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족집게? 방송사들 지방선거 출구·예측조사 총력전
당초 여당 압승 예상됐지만, 투표일 다가오며 격차 좁아지는 혼전 양상
지상파, 후보 결정요인 등 추가문항 준비 … JTBC, 종편 유일 예측조사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방송사들이 출구·예측조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애초 여당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투표 날짜가 다가오며 혼전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어떤 방송사가 민심을 가장 정확하게 예측할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와 한국방송협회는 올해도 공동예측조사위원회(KEP)를 꾸리고 출구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16개 시·도 광역단체장 및 교육감 당선자를 예측하며,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경우 격전지인 경기도 평택시을과 부산시 북구갑 두 곳만 출구조사를 진행한다. 경기 평택을은 김용남·유의동·조국 후보 간, 부산 북구갑은 하정우·박민식·한동훈 후보 간 백중세가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KEP는 4년 전보다 다소 줄어든 595개 투표소에서 선거 당일 출구조사를 실시한다. 지난 지선과 비슷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물가가 오르면서 조사 규모가 소폭 축소됐다. 예산은 약 28억원 수준으로 부가가치세를 포함하면 방송사 1곳당 부담하는 금액이 10억원을 훌쩍 넘는다. 다만 국회의원 선거와 비교할 때 지선은 비용 부담이 적은 편이다. 2024년 총선 땐 전국 2000여개 투표소에서 출구조사를 시행해 총 사업비만 72억8000만원이 소요됐다. 가장 비용 부담이 적은 조사는 대통령 선거로, 지선의 절반 수준인 300여개 투표소를 살핀다.
KEP는 이번 선거에서도 투표 시작 시간인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출구조사를 진행한다. 득표율 조사를 넘어 유권자의 복심을 확인하는 ‘심층 출구조사’ 역시 시행한다. 후보 결정 요인과 응답자 정치 성향, 주요 사회 현안에 관한 의견 등 추가문항을 조사해 투표자들의 표심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더불어 그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사전투표자 여론을 예측하기 위해 별도로 3만명 정도를 전화 조사한다.
여도관 방송협회 기획심의부장은 “정확도를 위해 여러 보정 작업을 많이 하는데, 이번 선거의 경우 서울·경기보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에 격전지가 많아 그쪽에 조사 투표소 수나 전화 조사 비율을 많이 반영했다”며 “‘샤이 보수(보수 성향을 솔직히 밝히지 않은 지지자)’가 얼마나 있을지도 관건이다. 진보 성향이 사전투표를 많이 한다는 건 잘 알려진 상식인데, 투표 당일 보수 성향 유권자가 결집해 투표 간 간극이 너무 벌어지게 되면 예측이 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상파 3사는 지난 대선 출구조사에서 당선인과 순위는 맞혔지만 후보별 득표율은 오차범위를 크게 벗어나 비판을 받았다. 2024년 총선 때도 여야 의석수 예측치가 실제와 달라 사과 방송을 하기도 했다. 다만 4년 전 지선의 경우엔 초접전이 벌어진 경기도지사를 제외하고 모든 선거구를 정확하게 예측했다.
이들은 6월3일 오후 6시 투표 종료와 동시에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 직후 15분간은 매체 형태에 관계없이 인용이 제한되며, 이를 어길 시 법적 대응이 이뤄진다. 지난해 12월 법원은 2024년 총선 때 출구조사 결과를 무단으로 사용한 한 유튜브 채널에 대해 총 6000만원의 배상을 결정한 바 있다. 여도관 부장은 “인용 제한은 각 방송사들이 데이터를 한 바퀴 돌리는 시간을 감안해 결정된다”며 “정당별 의석수와 각 지역구 당선자 예측 결과를 모두 방송해야 하는 총선은 30분 정도, 대선은 10분 정도 걸린다. 지선 역시 단체장과 교육감, 보궐 두 곳을 합하면 10분은 훌쩍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JTBC도 종합편성채널 중 유일하게 이번 지선에서 예측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초 김진우 보도국 부국장을 단장으로 한 ‘지방선거방송기획단’을 발족하고 기자, PD 등 수십 명의 상근 인력을 투입해 예측조사를 포함한 선거방송 전반을 준비 중이다. 예측조사는 전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전화 조사 방식으로 이뤄지며, 광역단체장과 일부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조사한다. 사전투표 기간을 포함해 선거 전후 일정 기간 동안 진행되며, 사전투표 의향과 실제 사전투표 여부를 확인하는 질문 역시 반영할 예정이다.
JTBC 지방선거방송기획단 관계자는 “단 한 명의 예측 1위를 찾아내는 대선과 비교해 16개 시·도에서 각각의 1위 후보를 예측해야 하는 지선은 더 정밀한 조사 설계가 필요하다”며 “지역별로 다른 민심과 선거 전까지 이어지는 표심의 흐름을 민감하게 읽어내기 위해 유권자 대상 전화 조사에 더해 심층 면접 조사, 지역별 전문가 인터뷰 등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과반 미달’과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40%대’ 득표율을 ‘족집게’처럼 예측해낸 MBN은 이번 지선에선 예측조사를 진행하지 않는다. 윤석정 MBN 정치부장은 “대선은 어떻게 보면 단일 지역구인데, 지선은 광역 선거라고 해도 16개로 세분화되다 보니 언론사 한 곳이 단독으로 조사를 진행하기엔 오차에 대한 위험성이 있다”며 “시청자들에게 착오를 드리지 않기 위해 아쉽지만 이번 지선은 예측조사를 건너뛰기로 했다”고 말했다. 채널A와 TV조선 역시 별도로 예측조사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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