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성 측면에서도 의제 측면에서도 성평등을 찾아볼래야 찾아보기 어려운 이번 지방선거에 ‘여성’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한 두 장면이 있었다. 3월31일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성동구청장 재임 시절 ‘여직원’과 ‘휴양지에 동행’했고, 이후 출장 관련 서류에서 해당 직원의 성별이 남성으로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 후보는 당시 멕시코에서 열린 민주주의 포럼 한국 참여단 11명의 일원으로 출장을 갔고, 성별 표기는 오기라고 해명했다.
이 사건을 특별히 기억하는 것은 그 공무원과 동년배인 여성 노동자로서 느낀 모욕감 때문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동료가 아닌 성적 대상으로 인지하는 것은, 여성들이 일터에서 동등하게 일할 권리를 침해하는 명백한 성차별이다. 지자체장과 기관장을 주로 남성이 맡고 있는 현실에서, 이 사건의 여파는 얼마나 많은 여성 노동자를 출장이나 외부 업무, 기관장 보좌와 같은 가시적 기회에서 배제할 것인가.
얼마 뒤인 5월3일 부산 구포시장에서 선거유세를 하던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북구갑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하정우 후보를 두고 어린이에게 “정우 오빠, 오빠 해봐요”라고 말했다. 어린 여자아이, 그러니까 ‘어린이’이자 ‘여성’이라는 시민이지만 정치적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는 두 정체성이 교차된 시민이 선거에서 소모되는 방식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유권자도 지지자도 아닌, 중년 남성 정치인의 젊음과 친근함을 부각하기 위한 소품으로만 기능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아동학대라며 거세게 비판했지만,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김민전 의원이 10대 초반 여학생들에게 “여기 잘생긴 오빠”라고 말하면서 ‘오빠’ 발언의 무엇이 문제였는지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상대편을 공격할 때만 ‘여성 비하’에 대해 문제 삼는 선거판의 익숙한 풍경이기도 했다.
정쟁의 언어로 ‘여성’은 이처럼 빈번하게 사용되지만 정작 선거에는 여성이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전체 후보 7723명 중 여성 후보는 2624명(34%)으로 지난 8회 지방선거의 27.5%보다 소폭 늘었지만, 광역단체장 후보 중 여성은 9.3%, 기초단체장 후보 중에서는 7.2%에 그친다. 특히 관심이 집중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후보만 보면 두 당은 각각 여성을 1명씩만 공천했다. 양당이 나란히 여성을 공천한 곳이 경기지사여서 헌정사상 첫 여성 광역단체장 탄생이 확실시되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과소대표가 심각한 상황에서 이 ‘처음’에 마냥 환호하기도 머쓱하다.
공직선거법에는 지방의회 후보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선언적 규정만 있다. 강제성 없는 권고 규정 대신 여성 후보 30% 추천 의무화를 입법해야 한다는 주장이 수년째 제기되고 있지만 변화는 없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당헌에 공직선거 후보의 30%를 여성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 규정이 공천에서 제대로 지켜진 적도 없다. “공천 과정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은 그냥 놔둔 채 경선만이 공정하다고 하는 것은 성평등 책무로부터 도망치는 무책임”(민주당 여성위원회)이라는 비판이 정치권 내부에서도 나온다.
성별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 정치에서 여성의 삶과 직결된 의제는 정책의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러는 동안 여성이라는 키워드는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수단으로만 소모된다. 여성 유권자로서 정말이지 그만 보고 싶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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