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강점기' 끝나나 했더니 '양상우 사단'… YTN 구성원 한숨

[이슈 추적] 계속 지연되는 YTN 정상화, 쟁의 1년 돌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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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장이 되고 YTN을 ‘유진강점기’로 규정했다. 유진그룹이 구성원 의사에 반해 공정방송 제도를 무력화했고, 일방적으로 낙하산 사장을 꽂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내란정권이 강제매각, 졸속 심사란 불법적 방식으로 만들어 얼른 사라져야 할 한시적 체제란 의미도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21일 서울 마포구 YTN사옥 내에서 최근 채용 등과 관련해 양상우 이사회 의장, 정재훈 사장 대행을 규탄하는 출근길 피케팅을 진행했다. 이날 피케팅엔 조합원 25명이 참여했다. /언론노조 YTN지부 제공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쟁의 돌입 1년을 맞아 ‘유진 퇴출’ 결의와 연대의 밤 행사를 22일 서울 마포구 상암 YTN 사옥 1층 YTN미디어홀에서 열었다. 이날 참석한 조합원 100여명의 지지 속에 전준형 YTN지부장은 그간 쟁의를 “언론인으로서 우리 존재의 의미가 달렸고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라 평하며 이같이 밝혔다.


2024년 2월, 윤석열 정부 방송통신위원회가 유진그룹을 YTN 최대주주로 변경 승인했다. 이후 4월, 유진그룹이 임명한 첫 사장 김백이 취임했고 임명동의 절차 없는 보도책임자 임명, YTN의 ‘김건희 보도’에 대한 대국민 사과가 이뤄졌다. 이후에도 잡음과 갈등이 끊이지 않았고, 임금 및 단체협상마저 결렬되면서 지난해 5월21일 86.2%의 찬성률로 YTN지부가 쟁의에 들어갔다. 폭염과 한파, 사계절을 거치며 8차례 파업, 22차례 집회를 진행했고, 그사이 김백 사장이 물러났다. 그해 11월 법원은 방통위의 유진그룹 최대주주 변경 승인을 취소하라고 했다. 올해 1월엔 임명동의 없는 보도책임자 임명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YTN 구성원들의 지난 1년 싸움은 YTN 민영화가 정권 차원에서 이뤄진 외주화된 방송장악이란 인식에 기반해 있다. 다만 공적 지배구조를 지닌 보도전문채널을 민간 소유로 전환한 첫 사례란 특성은 불법적 과정에 대한 의혹과 별개로 복구에 정치적 해결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여러 성과가 있었지만 이재명 정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구 방통위)의 후속조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여건에서 YTN 노조와 사측 또는 구성원과 이사회의 갈등은 지속 고조되며 YTN 정상화는 계속 지체되는 상태다.

◇3월 출범 이사회와 갈등 증폭
3월 이후 YTN 내부 상황은 노조와 이사회가 갈등하는 구도에 가깝다. 사측 대신 이사회의 행보가 전면에 부각하며 구성원과 충돌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김백 사장이 사퇴하면서 9월부터 YTN은 정재훈 전무이사가 대표이사 직무대행 체제를 이어왔다. 이 가운데 올해 3월 양상우 전 한겨레 사장(사내이사),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사외이사), 이상규 비즈마켓 이사회 의장(비상무이사) 등 범여권 인사가 대거 포함된 새 이사회가 출범했다. 유진그룹이 최대주주 자격박탈 위기에서 정권에 맞춤 대응한 것이란 시각이 나왔다.


출범 직후 이사회는 직대 체제의 취약점 보완 등을 사유로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 체제’를 선포했다. 역할이 커진 이사회 지원을 위해 이사회 정책기획실을 새로 만들었고, 산하에 저널리즘연구소와 이사회지원팀을 배치 또는 신설했다. 이사회는 저널리즘책무위원회를 만들어 이사회 차원에서 보도윤리와 콘텐츠 품질 정책을 거시적으로 관장하고,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해 장기간 교착상태인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문제에도 대처한다고 밝혔다.


경영조직 다수 업무, 부서원이 이사회정책기획실로 이관되거나 옮겨 배치되 는 등의 변화를 두고 YTN지부는 “이사회가 회사를 직접 경영하는 구조를 만들”었고 “‘양상우 사단’이 끝내 YTN 경영권 찬탈에 나섰다”고 비판해왔다. 저널리즘책무위원회가 첫 조처로 ‘김백 전 사장의 대국민 사과 방송’, ‘현대차 정의선 회장 장남 기사 삭제’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하면서 “이사회가 경영, 보도, 인사 전반의 통제를 공식화 한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사장 없는 곳에서 이사회 의장이 ‘상왕’?
‘이사회 책임경영’ 선포 후 YTN 내부에선 양상우 이사회 의장이 사실상 사장 노릇을 한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정재훈 대표이사 직대가 ‘인사권자’이지만 양상우 전 한겨레 사장의 YTN 사내이사 및 의장 선출 이후 한겨레 출신 인사의 YTN 합류가 잇따르며 이런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앞서 양 의장의 한겨레 사장 재직 시절 미래전략부장을 했던 김진철 전 한겨레 기자가 이직했고 현재 YTN 저널리즘연구소장과 이사회 정책기획실장을 겸직한다. 3월 이사진에 포함된 오창익 사외이사와 이상규 비상무이사는 한겨레 사외이사로 일했다. 이 가운데 20일 김광호 한겨레 주주커뮤니케이션팀 선임이 상무이사로 신규 채용돼 경영관리본부장직을 맡게 됐다. 김 본부장은 같은 시기 한겨레 경영기획실장을 지낸 인사다.


이사회 지원에 방점을 둔 조직개편, 양 의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의 잇따른 선임·채용을 인사권자의 온전한 권한 행사로 보는 시선은 많지 않다. 이날 성명에서 YTN지부는 “이쯤 되면 양상우의 YTN 사유화”라며 “정재훈 사장 대행은 허수아비처럼 양상우의 충실한 하수인 노릇을 자처할 뿐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 YTN 경영 리더십이 누구인지 물은 것이다.


YTN은 김 본부장 채용과 관련해 전임 CFO의 급작스러운 사임으로 공개채용 공고를 냈으나 채용을 못했고 이에 따라 “임원급·전문 경력직 후보자 검토방식으로 관련 절차에 따라 선임됐다”고 설명했다. YTN은 “경영상 필요와 경험·전문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인사”라며 “전임자보다 크게 낮은 연봉 감수가 가능한 전문가로 영입됐고 과거 언론사 경영위기 상황을 극복한 경험까지 갖고 있어 적임”이라고 밝혔다. 이어 “양 의장과 과거 같은 언론사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는 점만으로 인사의 배경을 사적 관계로 단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부연했다.

◇비정상적인 의사결정 구조
현 직무대행 체제에서 있었던 조직개편이나 인사 영입을 되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해 11월 YTN 이사회는 혁신성장지원실을 신설,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오재록 전 경기도 중앙협력본부장을 실장으로 영입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YTN 지분매각을 포함한 정부 자산매각 전수조사를 지시했던 상황에서 “유진그룹 구명을 위한 로비용”이란 비판도 나왔으나 최근 사임했다. 혁신성장지원실은 3월 이사회 출범 후 조직개편에서 폐지된 상태였다. 정재훈 전무이사는 그때도 지금도 대표이사 직대인데 6개월여만에 결정이 번복된 셈이다.


이는 현재 YTN의 의사결정이 사실상 이사회에 의해 판단되는 상황임을 방증한다. ‘일상적 관리업무’ 이상을 하기 어려운 대표이사 직대가 의사결정에서 갖는 힘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당초 YTN 이사회 관련 규정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했지만 3월 이사회 출범과 더불어 의장을 별도로 두는 개정도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직대는 이사진 중 1인에 불과하다. 매일 오전 8시30분 열리는 ‘0830회의’엔 이사회 정책기획실장을 비롯해 대표이사 직대, 본부장, 실장 등이 참석해 주요 사안을 공유, 논의한다. 상근인 대표이사 직대와 이사회 의장의 소통도 수시로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지며 사실상 사측과 이사회가 한 몸인 상황이고, 최대주주가 구성한 이사회 의장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불안정한 YTN… 지체되는 정상화
경영 컨트롤타워의 ‘직대 체제’가 지속되며 YTN은 불안정한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표면상 노조와 이사회의 충돌로 비화한 현재의 근원엔 유진그룹이 있다. 민영화 후 유진그룹이 임명한 김백 사장은 대국민사과, 공정방송 제도 무력화, 윤석열 탄핵반대 집회 취재 지시 등으로 물의를 빚었고 내부 반발의 원인이 됐다. 이후 유진그룹은 새 이사회 구성을 통해 대응에 나섰다. 이사회 산하 저널리즘책무위원회, 거버넌스위원회 등은 현재 YTN에 필요할 수 있는 조직임에도 구성원 다수로부터 지지받지 못하고 있다. 대주주에 의해 구성된 이사회를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크다.


방미통위의 후속조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유진그룹은 서울행정법원의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취소 판결에 대해 지난해 12월 항소했다. 지난 1년 YTN지부 조합원들은 유진 퇴출을 정상화 첫 단계로 보는 입장에서 쟁의를 이어왔다. 윤석열 정부 방통위 승인 결정에 대한 방미통위 조치, 이에 대한 소송과 별도로 YTN 민영화 과정 전반에 대한 진상규명 필요성도 크다. 공기업에 지분매각 압박을 했다거나 방통위 승인 과정이 불법·졸속으로 점철됐다는 각종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YTN 정상화와 더불어 방송장악 시도의 면면을 드러낼 과제가 남겨진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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