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 줄사퇴, 독립성 우려… 방미심위 출범부터 삐걱
김우석 상임위원 호선에 반발
위원들 연이어 사직서 제출
첫 '공무원 위원장' 임명 앞두고
일각 "정치 입김 자유로울 수 있나"
1기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위원 구성을 마치고 출범한 지 한 달여가 지났으나 내부의 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김우석 상임위원 호선에 반발한 위원들이 연이어 사직서를 제출하며 방미심위는 첫 심의가 열리기도 전에 와해될 위기를 맞이했다. 여기에 방송 심의 기구 역사상 첫 ‘공무원 위원장’ 임명을 앞두고 독립성 침해 우려까지 가중되는 모양새다.
7일 현재 방미심위 위원 9명 중 2명이 사퇴 의사를 밝힌 상태다. 최선영 위원은 김우석 위원의 상임위원 호선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재검토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3월24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승호 위원 역시 김 위원의 상임위원 호선에 반발하며 3월23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최 위원은 여당과의 협의를 거쳐 국회의장이, 조 위원은 대통령이 추천해 위촉된 인사다.
최 위원은 6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미심위 전체회의에서 비공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김 상임위원의 호선 과정에 절차적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다. 3월23일 제3차 전체회의 당시, 본래 세 번째로 예정됐던 상임위원 호선 안건이 당일 갑작스럽게 첫 번째로 상정돼 의결되는 과정에서 위원들의 동의 절차가 없었다는 것이다. 앞서 두 차례 호선이 불발됐던 김 위원은 이날 비공개·무기명 투표 끝에 위원 9명 중 찬성 6표, 반대 3표로 호선됐다.
최 위원은 위원들이 안건을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보장받지 못했으므로 의결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위원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상황에서 사전에 숙지하지 못한 안건이 상정되어 충분한 의견 개진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반면 당시 회의를 주재한 김민정 부위원장은 “절차적 위법성이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미 해당 안건에 대해 1·2차 회의에서 상당 시간 논의가 이뤄졌으므로 준비권 침해라 보기 어렵고, 세 차례 회의 모두 9인 전원이 참석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결국 이날 회의는 안건 재논의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산회했다.
앞서 1일 열린 고광헌 방미심위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김우석 상임위원 호선의 부적절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위원은 류희림 방심위원장 체제에서 정부 비판 보도에 무더기 중징계를 내리며 ‘정치 심의’에 가담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광헌 후보자를 향해 “김우석 위원은 과거 류희림 체제에서 방심위원으로 활동하며 극우 매체에 공개적으로 편파적인 칼럼을 썼던 사람”이라면서 “중립성과 공정성,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인가. 과연 상임위원의 자격이 있냐”고 반문했다. 다만 고 후보자는 “현 인사 절차에 따라 호선된 상임위원 신분”이라며 “개인적 언급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6·3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구성과 관련해서도 중립성을 훼손한 인사가 위촉됐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추천으로 선방위원에 위촉된 박기완 위원은 보수성향 시민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 사무총장과 모니터단장을 지내며 MBC에 대해 수백 건의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박기완 당시 공언련 사무총장이 어떤 보도에 민원을 넣었는지 공언련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가 되어 있다. 매우 자랑스러워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론적으로는 이런 하자가 발견될 경우 취소 의결을 하고 해촉할 수도 있지 않냐”고 지적했다. 이에 고 후보자는 “이해충돌 논란이 있다”면서도 “정당에서 추천한 심의 위원은 그대로 수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위원장이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명되면 ‘민간 독립기구’인 방미심위가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인사권자의 의중을 헤아리겠다”는 고 후보자의 발언도 그런 우려를 더 키웠다. 고 후보자는 대통령 추천으로 방미심위 위원에 위촉됐고, 위원회 회의에서 위원장으로 호선됐으며,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명된다. 방송 내용을 심의하는 기관의 장이 인사청문회를 거쳐 공무원으로 임명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위원장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보하고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면 (본인의) 결심과 관계없이 직제상 대통령 지시에 복종해야 하고, 선진국도 그래서 이렇게 안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지시를 따르는 검열기구가 될 수 있는 제도적 틀”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고 후보자는 “방미심위 독립이 중요하다”며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방미심위 내부에서는 김민정 부위원장이 방송심의소위에 참여하는 데 대한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김 부위원장의 배우자가 MBC에 근무하고 있어 공정한 심의를 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김 부위원장은 방미심위 주간업무보고에서 ‘MBC 관련 심의에 대해 포괄적 회피를 거부하고 사안별로 개별 연관성을 따져 제한적으로만 회피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방미심위지부는 3월31일 성명을 내고 “심의기구의 생명은 ‘절차적 정당성’과 ‘심의의 공정성’”이라면서 위원회의 신뢰 회복과 공정성 시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향후 진행될 모든 방송심의 업무에서 전면 회피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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