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 줄였더니 트래픽 증가? '양보다 질' 전략 통했다

영국 미디어지 프레스가제트, 액시오스·더 타임스 사례 조명
'기사 발행 20% 축소, 트래픽 30% 증가'… "독창적 보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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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권 매체에서 기사 수를 줄이는 전략을 통해 트래픽을 상승시킨 사례가 잇따라 나와 주목된다. 과거 검색엔진 최적화(SEO) 등 키워드에 의존해 클릭을 좇던 관행에서 탈피해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에 집중했더니 오히려 성과가 났다는 것이다. SEO 시대를 지나 AI 시대를 마주한 국내 언론들 역시 기존 기사 생산 관행에 대한 검토, 독자에 대한 고려 등 근원적 고민을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영국 미디어전문지 프레스가제트(Press Gazette)는 7일 <기사 수 감소, 페이지뷰 증가: 액시오스, 양에서 질로 전환>(Output down, page views up: Axios shifts from volume to value) 기사를 통해 미국 뉴스 브랜드 액시오스의 사례를 전했다. 기사는 액시오스 뉴스 총괄 책임자 벤 버코위츠(Ben Berkiwitz)의 팟캐스트 발언을 인용, “액시오스는 고수준 독자들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고 트래픽 추구를 중단하기 위해 기사 생산량을 4분의 1로 줄였지만, 페이지뷰는 오히려 증가했다”고 적었다.

액시오스의 '양보다 질' 전략을 조명한 프레스가제트 기사.

기사에 따르면 액시오스는 올해 1분기 기사 생산량을 전년 동기 대비 22% 줄였다. 하지만 이 기간 페이지뷰는 오히려 30% 증가했고, 방문자당 페이지뷰 역시 22%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엔 미국 정부의 대규모 해고 사태를 비롯한 주요 뉴스들이 있었는데도 이 같은 성과가 나왔다. 2017년 액시오스 출범 이래 트래픽 측면에서 가장 좋은 ‘1분기’였고, 전체 분기 중에서도 두 번째로 좋은 성과였다. 버코비츠는 기사에서 “이란 전쟁의 발발이 수치 상승에 기여했지만 해당 기사들을 제외하더라도 트래픽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전쟁으로 인해) 뉴스룸의 본능적인 반응은 생산량을 급격히 늘리는 것이겠지만, 우리는 생산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확고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고 했다.

배경엔 지난해 말 시작된 ‘작은 것이 더 큰 효과를 낸다(Less is More)’는 전략이 있다. 이는 “기사를 줄여라. 정말 중요한 내용만 써라. 클릭 수나 독자 수, 트래픽만 추구하지 마라. 독자를 선별하라”란 방향성이다. 그는 과거엔 트래픽에 초점을 맞추고 SEO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하며, “(이는 액시오스의) 창립 목적이 아니며, 진정한 핵심 사명도 아니었고, 독자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도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우리는 안목 있는 독자, 경영진 독자, 워싱턴 권력의 중심에 있는 독자를 타깃으로 삼았다. 그리고 단순히 헤드라인을 쓰기 위해 헤드라인을 작성하는 것은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해당 기사엔 ‘트래픽이 여전히 가치 있지만, 기존의 정보 홍수는 사라졌거나 사라져 가는 등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는 인식이 담겼다. 구글의 인공지능(AI) 요약 기능이 성장하는 가운데 AI 요약은 뉴스 사이트만큼 빠른 업데이트가 어려워 ‘속보’는 여전히 견고한 콘텐츠 유형이지만, 많은 기자가 같은 기사를 써 속보가 상품화됐다고 버코위츠는 지적했다.

그는 “신속한 대응을 해낼 수 있는 아주 뛰어난 속보 기자들이 다수 있지만 그럴 필요가 있을까. 어떤 말을 해야 가치를 더할 수 있을지가 핵심 아닌가”라며 “독창적인 내용이 있거나, 단독 보도이거나, 특종이거나, 독보적인 정보를 보유하고 있거나, 첫 문장부터 평범한 헤드라인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사들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객관적인 분석(clinical analysis)은 액시오스 성공의 핵심”이라면서 “단순히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알려주는 바로 그 객관적인 분석”이라고 덧붙였다.

버코위츠는 “우리는 매일 무언가 달라지는 스타트업의 마인드를 유지하고 있다. 오늘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변할 수 없다는 뜻도, 변하지 않을 거란 뜻도 아니다”라면서 “핵심 질문이 우리가 올바른 기사를 올바른 방식으로 다루고, 독자들에게 올바른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란 뜻이다. 조직을 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기사는 적게, 질은 더 높게’

앞서 프레스가제트는 같은 방향성으로 성과를 낸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The Times)의 사례도 소개한 바 있다. 4월8일자 <타임스의 ‘기사는 적게, 질은 높게’ 전략이 독자 수 증가로 이어져>(Times ‘fewer, better stories’ strategy leads to run of audience growth) 기사에 따르면 타임스는 이 전략으로 3개월 연속 기록적 독자(세계 기준) 수 증가를 이뤘다.

안나 스버토니(Anna Sbuttoni) 타임스 디지털 부문 부국장을 인터뷰 한 기사는 타임스가 전략 실행 후 일일 기사 발행량을 200건 이상에서 150건(25% 이상 감소)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데스크의 경우 발행량을 30% 줄였다. 이후 전년 대비 유기적 검색 트래픽은 29%(2월 기준), 구글 디스커버 트래픽은 150%, 소셜미디어 유입은 100% 이상 증가했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 홈페이지.

스버토니는 이 전략에서 핵심으로 5가지를 꼽았다. 우선 “다른 곳에서 접할 수 없는 독점적이고 독창적인 보도”다. 그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기자들에게 “기사의 사소한 세부 사항까지 모두 보도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알리고, “진정으로 가치가 높은 콘텐츠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속보성 콘텐츠의 중요성도 거론됐다. 스버토니는 “중요한 사건이 전개되는 대로 실시간으로 보도하는 것”을 강조하며 라이브 블로그를 통한 콘텐츠가 보도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 외 “비록 해당 기사가 이미 공개됐거나 경쟁사가 먼저 보도했더라도 어떻게 가치를 더하고 그 기사를 타임스만의 독특한 콘텐츠로 만들” 수 있을지, “데이터를 활용해 장기화된 기사에 대한 독자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독자가 여전히 관심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원하는지 확인”하는 것, 헤드라인과 이미지, 서문을 통해 “이 기사가 읽을 가치가 있는 것인지, 왜 클릭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하는 것을 강조했다.

이 같은 전략은 2년 전 뉴스룸에서 기사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통해 시작됐다. 그 결과 전체 기사 중 4분의 1은 2000명 미만 또는 비회원 방문자에게만 읽히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스버토니는 “이러한 기사 중 상당수가 다른 곳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평범한 기사였고 종종 단 하나의 사실만을 다루는 기사였다”면서 “검토 끝에 기본적으로 그러한 기사들의 게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아울러 소셜미디어에서 기자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향으로 전환했다고 말하며 그는 “기자들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고, 우리가 하는 일의 가치와 이러한 기사들을 보도하는 데 실제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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