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방송소위원회가 2년 전 박장범 당시 KBS 앵커의 ‘파우치 해명’ 보도에 법정제재를 의결했다. 방미심위 출범 후 처음으로 나온 법정제재 의견이다.
방미심위 방송소위원회는 12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2024년 2월8일 박장범 당시 앵커가 “(김건희씨가 수수 의혹을 받는 명품 가방의) 제품명이 파우치”라고 발언한 KBS 뉴스9 보도에 대해 제작진 의견진술을 진행, 법정제재인 ‘주의’를 의결했다. 법정제재엔 가장 낮은 단계인 ‘주의’부터 ‘경고’, ‘관계자 징계’, ‘과징금’ 등이 있으며, 방송사 재허가 및 재승인 시 감점 사유로 작용한다.
박장범 당시 앵커는 뉴스9 보도에서 전날 자신이 진행한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의 대담 주요 내용을 전하는 리포트를 소개하기에 앞서 “어제(7일) 대담 이후 난데없이 백이냐 파우치냐 논란이 시작됐다”면서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같은 외신들은 어떤 표현을 쓸까? 모두 파우치라고 표기한다. 제품명 역시 파우치”라고 설명했다.
이후 해당 보도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반했다는 더불어민주당 등의 민원이 제기됐으나, 류희림 전 방심위원장 시절 민원 적체 등으로 논의되지 못한 안건은 방미심위 출범 후 방송소위 첫 심의 안건으로 상정됐다.
이날 회의에선 여권 추천 위원들을 중심으로 앵커가 방송에서 자신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승호 위원은 “300만원짜리 고가의 선물을 받은 것을 ‘조그마한 파우치’로 의미를 축소했다는 논란이 일었던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사자인 앵커, 대담의 진행자가 장시간 앵커멘트를 통해 자신의 입장에서 ‘파우치가 맞다’고 항변한 것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의견진술에 참석한 이재원 KBS 취재1주간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사안에 대해서는 제작 주체인 앵커가 맥락과 기준을 설명하는 것이 시청자에 대한 책임 중 하나”라면서 “앵커가 개인적인 설명을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미 하나의 이슈가 된 상황에서 왜 그런 용어를 사용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모두 파우치라고 표기한다”는 표현이 사실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홍미애 위원은 “외신 두세 개를 마치 전체인 것처럼 멘트로 전달한 것은 의도성이 있다. 법정제재를 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결국 방송소위 위원 5명 중 3명이 법정제재 ‘주의’ 처분에 동의하면서 최종 의결이 이뤄졌다. 앞서 4월21일 회의에서 ‘관계자 징계’ 의견을 밝혔던 김민정 부위원장은 “공정성 심의를 폐지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 있기도 하고, 방송 시점이 상당 시간 지나서 심의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재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면서 “사안의 중대성과 방송사의 귀책 사유를 판단해 볼 때 과반 의견에 따라 ‘주의’ 의결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야권 추천 위원들은 법정제재를 할 만한 수준의 과실이 아니라고 봤다. 김우석 위원은 “(보도의) 배경이나 의도를 유추하거나 추정해서 제재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다만 “‘외신 모두’라는 표현은 객관적이지도 않고 사실을 반영하지도 않았다”며 행정지도를 주장했다. 김일곤 위원은 ‘문제없음’ 의견이었다.
이날 방송소위가 결정한 법정제재는 전체회의 표결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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