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주총 설전 속… 양상우 사내이사·이사회 의장 선임
YTN지부 규탄 "정상화에 역할? 유진 '방패막이'일 뿐"
주총서 '유경선 회장과 관계', '사장 출마' 질타 잇따라
YTN 이사회 '책임경영체제' 선언… 5개 위원회 신설도
YTN이 27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양상우 전 한겨레 사장 등 다수 범여권 인사들을 새 이사진으로 선임했다. 앞서 YTN 최대주주인 유진그룹이 지난해 말 ‘YTN 최대주주 자격 승인 취소 판결’과 관련해 정치권 로비를 위한 대응에 나섰다는 시선 속에 내부 비판이 나왔지만 결국 선임이 예정대로 이뤄진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이날 이사 선임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며 거세게 반발한 가운데 주총장에선 신임 이사진과 YTN 구성원 간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YTN은 27일 주총 결과를 담은 전자공시를 통해 새 이사진 선임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사내이사(저널리즘 책무이사)로 한겨레 제15·17대 사장을 지낸 양상우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가 선임됐다. 사외이사로는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전 프레시안·한겨레 사외이사), 이유정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 박광일 공영기업 대표이사(전 KT&G 부동산사업본부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기타비상무이사로는 이상규 비즈마켓 이사회 의장(전 한겨레 사외이사)이 선임됐다.
앞서 한겨레신문사 출신 등 범여권으로 평가되는 인사들이 다수 이사 후보로 포함되자 언론노조 YTN지부는 <진보의 가면 쓴 유진 앞잡이 ‘양상우 사단’에 경고한다. YTN을 넘보지 마라>란 성명을 내며 반발했지만 결국 이사 선임안이 가결된 모양새다. YTN지부는 유진그룹의 최대주주 자격을 무효화한 법원 판결이 나온 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후속 조치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유진그룹이 “정부와 집권여당 성향에 따라 맞춤형 부역자들을 간택해 정치권 로비에 활용하려는 속셈”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진보진영 인사들에 대해 “개인의 신념이나 명분과 상관없이 사적 이익을 채우려는 은밀한 욕망과 YTN을 장악해 돈벌이로 이용하려는 유진 자본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10시 주총을 앞두고 YTN지부는 서울 마포구 YTN사옥 1층 주총장 앞에서 조합원 120여명 모인 가운데 “유진체제 부역하는 이사 선임 결사 반대”, “양상우 사단 물러가라” 등 구호를 외치며 이사 선임 규탄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전준형 YTN지부장은 양 전 사장 등에 대해 “자신들이 YTN을 정상화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착각하는 거 같다. 임시방편 방패막이일 뿐이고 쓸모가 다하면 쫓겨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만약 정치권 로비 역할을 통해 유진그룹의 생명력을 연장한다면 YTN 구성원들에게 씻지 못할 죄를 짓는 거다. 신념과 양심에 따라 살아왔다면 당장 사퇴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도 “어떻게 들어왔든 YTN을 개혁 해보겠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가능한가. 그럼 YTN이 유진에게 넘어간 과정을 우리는 인정할 수 있나. 법원마저 유진에게 YTN을 넘긴 게 무효라고 판단한 상황에서 어떻게 유진을 등에 업고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나설 수 있나. 그게 한겨레의 정신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YTN에 급한 것은 유진 체제에서 YTN을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유진을 근본적으로 퇴출시키고 YTN을 공영방송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오늘 주총에서 임명되는 진보라는 인사들은 YTN을 제자리로 되돌리는 길의 훼방꾼이고 방해꾼이고 부역자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설전 오간 주총… “유경선 회장과 친분, 이사 추천 배경 아닌가”
1시간 30분 넘게 진행된 주총에선 YTN 구성원들과 새 이사진 간 설전이 오갔다. ‘양 이사의 YTN 저널리즘 책무이사 후보자 내정이 이뤄진 뒤 가까운 한겨레신문 기자가 저널리즘연구소장 공모에 지원했다고 들었는데 YTN 사내에서도 지원자가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내정자가 있는 셈이지 않나’란 취지의 질문에 양 이사는 먼저 “의장님에게 제안하고 싶은데 밖에 계신 분들도 돌아가는 얘기가 궁금하지 않을까 싶다. 출입문을 개방해 달라. 밖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노조원들도 회사 핵심 구성원이라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양 이사는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대학 동문, 유창선 부회장과 고교 동문이란 친분 관계가 이번 이사 선임 배경에 있다는 의혹에 대해 먼저 설명했다. 그는 “매우 큰 논리적 비약 아니겠나. 연세대 총동문회 회장단, 부회장단이 수백 명이다. 모르는 사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재계나 정계 인사 중 그보다 가까운 사람들이 훨씬 많다. 900~1000명 있는 고등학교 1년 선배를 어떻게 알겠나. 5분 본 게 전부다. 단정해서 활자화하고 주장하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 여기 이사들도 여러분들이 가진 결의만큼은 갖고 있다고 얘기하고 싶다. 꽂았다고 꽂힐 사람은 누구도 없다”고 했다.
이어 “YTN 이사회에 온 이유는 여러분들이 와 있는 이유와 전혀 다르지 않다. YTN은 정상화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소중한 매체인 YTN은 매 순간 시민과 시청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그런 매체인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개월, 몇 년씩 이 상태를 지속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저널리즘연구소장직과 관련해선 “여러분의 지인이 YTN 입사를 한다 해도 특정한 사람과의 인연 때문에 모든 것이 결정됐다고 보기 어렵지 않겠나. 저도 지원한다는 얘길 들었을 때 좀 초조했다. 저도 결과를 확정적으로 얘기 못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이라고 했다.
유경선 회장, 유창선 부회장과 관계를 추궁하는 질문이 계속 됐다. 나연수 YTN 우리사주조합장의 ‘친분이 없다는 말로 들리는데 지난해 양 이사가 낸 책을 유 회장이 수백 권 사줬고 본인이 얘기를 하고 다니지 않았나’란 물음에 양 전 사장은 “정확힌 모르지만 많이 사신 걸로 알고 있고, 제게도 감동받았다는 게 첫 말씀이었다. (샀는지 제가) 정확히 알 순 없다. 책을 샀다 해도 제게 몇 권 산다고 얘기를 하고 통보를 하겠나. 저는 (유 회장이 수백권을 사줬다는)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어떤 신문사에서 사서 뉴스룸 구성원에게 배포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고, 홍보하고 싶었던 마음에 그 얘긴 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장 출마? 양 이사 “책임경영제 안착이 제1목표, 대주주 뜻 몰라”
이에 대해 신호 YTN 우리사주 조합원은 ‘과거 프로그램 출연을 계기로 오창익 이사 후보자로부터 이사 추천 배경에 대해 들었다’며 추궁을 이어갔다. 설 전에 유 회장, 양상우·오창익 이사가 함께 만났고 이 자리에서 유 회장이 양 전 사장에게 말을 편하게 하더라는 말을 직접 들었다는 요지다. 신호 조합원은 “말을 편하게 한 정도면 친분 관계는 인정되지 않나. 올해 같이 하자고 해서 확인도 했다고 말씀했고, 오 후보자가 이유정 변호사랑 친해서 하자고 했고, 그래서 저흰 ‘양상우 사단’으로, 유 회장과 친밀한 관계로 보는 건데 왜 거짓말을 하나”라고 했다.
오창익 이사는 이에 “같은 언론계에서 오랫동안 서로 일했던 사람으로서 YTN 노조가 갖고 있는 생각이나 일종의 당혹감이 있겠지만, 예의는 좀 지켰으면 좋겠다. 또 신호 기자는 제가 개인적인 신뢰를 갖고 여러 가지를 아무것도 가리지 않고 다 얘기했는데 그런 걸 주총장에서 오버해 가면서 이야기하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신호 조합원은 “어떤 부분이 오버인가. 말하지 않은 내용도 많다. 양상우 후보자가 말씀하시는 내용이 오 후보자가 말씀하신 것과 전혀 다른데 얘길 안할 수가 있나”라고 맞섰다.
이에 양 전 사장은 “제가 친한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언론사 경영을 하고 영업을 하려면 한 번 만나고도 마치 형제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살아왔고 그래야 언론사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광고 한 판을 더 얹는 그런 경험을 해왔고, 회장님을 잘 안다고 하는 것도 그런 뜻”이라며 “단, 일체의 기업적 관계에서 그런 건 없었고 오직 동문회에서 본 게 전부”라고 했다.
김도원 YTN 우리사주 조합원은 YTN 사장설과 관련해 사장직 지원 의사를 물었고, 양 이사는 명확한 뜻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책임 경영 체제라는 게 YTN의 가장 좋은 이상적인 거버넌스 구조라고 생각하고 이걸 안착시키는 게 제1번이라 생각한다. 책임 경영 체제를 갖추는 데 제가 아주 주요한 키맨처럼 여러분이 인식하고 있는데 대주주도 그렇게 인식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 문제에 관해서는 책임경영제를 구축하는 데 ‘관심 있다, 없다’(고 말하는 게) 모두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 YTN 영업익 -136억원… 이사회 ‘책임경영체제’ 선언
이날 주총에선 올해 경영성과에 대한 재무제표 승인도 가결됐다. 2025년 YTN의 영업이익은 -136억원이었다. 지난 5년간 영업이익 내역은 2024년 -266억원, 2023년 -92억원, 2022년 53억원, 2021년 33억원 등이었는데, 2024년 2월 유진그룹이 최대주주가 돼 민영화된 YTN에선 경영성과의 반등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이사 보수한도를 10억원에서 15억원으로 높이는 안이 가결됐다. 지난해 YTN 임직원 임금 인상 내역은 기본급 1% 인상과 일시금 100만원 지급 등이었는데 이사 보수한도를 50% 늘리며 “130억 적자 낸 회사가 보수 한도를 줄여야 맞지 않나. 직원들 임금은 1% 올려놓고, 이사 보수 한도를 50% 올린다는 게 이게 말이 되나”란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정재훈 YTN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이사 보수 한도만 늘리는 것이지 이사회 보수를 늘리는 게 아니다. 실제 지급은 회사의 경영 성과나 재무 상황, 이런 주주 가치 제고 정도를 반영해 이사회에서 엄격하게 결정하겠다”며 “YTN이 구조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공정성과 독립성을 갖춘 사외이사는 물론이고, 디지털 신규 사업, 재무구조 조정 등 영역에서 전문성을 갖춘 이사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최소한의 보수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제대 인재를 영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한도만 늘려놓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논란 속에 주총 안건이 통과됐고 27일 오후 YTN은 새 이사회가 ‘이사회 책임경영 체제’를 선언하며 공식 출범했다고 밝혔다. 이날 보도자료에 따르면 YTN 이사회는 이날 첫 회의를 열어 양상우 사내이사(저널리즘 책무이사)를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만장일치 선출하고 ‘이사회 중심의 독립적 책임경영 체제’를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상법에 규정된 이사의 ‘충실의무’에 입각해 특정 대주주가 아닌 YTN의 공적 가치와 이익만을 대변할 것이란 설명이다.
YTN 이사회는 아울러 책임 경영을 효율적,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일부 위원회를 신설, 산하에 △저널리즘 책무 위원회 △거버넌스 위원회 △감사위원회 △임원보상위원회 △독립이사추천위원회 등 5개 위원회도 구성했다. 특히 저널리즘 책무 위원회에 대해선 “이사회 차원에서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을 보호하기 위해 보도 윤리와 콘텐츠 품질 정책을 거시적으로 관장하며 부당한 외부 압력을 차단해 YTN 저널리즘이 사회적 책무를 온전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고 부연했다.
노사 이견이 큰 사장추천위원회 구성에 대해선 거버넌스 위원회가 맡고, 조만간 이사회가 관련 공식 입장을 별도 발표 예정이라고도 했다. 양상우 YTN 이사회 의장은 보도자료에서 “이사회의 최우선 과제는 어떠한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책임경영 체제’를 확고히 구축하는 것”이라며 “이사회 의장이자 저널리즘 책무 이사로서 YTN의 공적 책무와 보도 독립성을 지켜내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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