주체(업계, 학계, 정부)가 경각하고 조율하는 것에 달려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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