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금 바닥, 은행서 돈 빌리는 지역MBC… 관사 매각까지

만성적자 허덕여, 운영자금 부족
차입금 고갈땐 유동성 위기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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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지역MBC는 관사, 콘도 회원권 등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 매각에 나섰다. 팔아봤자 몇억원 나오지도 않지만 운영자금에 한 푼이라도 보태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MBC의 자금 부족은 이 회사만 해당하지 않는다. 적자가 수년째 이어지며 유보금을 운영자금으로 활용하거나 유보금이 바닥나 은행 대출을 받는 지역MBC까지 나왔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결산공고를 종합하면 제주MBC는 2024년 5억5700만원, 2025년 25억5700만원을 신한은행과 제주은행에서 빌렸다. 포항MBC는 2025년 은행 대출 10억원을 받았다. 경영난에 운영자금으로 활용한 유보금은 고갈됐고,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최근 3년(2023년~2025년)간 지역MBC 평균 영업손익을 따져보면 16곳 모두 마이너스였다. 영업적자액이 3년 평균 적게는 9000만원(목포MBC)에서 많게는 113억원(부산MBC)에 달한다. 매년 수십억씩 적자가 불어나 유보금으로 필요한 비용을 썼지만, 유보금마저 점점 고갈되어 가고 있다. 최근엔 임금피크제 소송에 패소하면서 대규모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지난해 말 원주MBC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억원, 단기 금융상품은 46억원이다. MBC충북도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 금융상품을 합한 유동성이 52억원에 불과하다. 현금성 자산은 보통예금, 단기 금융상품은 정기예금, 채권, CD(양도성예금증서) 등을 말한다.


다른 지역MBC의 유동성도 녹록하지 않다. 적자가 계속되고 유보금이 잠식되면 차입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9년 대구 수성구 범어동 사옥 부지를 매각한 대구MBC, 2021년 부산 수영구 민락동 사옥 부지를 매각한 부산MBC는 수천억원의 유보금이 있지만 대다수 지역MBC는 100억원에서 200억원 수준이다. 이해승 지역MBC 전략지원단장은 “방송광고가 지금 추세로 계속 급감하면 몇 년 안에 많은 지역방송사들이 운영자금 고갈로 은행 대출을 받아야 할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지역MBC의 수익구조 악화는 광고매출 급감에서 비롯됐다. 10년 사이 지역MBC 광고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발표하는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2188억원에 달하던 지역MBC 광고매출액은 2024년 943억원으로 폭락했다. 올해 1분기도 매월 10~20% 가까이 광고가 급감하며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한 지역MBC 노조위원장은 “흑자가 난 해가 있었는지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자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려고 내놨는데 지역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팔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몇몇 지역MBC는 일찌감치 태양광, 커피원두 납품, 공연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콘텐츠를 만들어 파는 방송 본업으로 생존할 수 없어서다. 다양한 ‘방송 외 사업’으로 상당한 수익을 내는 방송사도 있지만, 사업에 투자했다 실패한 지역MBC도 있다. 포항MBC는 2000년대 초반 멀티플렉스 영화관 사업을 시도했다가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자 포기했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유보금 손실이 발생했다.


이승용 포항MBC 사장은 “이재명 정부 기간 중 전체 지역MBC 3분의 1 정도가 지급불능에 빠지거나 그 직전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적자가 계속되고 유보금이 고갈되면 차입할 수밖에 없는데 방송사 건물은 담보로 인정하지 않아 대출이 안 되고, 비업무용 토지 같은 비핵심시설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그게 부족한 지역은 대출도 어렵다. 자산 대비 차입할 수 있는 금액이 얼마 안 되고, 차입금이 고갈되면 순식간에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이 사장은 “사옥 매각으로 수천억원을 확보한 대구MBC와 부산MBC도 은행이자 등으로 적자를 메꾸며 버티는 상태”라며 “박성제 사장 때 추진한 ‘ONE MBC’ 프로젝트 중단 이후 서울 본사의 리더십 부재가 계속되고 있고, 지역방송은 지역의 핵심 인프라인데 정부는 지원 없이 의무만 부과하고 있다”고 했다.


이해승 단장은 규제 철폐와 지역방송 공적재원 지원을 강조했다. 이 단장은 “지역방송을 지역 민주주의 인프라, 공적 기구로 인식하고 최소한의 공적재원 투여 장치를 법제화해야 한다”며 “지상파에 과도하게 적용하고 있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방송통신발전기금 가운데 일부를 지역방송 지원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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