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지연된 정의_부장판사 판결문 늑장 송달

[제427회 이달의 기자상] 고민주 KBS제주 기자 / 지역 취재보도부문

고민주 KBS제주 기자.

법정에서 선고를 듣다 보면, 그 안에는 무수한 눈물과 안도, 절망과 기쁨이 뒤섞여 있다는 걸 느낍니다. 판사의 한마디가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판사는 법정을 찾은 모든 이에게 최대한 빠르고 명쾌한 답을 줘야 합니다.


2월, 한 변호사의 제보가 있었습니다. “선고는 났는데 판결문이 오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재판은 끝났지만 판결문을 받지 못해 소송 당사자는 강제집행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판결문 늑장 송달로 멈춰버린 당사자들의 시간을 따라가다 보니, 문제는 한 사건만이 아니었습니다. 제주지방법원에서 근무했던 김모 부장판사는 2년 동안 64건의 판결을 선고한 뒤, 판결문을 한 달이 넘어서야 당사자에게 송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길게는 반년 가까이 판결문을 받지 못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판사들은 우리네 심정을 모른다”는 한 당사자의 말이 오래 맴돌았습니다. 이후 계속 ‘왜’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 판결문 송달이 늦어졌는지, 왜 법원은 송달 지연 통계조차 관리하지 않는지 하나씩 확인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법원 문턱이 높다는 것도 절실히 느꼈습니다. 복도 촬영조차 허가가 나지 않았지만, 촬영기자 고진현 선배의 새로운 촬영 덕분에 취재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또 채승민 선배, 강탁균 선배 덕분에 취재 방향을 잡고 기사를 더 잘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보도 이후 법원행정처는 대책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후속 보도를 이어가며 더 끈질기게 취재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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