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사이트 폐쇄 검토를 언급하자 25일 대다수 신문이 1면 주요기사 등으로 비중 있게 보도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 등 최근 잇따르는 혐오·조롱 사태가 배경에 있다는 분석인데, 신문들은 대통령이 직접 사이트 폐쇄까지 언급하는 게 적절한지, 처벌 위주의 조치가 과연 실효성은 있을지 등을 주목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에 <“봉하마을서 일베 손가락질 사진 찍어”…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 주장>이란 제목의 한겨레신문 기사를 공유하며 “일베처럼 조롱·혐오를 방치·조장하는 사이트 폐쇄, 징벌배상, 과징금 등 필요 조치를 허용하는 데 대한 공론화와 실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국무회의에도 지시하겠다”고 썼다.
앞서 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 추도식이 열린 23일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연인원 50명 정도의 일베로 추정되는 청년들이 봉하마을 기념관에 들어와서 곳곳에서 일베 티셔츠를 입은 채로 상징 손가락 표시를 하며 사진을 찍었다”고 전하며 “돌아가신 날에 기념관에 들어와 조롱셔츠를 입고 사진을 찍는다니 제정신들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발 혐오표현 처벌하는 법 좀 만들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했다.
글을 올린 지 만 하루도 안 돼 대통령이 사이트 폐쇄까지 언급하며 제재 및 처벌 검토를 지시하자 조 이사는 “감사하다”며 “진심으로 울컥했다”고 페이스북에 다시 썼다. 하지만 25일 주요 신문 보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한겨레 “단선적 조치는 ‘혐오 놀이’ 음성화 등 부작용만”
이날 상당수 종합일간지는 이 대통령의 X 글을 1면 기사 등으로 보도했다. 한겨레는 아예 <이 대통령 “일베 같은 혐오 사이트 폐쇄 검토”>란 제목의 머리기사로 이 사안을 다뤘다. 한겨레는 이 기사에서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인터넷 커뮤니티상의 혐오와 조롱이 임계치를 넘어 더는 내부 자정에만 기댈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 같다”며 “스타벅스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 파문에서 보듯 일부 극우 커뮤니티에서 생산된 혐오 코드가 기업 마케팅 등 현실 공간에서 표출되면서 정부 차원의 대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겨레는 3면에도 관련 내용으로 머리기사를 싣고 “전문가들은 일부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혐오 표현 놀이’가 ‘과시와 침투’의 형태로 일반인 사이에도 퍼지는 등 공격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혐오를 생산·확산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의 규제와 함께 이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고 전했다.
다만 한겨레는 이 대통령이 언급한 ‘사이트 폐쇄’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데다가 “혐오 표현 확산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보다는, 혐오 놀이를 음성화하는 등 부작용을 낳을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플랫폼 규제나 차별금지법 제정 등 혐오 표현을 제어할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한겨레는 결론 부분에 적었다.
한국일보, 기사와 사설서 “정부가 직접 메스 대선 안돼”
한국일보는 좀 더 비판적인 관점을 취했다. 한국일보는 3면 <‘일베 폐쇄·처벌’ 꺼내든 李대통령 국가가 직접 나서는 게 적절한가>란 제목의 기사에서 “일베는 그간 5·18 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등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나 정치적 상징을 조롱 대상으로 삼아온 사례가 누적되며 사회적 갈등 비용을 키워왔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지적하면서도 “문제는 대통령과 정부가 직접 개입해 ‘메스를 대는’ 방식이 적절하냐다”라고 했다. “국가가 ‘공적 제재’에 나설 경우 자칫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공권력 남용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일베’ 사회악이나 정부 주도 처벌·규제는 과유불급> 제하의 사설에서도 “‘어떤 의견과 주장이 사회적으로 용인 가능한가’를 판단하고 공론장을 정화하는 것은 시민이 주도할 일”이라며 “정부가 앞장서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 권력이 사상·표현을 통제할 권한을 갖는 것은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 정치권력이 시민과 언론의 정당한 의견 표명을 틀어막고 검열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면서 “성숙한 민주사회라면 불쾌하고 유해한 의견도 제도 안에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도 <일베류 혐오 규제 필요하나 표현의 자유 조화 이뤄야>란 사설에서 “조롱·혐오 표현은 차별·폭력을 정당화하고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만큼 규제를 통해 용납돼선 안 된다는 신호를 주는 건 중요하다”면서도 “다만 형사처벌 등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방식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혐오 표현을 모두 세세하게 규정해 처벌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다. 극우 사이트를 폐쇄해도 제2, 제3의 일베가 나오는 ‘두더지 잡기 게임’이 될 수 있다”면서 “그런 만큼 시민사회의 대응 역량을 키우고 혐오는 잘못이라는 건강한 시민의식이 뿌리내리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혐오 발언 비판하는 이 대통령, 차별금지법 제정엔 소극적
경향은 1면에 이어진 3면 머리기사에서도 “이 대통령은 국가폭력·사회적 참사 희생자나 유가족에 대한 혐오 발언을 비판해왔지만,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는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다”고 지적하며 “특정 집단이나 사건에 대한 혐오에는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면서도 성별·성적지향·장애·인종 등 전반적인 차별 문제를 포괄하는 제도화에 거리를 둔다는 점에서 ‘선별적 혐오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관련해 이 기사에서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차별금지법처럼 다양한 혐오와 차별 피해자를 포괄하는 제도는 도외시한 채 특정 사안이나 집단만 개별 규제하려는 방식은 한계가 명확하다”며 “차별 대상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혐오와 차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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