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때리고 갈등 키우고… 삼성전자 보도, 무엇을 놓쳤나

파업 원인과 분배문제 등 본질 보단
언론, 노조에 대한 도덕적 비난 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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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극적인 합의에 이르면서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성과급 갈등이 최근 일단락됐다. 노사 양측이 한 발씩 물러서며 특별경영성과급 신설·10년 명문화라는 교집합을 찾아낸 가운데 이 과정에서 다수 언론이 보여준 보도 행태는 우리 사회에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노조 파업의 원인, 또 복잡한 분배 문제의 본질을 짚기보다 노조에 대한 도덕적 비난과 갈등 증폭에 치중했단 비판이 나와서다.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극적인 합의에 이르면서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성과급 갈등이 최근 일단락됐다. 노사 양측이 한 발씩 물러서며 특별경영성과급 신설·10년 명문화라는 교집합을 찾아낸 가운데 이 과정에서 다수 언론이 보여준 보도 행태는 우리 사회에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사진은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20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사후조정 회의를 마친 뒤 나와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노조에 반감을 드러내는 보도는 협상 초기부터 쏟아졌다. ‘5억씩 준대도 싫다’, ‘로또 성과급’, ‘파업 으름장’ 등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들이 나오는가 하면 ‘400만 개미들 한숨’ 등 주주와 노조 간 갈등을 조장하는 듯한 기사들이 다수 보도됐다. 하지만 노조가 이 같은 요구에 이르게 된 배경, 이를테면 반도체 호황기와 불황기를 거치며 삼성 내에 쌓여온 성과급과 복지, 근무환경에 따른 불만 등에 대한 설명은 언론에서 찾기 힘들었다. 갈등의 한 축이자 구성원 불신을 불러온 삼성의 경영 방식과 소통 부재도 한 원인이었지만 대부분 언론은 이를 외면하고 쉽게 노조 비판에 몰두했다.


노조위원장과 노조의 도덕성에 대한 지적은 그중 가장 직관적이면서도 쉬운 방식이었다. 일부 언론은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의 해외여행 소식을 보도하며 그가 비즈니스석을 탔다는 사실까지 기사화했다. 노조위원장이 월 1000만원에 달하는 직책수당을 수령한다는 점, 일부 노조원이 취약계층에 대한 기부금을 끊은 일도 보도했다. 전혜원 시사IN 기자는 “노조위원장이 동남아로 휴가를 갔다는 자극적인 기사가, 당사자의 반론조차 제대로 담기지 않은 채 이어졌다”며 “기존의 노동 혐오적인 기사가 가장 극단적으로 표현된 보도가 이번 삼성의 노사 갈등 관련 보도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조에 대한 혐오가 만연하면서 일부 언론은 국가 경제에 입힐 피해 등을 과장해 보도하기도 했다. 파업 돌입 시 피해액이 1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보도가 대표적이다. 명확한 근거가 없어 전문가들조차 과대 측정됐다고 비판했지만 이후 언론 보도에서 이 피해액은 꾸준히 사용됐다. 심지어 이를 근거로 일부 언론은 먼저 나서 긴급조정권 발동을 촉구하기도 했다. 파업 예고 시한이 한참 남은 4월 말부터 사설 등을 통해 긴급조정권을 언급하더니 이달 중순부턴 다수 언론이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은 “긴급조정권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한 언론은 많았지만 실제 긴급조정권이 발동될 경우 노사관계에 대해 분석한 보도는 없었다”며 “단순히 국가 경제가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논리만으로 긴급조정권 발동이 가능한가. 긴급조정권은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과도하게 노동권을 침해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던 조항이고, 그것 때문에 20년 동안 아무도 발동하지 않았는데 그런 부분은 기사에서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극적인 합의에 이르면서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성과급 갈등이 최근 일단락됐다. 노사 양측이 한 발씩 물러서며 특별경영성과급 신설·10년 명문화라는 교집합을 찾아낸 가운데 이 과정에서 다수 언론이 보여준 보도 행태는 우리 사회에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사진은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20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사후조정 회의를 마친 뒤 나와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일 노사 간 잠정합의안이 도출된 이후 과열 분위기는 다소 수그러든 상황이다. 다만 모든 책임을 노조에게 전가하는 보도는 여전하다. 합의안을 두고 내부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해결해야 할 사측에 대한 비판보단 노노 갈등에 더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애초 적자 사업부에도 충분히 성과급을 배분하려 했던 노조에 반대해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을 내세운 건 사측이다.


일부 언론과 정치권은 이번 협상을 계기로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한 ‘노란봉투법’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성과급 논쟁이 노동유연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의 역시 나오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26일 낸 보고서에서 “삼성에서 노조가 이번처럼 거액의 성과급을 요구한 것은 처음이고, 쟁의 발생부터 타결에 이르기까지 그 태도가 여론을 고려하지 못한 면도 있었다”며 “하지만 노조의 잘못을 비판하는 보도가, 그것을 빌미로 노동권 자체를 훼손할 수 있는 보도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로 생기는 초과이익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를 논의해야지, 파업은 공멸이라며 노조를 일방적으로 찍어 누르는 것은 생산적 논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협상이 우리 사회에 남긴 과제는 적지 않다. 기업의 초과이익은 어떻게 분배하는 것이 옳은지, 점점 심화하는 노동시장 양극화는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언론이 건강한 공론장을 형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탁종열 소장은 “40조원을 삼성 조합원들에 성과급으로 배분할 경우 근로소득세만 15~18조원 정도 된다고 한다”며 “이것이야말로 청년 실업 문제와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 보전을 해결할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추가 세수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지, 특정 기업의 막대한 초과이윤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통제하고 분배할 것인지 언론이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아영, 김한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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