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정신이 '기자 정신'으로… 27년 수련한 폴란드 기자

[2026 세계기자대회 / 인터뷰]
레나타 에바 김 폴란드 뉴스위크 폴스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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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세계기자대회’에 폴란드 대표로 참가한 레나타 에바 김 기자는 3월30일, 닷새 간의 대회 일정 중 주어진 유일한 자유 시간을 서울 강남에서 보냈다. 유명 관광지 대신 그가 향한 곳은 우렁찬 기합 소리가 울려 퍼지는 한 태권도장이었다.

레나타 에바 김 기자가 2023년 폴란드 한인연합회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태권도 시범을 보이고 있다. /본인 제공

이날 김 기자는 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수련의 시간을 가졌다. 27년째 태권도를 배우며 ‘5단’ 단증을 취득한 그는 “태권도는 인생의 한 부분이자 가장 사랑하는 활동”이라며 “죽을 때까지 태권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기자가 태권도와 사랑에 빠진 건 1999년 연세대학교로 어학연수를 왔을 때였다. 폴란드에서 한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한 뒤, 한국이라는 나라에 매료된 그는 유학을 결정했다. 이름 역시 남편의 성을 따라 ‘김’씨로 바꿀 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컸다. 특히 한국 생활 도중 그를 사로잡은 것은 태권도였다. 김 기자는 “어학연수 프로그램 중 한국 문화 수업이 있었는데, 첫 태권도 수업에 참여하자마자 그 매력에 빠져버렸다”고 회상했다.


폴란드로 돌아간 뒤에도 김 기자의 수련은 멈추지 않았다. 주 2회, 한 시간씩 열리는 성인반 수업을 거르지 않고 출석한 끝에 3년 만에 검은 띠를 땄다. 이후 한국을 방문할 때면 아무리 바빠도 최소 한 차례는 태권도장을 찾는 것이 그만의 철칙이 됐다.


첫 유학 이후 추가 어학연수를 왔을 때도, 2002년 월드컵 취재를 위해 한국 땅을 밟았을 때도 그는 도장에 들러 땀을 흘린 뒤에야 발길을 돌렸다. 이처럼 27년간 묵묵히 수련을 이어온 결과, 올해 6단 승급 시험을 앞두고 있다. 태권도 6단은 5단 취득 후 최소 5년 이상의 수련 기간을 채워야만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레나타 에바 김 기자가 3월30일 서울 강남의 한 태권도장에서 아이들과 태권도 일일 태권도 수업을 들은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본인 제공

김 기자는 현재 폴란드 현지 도장에서 사범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관장이 자리를 비울 때 성인반 수업을 도맡아 진행하는 보조 사범 역할이다. 이번 대회를 위해 한국에 오기 직전에도 3주간 관장을 대신해 수업을 이끌었다. 그는 “도장에서 관장 다음으로 단수가 높다”며 “폴란드 내에서도 꽤 높은 단수를 보유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태권도를 하며 27년간 이어온 정신 수련은 기자로 일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라는 태권도의 정신이 기자로서의 직업 정신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동료와 주변 사람들, 심지어는 경쟁 상대까지도 존중하는 법을 태권도를 통해 배웠어요. 이후 취재원을 만날 때도 이런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태권도 정신이 직업으로도 이어지면서 일을 할 때 더 강해진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기자로서 폴란드 내 최고 단수인 ‘8단’ 유단자를 인터뷰하는 등 틈이 날 때면 태권도 관련 보도에도 힘을 쏟고 있다. 태권도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무도이자 예술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김 기자는 “아직까지 태권도가 폴란드에서 아주 인기 있는 종목은 아니”라면서도 “태권도는 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사를 통해 “(태권도가) 신체적으로 건강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더 절제하고, 타인을 더 존중하며 겸손해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태권도의 매력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끝이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기본적으로 태권도는 죽을 때까지 수련할 수 있어요. 항상 교정해야 할 점이 있고, 끊임없이 배울 수 있다는 그 점이 좋아요. 최고 경지인 9단에 올랐다고 해도 ‘이제 수련이 끝났다’고 말할 수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정말 죽는 날까지 태권도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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