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이스라엘 비판' 파장… 조선일보 "대통령 직접 수습해야"
10일 대통령 SNS 글 이후 이스라엘-우리 정부 반박·재반박
경향 "대통령의 미국 맹방 공개비판, 당사국 반발도 전례없어"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글을 잇달아 올리면서 이스라엘이 이에 반발하고, 우리 정부가 다시 이를 반박하는 등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주말을 뜨겁게 달군 이 논쟁은 13일 주요 일간지 사설에서도 비중 있게 언급됐는데, 정치권 반응만큼이나 관점이 엇갈렸다.
발단은 이 대통령이 10일 오전 X(엑스·옛 트위터)에서 한 영상을 공유하며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47분 엑스에서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팔레스타인 아이를 고문한 뒤 지붕에서 던져버렸다’는 설명과 영상이 함께 게재된 게시글을 공유하며 “이게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어떤 조치가 있었는지 알아봐야겠다”면서 “우리가 문제삼는 위안부 강제, 유태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다”고 썼다.
그러나 해당 영상은 2년 전 촬영된 것으로 기재된 설명과도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이 대통령은 약 4시간 뒤 다시 엑스에 글을 올려 “조금 다행이라면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시신이었다는 점이지만, 시신이라도 이와 같은 처우는 국제법 위반”이라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제인도법은 준수되어야 하며, 인간의 존엄성 역시 타협할 수 없는 최우선 가치로 지켜져야 한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발끈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엑스에서 이 대통령이 처음 올린 글을 공유하며 “무슨 이유에서인지 2024년의 과거 사례를 들춰내어, 이를 현재 발생한 사건인 것처럼 허위로 묘사한 가짜 계정을 인용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님, 게시물을 올리기 전에는 항상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번엔 우리 정부 차원에서 재반박에 나섰다. 외교부는 11일 역시 엑스에 글을 올려 “우리는 이스라엘 외교부가 대통령께서 특정사안에 대한 의견이 아닌 보편적 인권에 대한 신념을 표명한 글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고 이를 반박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우리 정부는 이스라엘이 지적한 테러를 포함, 모든 형태의 폭력과 반인권적 행태를 단호히 반대하며, 국제인도법과 인권은 예외없이 준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여 왔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도 “끊임없는 반인권적 반국제법적 행동으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전 세계인들의 지적을 한 번쯤은 되돌아볼 만도 한데 실망”이라며 이스라엘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어 박태훈 진보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준비위원장이 야당 등의 비판에 반박하며 ‘이스라엘 스스로 확인한 시신 앞에서, 검증을 논하는 자들에게’란 제목으로 엑스에 쓴 글을 공유한 이 대통령은 “사욕을 위해 국익을 훼손하는 자들을 매국노라 부른다”면서 “심지어 국익을 포함한 공익추구가 사명인 정치와 언론 영역에서도 매국행위는 버젓이 벌어진다”고도 했다.
경향 “상식”, 한겨레 “환영”… 세계·조선 “대통령이 논란 자초”
이렇게 주말 내내 이어진 논란에 경향신문은 13일 사설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국제 인권 이슈와 관련해 미국의 맹방인 국가를 공개 비판한 것도, 당사국이 그에 반발해 국가 간 갈등으로 비화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다만 경향은 이스라엘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경향은 “이 대통령이 외교적으로 민감한 주제와 관련한 사견을 SNS에 올리는 게 적절한가를 두고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면서도 “분명한 건 이 대통령 글이 일제강점기를 경험한 한국인의 평균적 상식과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권 가치에 부합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아예 이 대통령의 언급을 “환영”하고 나섰다. 한겨레는 <환영할 만한 이 대통령의 “이스라엘 반인권” 언급> 제하의 사설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은 평화를 염원하는 전세계 시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며 이스라엘을 향해 “‘과거의 고통이 현재의 잔혹한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레바논계 영국 언론인 기다 파크리)는 비판이 왜 나오는지 깊이 성찰하기 바란다”고 했다.
반면 대통령이 외교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조선일보는 <평지풍파 외교 파장, 증폭 말고 진정시켜야> 제하의 사설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사실과 다른 동영상으로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이스라엘 정부가 반박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전한 뒤 “국가 정상이 틀린 사실을 앞세워 우호적 국가를 공개 비난한 것도, 그 나라 외교부가 ‘규탄’ 같은 적대적 용어로 상대국 정상을 반박한 것도 외교 상식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조선은 이어 “이스라엘의 과도한 군사 행동과 이로 인한 민간인 희생은 국제적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보편적 인권’을 강조할 목적이었다면 내용과 시기 등을 고려해야 했다”면서 “전쟁 중인 국가를 상대로 소셜 미디어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인용하며 홀로코스트까지 언급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느닷없는 소셜 미디어 발언에서 시작된 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건 대통령 자신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세계일보도 <외교 논란 자초한 李 대통령의 이스라엘 비판>이란 사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대한민국 대통령의 SNS 게시물이 외교 문제로 비화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라며 “양측 모두 물러날 조짐이 없어 1962년 수교한 한·이스라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유대인의 세계적 존재감이나 미국 정부에 대한 이스라엘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조기 봉합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의 말과 글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무게를 지닌다. 국익과 실용을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정제된 외교행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중앙 “대통령 SNS 발신 시스템 재점검을”
국민일보와 중앙일보도 대통령의 SNS 메시지 발신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일보는 <대통령의 온라인 소통 방식 고민해 볼 필요 있다>는 사설에서 “최근 부동산 등 사안에서 대통령이 SNS를 통해 해법을 제시하며 효능감을 보여준 건 맞다. 다만 대통령의 글은 정책 방향이자 국가의 입장으로 읽히기에 더욱 신중하고 사려 깊어야 한다”면서 “외교 부문만이라도 대통령이 청와대 관계자들과의 교감 속에 글을 올리는 형식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이 대통령이 지난 2월 캄보디아 내 중국 범죄조직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한국인 건들면 패가망신’이라고 현지어로 메시지를 올렸다가 캄보디아 측의 항의를 받고 삭제한 일을 언급하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대통령의 SNS 메시지 발신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잘못된 부분은 즉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중앙은 “불필요한 외교 마찰로까지 번진 이번 사안만 해도 대통령이 공식 계정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올리기까지 청와대 내부에서 검증하거나 보좌하는 과정은 전혀 없었다”면서 “청와대는 대통령의 메시지 전달 체계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 이란 전쟁의 향방에 국익이 걸린 예민한 시기인 만큼 세계인이 보는 소셜미디어에 대통령이 의견을 밝히다 부작용을 낳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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