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감시 위축' 논란의 망법… 시행령에선 극복할 수 있을까

방미통위 '허위조작정보 대응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 의견수렴 토론회
'구독자 10만명' 등 기준에 "개인 아닌 사업자 대상 명확히 해야" 지적도

  • 페이스북
  • 트위치

‘가중 손해배상 적용 대상 게재자 범위’, ‘투명성센터 업무’ 등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기준을 제시한 정보통신망법(망법) 시행령 개정안 내용을 두고 표현물에 대한 행정기구의 과도한 개입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권력 감시 위축,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나왔지만 정부여당의 주도로 통과된 모법의 한계 속 시행령에서라도 가능한 범위 내에선 문제의 소지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방미통위 주최 <허위조작정보 체계적 대응을 위한 정보통신방법 시행령 개정> 토론회가 열렸다. /박지은 기자

21일 방미통위가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진행한 <허위조작정보 체계적 대응을 위한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 토론회는 앞서 12일 입법예고한 망법 시행령 개정안의 세부 내용과 취지를 설명하고, 해당 안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방미통위는 27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7월7일 개정 망법 시행에 맞춰 시행령 안에 대한 심의·의결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상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목적으로 한 개정 망법은 권력자에 예외를 두지 않은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이 담겨 언론계의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으나 정부여당의 주도로 개정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방미통위는 하위 법령 개정을 통해 세부 범위와 업무를 규정해야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망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게재자’이면서 ‘사실·의견 전달을 업으로 하는 자’의 허위조작정보 유통행위가 의도성, 목적성, 법익 침해 등 요건을 충족할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책임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이 ‘가중 손해배상 적용 대상 게재자 범위’에 대해 방미통위는 입법예고안에 ‘직전 3개월간 총 3회 이상 정보를 게재한 자 중 구독자·친구·회원 또는 이에 준하는 명칭으로 정보를 수신하는 자 수가 10만명 이상이거나 직전 3개월간 월별 합산 조회수 평균이 10만 회 이상인 경우’로 규정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신영규 방미통위 방송통신이용자정책국장은 게재자 범위 규정에 대해 “망법 중 허위조작정보 유통과 관련해 억제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판단된다”며 “일반 이용자를 규제하려는 건 아니고 사실이나 의견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면서 수익을 만들고 있으면서 실제로 사회적 파급력을 가지는 정보 유통 주체를 대상으로 해 책임 체계를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게재자 기준을 설정하는 데 유튜브 채널 구조를 참고했다는 설명도 따라왔다. 신 국장은 “광고나 후원, 그 밖의 방법으로 수익을 얻는 자가 대상이 되는데 결국 손해배상을 받게 하는 건 게재자가 허위조작정보나 불법정보를 유통하고, 그걸로 인해 수익을 얻었을 때 그 수익을 박탈하겠다는 취지”라며 “유튜브는 직전 90일간 3회 이상 영상을 업로드 해야 수익화가 가능하다. 또 구독자 수 10만명 이상을 달성하면 ‘실버 버튼’을 부여하고 영향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동시에 수익 창출이 본격화되는 단계이기에 배액배상 요건을 충족하는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1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방미통위 주최 <허위조작정보 체계적 대응을 위한 정보통신방법 시행령 개정> 토론회에서 신영규 방미통위 국장이 발제문을 발표하고 있다. /박지은 기자

‘구독자 수·조회수 10만’으로 기준을 삼기엔 대상이 너무나 많고 여러 변수가 있다며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방미통위는 기본적으로 방송사 등 사업장 규제법적인 체계를 갖고 있다. 그런데 사업자가 아니라 개인 크리에이터 또는 어떤 발화자 관점에서 행정기구가 표현물에 대한 규제, 처분성을 주는 효과들이 있어 사업자라는 개념을 좀 더 명확하게 한다면 더 높이는 게 맞다”며 “방미통위는 그 자체로 내용적 판단을 하지 않는 판단 유보적 설계로 되어 있는데 사후에 충분히 법적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원 판결로 불법, 허위조작이 확정된 정보를 반복 유통할 경우 방미통위는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 이 기준에 언론사 운영 유튜브 채널 등에 대한 포함 여부가 시행령으로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 교수는 “언론사가 포함이 되는가에 대한 논쟁이 있다.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불법정보, 허위조작정보 신고와 조치, 자율적인 운영정책) 관련 개정 망법 조항에선 언론중재법에 따른 사업자인 언론사는 제외된다는 규정이 있다”며 “일반 이용자는 망법으로 가지만, 언론 매체 같은 경우 언론중재법 등으로 간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여서 임시 조치 적용을 안 해왔다. 언론 관계법과의 이원 운영에 대해 정확하게 하고, 시행령이나 고시에도 언론 보도 적용 여부에 대해 설명하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투명성센터,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판정 기관 돼선 안돼"

이밖에 개정 망법엔 허위조작정보의 사회적 폐해 방지를 위해 투명성센터 설립 근거가 마련됐는데 사실확인 단체의 데이터베이스 운영 및 지원, 사실확인 단체에 대한 지원 등이 수행할 업무로 규정돼 있다. 이 조항 중 방미통위는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실확인 활성화에 관한 사업’을 시행령으로 정해야 한다.

방미통위가 규정한 투명성센터 업무 중엔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플랫폼 사업자) 제출 의무가 있는 ‘투명성 보고서’의 분석 △플랫폼 사업자와 사실확인 단체와 협약 체결 및 협력에 대한 지원도 있다. 이에 대해 황용석 교수는 “투명성센터가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판정 기관이 아니라 팩트체크 생태계에 대한 일종의 지원, 기관적 성격이 시행령에서도 분명하게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정 망법 상 플랫폼 사업자는 6개월에 한번 불법정보와 허위조작정보 신고 건수, 조치 결과 등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사실확인 단체와 사실확인 활동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명시된 점 등을 고려한 발언이다. 방미통위는 이 조항 시행령으로 ‘사실확인 단체가 플랫폼 사업자가 운영하는 망에서 허위정보, 조작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사실관계를 검증한다’고 규정했다.

황 교수는 “플랫폼 사업자의 법 이행에 대한 일종의 감독자적인 역할을 갖고 있는데 허위성이나 조작성에 대한 판단은 투명성센터가 하지 않으면 어려워 보이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우려하며 “투명성센터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판단자로서의 설계가 입법에서도 되어 있지 않기에 분명한 단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방미통위는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향후 입법예고안 심의 의결 과정에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도 8일 전체회의에서 “법 제정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처럼 표현의 자유와 공적 책임의 조화를 설정하기 위한 기준이 전 세계적으로 확고하게 마련되어 있지 않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 새로운 제도가 도입돼 시행착오도 불가피할 것”이라며 “행정기관으로서 입법에 의해서 초래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입법예고안에 대한 산업계, 전문가, 시민사회의 의견들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