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우 전 한겨레 사장 등 범여권 인사 다수가 포함된 YTN 이사회의 새 출범 후 YTN에서 수십 개 성명이 쏟아지며 ‘2008년 해직 사태’ 당시 수준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유진그룹이 최대주주가 된 후 벌어진 보도 문제 등을 유진그룹 추천 이사진이 해결하겠다는 한계를 비판하고, 여기 동참한 ‘진보 진영’ 인사들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는 내용이 주되다. ‘이사회 책임경영’ 선포에 이어진 ‘기구개편’을 두고도 노사가 각각 “‘양상우 사단’의 YTN 경영권 등 찬탈 시도”, “대주주로부터 독립적 경영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란 입장으로 맞서며 충돌은 지속되고 있다.
3월30일 이후 YTN 사내 게시판엔 YTN 이사진과 유진그룹에 대한 구성원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와 YTN기자협회 등 단체·부서 성명 6건을 비롯해 공채 2기에서 23기에 이르는 기수 성명 19건, 개인 게시글 19건이 게재됐다. 양상우 이사회 의장이 3월31일 “첫 출근의 설렘을 담아 우선 글로 인사를 올린다”며 쓴 글에서 “모두 감정보다는 ‘이성’을 우선시 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등 발언을 담으며 반발은 확산됐다.
30년차 이상부터 2023년 입사자까지, 기수 성명 등에 이름을 올린 인원만 260여명에 달한다. 2008년 낙하산 사장과 해직기자 사태 당시를 제외하면 구성원 전반이 이 정도 분노를 표한 일은 없었다. 1997년 입사한 5기는 기수 성명에서 “언론의 정도를 저버린 행태 뒤에는 유진이 버티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아는데, 유경선(유진그룹 회장)이 꽂은 인물들이 저널리즘 책무를 조사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022년 입사한 22기는 “우리는 양상우 이사를 필두로 한 당신들이 딛고 서 있는 땅 자체가 잘못됐다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3월27일 주주총회를 거쳐 새로 꾸려진 이사회 역할에 대해선 ‘유진그룹 체제 유지 뿐’이란 인식이 팽배하다. 19기는 “위법한 체제에 올라탄 새 이사회가 외치는 독립은 우리에게 말장난”이라고 했고, 6기는 “유진은 김백 때 본부장 무리를 앞세워 장악을 시도하더니 이번엔 ‘양파 이사회’로 생명 연장을 꿈꾸고 있다”고 했다. 특히 지난해 11월28일 ‘YTN 최대주주 자격 승인 취소’ 판결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후속 조치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유진그룹의 지배력 강화나 정치권 로비를 위한 대응으로 읽히는 행보에 진보 인사들이 힘을 보탰다는 배신감, 실망감이 팽배하다.
앞서 양 의장의 인사말에 대해 15기는 “우리에겐 진보와 인권을 업으로 삼아온 이들이 자본 앞에 쓰러져 부르는 곡소리로 들렸다”고 했다. 9기는 “‘진보’와 ‘인권’에 먹칠하지 말라. ‘이성’ 대신 ‘양심’을 돌아보라. 언론의 가치도, 언론인의 자존심도, 노동의 소중함도 짓밟은 유진그룹의 앞잡이가 된 것이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4월1일, 인권연대 사무국장으로 이번에 이사진에 참여한 오창익 YTN 사외이사가 유튜브채널 ‘김용민TV’에 출연해 한 발언으로 반발은 재점화했다.
오 이사는 방송에서 ‘유진그룹 최대주주 승인 취소’ 확정엔 수년이 걸리고, 지분 매각은 별개인 동시에 수천억원이 필요한 문제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공기업더러 사라고 지시할 수도 없다. 공기업은 배임이 되고, 대통령은 직권남용이 된다”고 했다. 장기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YTN이란 공공재를 방치할 수 없어 이사진에 참여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노조 중심 우리사주조합이 유진 퇴출 투쟁에서 모델을 보여주지 못했다’, ‘신입사원 권한 제한 등 기존 직원들의 기득권이 보이는 구조’ 등의 발언을 하며 “이질적 존재가 들어가니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그럴수록 저는 사명감을 느끼는 스타일”이라고도 했다.
‘이사회 책임경영 체제’가 선언된 YTN에선 와중에 이사회정책기획실이 신설되고 YTN 경영조직·직원이 재편되는 기구개편이 이뤄졌다. YTN 경영조직 일부와 직원들의 이사회 지원부서 배속, 신설 조직의 현 대표이사 직무대행 상위 구조 배치 등을 거론하며 YTN지부는 “현재 사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이는 결국 이사회가 직접 회사를 통제하겠다는 선언”이고 “이제 YTN은 사장도 없고 사장대행마저도 껍데기뿐인 허수아비가 됐다”고 평가했다. “‘양상우 사단’이 끝내 YTN 경영권 찬탈에 나섰다”는 인식이다.
YTN 사측은 6일 “이사회가 상법상 부여된 ‘충실의무’에 입각해 책임경영을 실천하겠다는 것을 ‘경영권 찬탈’”로 볼 순 없고, 여러 위원회 신설에 따른 최소한의 실무 조직을 꾸린 것이라 반박했다. 이사회정책기획실은 대표이사 직대의 통제를 받으므로 허수아비란 주장도 허위라며 “대주주 경영 간섭을 막고 투명하게 관계를 정리하겠다는데 ‘유진 퇴출’을 부르짖던 노조가 ‘경영권 찬탈’이라 비난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노조가 이를 재차 반박하는 등 양쪽 충돌은 지속 중이다. YTN지부는 상법 외 방송법 적용을 받지만 정당한 절차로 뽑힌 대표이사가 없는 현실에서 이사회나 경영진의 일방적 조직개편, 보도·경영 개입 행보는 차후 선출될 사장의 권한을 불법적으로 가로채는 경영권 찬탈이라 밝혔다. YTN지부는 양상우 의장 출근길 항의 피케팅에 대해 사전 약속을 잡으라는 입장을 직대 명의 공문으로 전달해온 것에 대해서도 “사장 대행은 이미 ‘이사회 대변인’으로 전락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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