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400만원 정도 버는 월급쟁이가 서울 강남구에 아파트를 사려면 74년이 걸린다고 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지난해 조사다. 식비와 의류비 등을 제외한 것도 아니고 통째로 모았을 때를 가정했다. 어느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 강남구의 집값 경쟁 상대는 국내가 아니라 뉴욕이나 도쿄 같은 메트로폴리탄이라 우리나라 경제 상황으로 이해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도발적인 주장까지 내놓는다.
74년이라니. 그렇게 일할 수도 없다. 우리나라의 법적 정년은 60세일 뿐 아니라, 여러 연구에 의하면 60세 이전 50세를 지나면서부터 이미 다양한 방식의 은퇴 압박을 받는다. 이른바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난 이는 고용형태도 불안하고 임금도 더 낮은 비정규 노동시장에 합류해 길게는 70세까지 일한다. 최근 첫 입직이 늦어지는 추세까지 고려하면 74년이라는 숫자를 헤아리는 행위 자체가 무의미하다. 100세 시대 내내 일하란 이야기다.
집값이 터무니없이 많이 올랐다고 한탄하려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가격 폭등 지적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동시에 바라봐야 할 대목은 실질임금의 지속적 하락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월 290만2000원이던 실질임금은 지난해 360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14년간 월급이 한 70만원쯤 올랐다는 의미다. 일견 많이 오른 것처럼도 보이지만, 같은 기간 가파른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그렇지 않다. 290만2000원에서 360만6000원이 된 월급은 24.2%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화폐가치는 29.8%가량 떨어져 2011년 1만원으로 살 수 있던 상품을 이제는 1만2980원을 줘야 살 수 있게 됐다. 라면 한 봉지, 우유 한 갑이 부담이다.
이쯤 되면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노동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역시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을 100으로 놨을 때 노동생산성 지수는 2024년 기준 107.2다. 2025년 수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노동생산성지수 증가율은 2021년 3.4%, 2022년 0.9%, 2023년 2.2%. 2024년 0.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실질임금 증감률은 2021년 2%, 2022년 –0.2%, 2023년 –1.1%, 2024년 0.5%였다. 지난해는 0.9%다. 노동생산성이 꾸준히 오르는 동안 노동의 가치는 꾸준히 떨어졌다는 증거다. 안 그래도 먹고 살기 팍팍한데 월급만으로는 먹고 살길이 보이지 않는 현실의 바로미터다.
이제 곧 그 철이 온다. 최저임금위원회 줄다리기다. 이미 회의는 시작했다. 올해 심의는 비정형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확대 적용할 것이냐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이지만 여전히 최저임금 인상률도 중요하다. 최저임금위의 발표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임금노동자는 290만4000명에 달한다. 노동계는 대폭 인상을, 재계는 동결 또는 인하를 주장할 것이다. 최저임금과 관련한 자영업자와 최저임금만으로 생계를 꾸리는 취약노동자 간 갈등이 첨예할 터다. 그리고 막판에 한 두어 차례 밤샘회의를 거친 뒤 정부가 사실상 결정한 인상률에 방점이 찍힐 것이다.
글의 말미에 다시 집값을 떠올려 본다. 2025년 기준 월 400만원을 74년간 모아야 강남 아파트를 살 수 있다고 했다. 올해 주 40시간, 주휴수당 포함한 최저임금 월액은 215만6880원이다. 세전이다. 이들은 한 148년쯤 모아야 강남 아파트를 살 수 있겠다. 빈부격차를 줄여 함께 잘사는 사회를 기대하는 것보다 의료기술의 가파른 발달을 기대하는 게 빠를까.
이재 매일노동뉴스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