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이 돌아왔다. 멤버 전원이 군 복무를 마치고 완전체로 재결합한 첫 무대로 서울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를 선택한 것은 그 자체가 상징적이었다. 주말 밤 도심을 온통 보랏빛으로 물들인 공연은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개국에 생중계되며 K-팝과 K-컬처의 저력을 세계에 알리는 문화 외교의 역할을 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공연의 성취에 대한 감탄과 환호는 차고도 넘친다. 그러하기에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 또한 냉정하게 짚을 필요가 있다.
민간이 주최한 이번 공연을 위해 정부 각 기관과 서울시는 이례적인 수준으로 행정력과 공권력을 쏟아부었다. 휴일 당일 경찰과 소방, 행정안전부를 비롯해 서울시와 관할 구청 등이 동원한 인력만 1만 명을 넘었다. 안전을 명분으로 대규모 경찰 인력이 투입됐고 소방청은 국가적 재난에 준하는 국가소방동원령까지 발령했다. 인건비만으로도 수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세금이 민간 기업의 공연을 위해 투입된 것이다.
시민들이 치른 불편도 작지 않았다. 광화문에서 시청역 일대까지 31개 지하철 출입구가 통제됐고, 30여개 버스 노선이 임시 우회 운행하면서 시민들의 일상적 이동권이 제약받았다. 나아가 공연 당일 인근에서 사전 신고된 집회와 시위마저 사실상 봉쇄되며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가 침해됐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공적 자원이 총동원된 행사임에도 관람 방식은 지극히 사적으로 제한됐다. 현장에서는 주최 측 하이브 추산 약 10만4000명, 행안부 인파관리시스템 추산 약 6만2000명이 공연을 직접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미디어를 통한 관람은 오직 유료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 가입자에게만 허용됐다. 넷플릭스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에겐 공연을 관람할 기회가 애초부터 없었다.
넷플릭스는 공연 시작 전부터 가입을 유도하는 광고를 반복했고 공연으로 창출된 콘텐츠의 독점적 가치와 신규 가입자 유치라는 이익은 고스란히 외국계 사기업의 몫이 됐다. 국민의 세금과 불편을 대가로 만들어진 공공적 성격의 문화 콘텐츠를 특정 플랫폼 가입자만 누릴 수 있었다는 사실은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개념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명백한 특혜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 공연은 관람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공연이 넷플릭스의 독점 생중계로 진행되면서 취재 제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애초에 넷플릭스는 방송사들의 공연 촬영 시간을 10분으로 제한하는 등 과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가 언론 자유 침해라는 거센 반발에 부딪혀 이를 일부 철회했다. 논란은 봉합됐지만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글로벌 OTT 플랫폼의 상업적 이해와 언론의 자유라는 공적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음을 보여준 중요한 전례로 남았다.
BTS의 복귀 공연은 K-컬처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념비적 사건이다. K-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이에 버금가는 대규모 행사는 더욱 자주, 더욱 다양한 형태로 이어질 것이다. 공연의 공익적 효과를 인정하더라도 비용과 편익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적 자원으로 창출된 콘텐츠의 접근성 보장은 물론 글로벌 플랫폼과의 관계 설정에 이르기까지 이번 공연이 남긴 과제들은 가볍지 않다. 논란과 시행착오는 한 번으로 족하다. 환호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다음을 준비하는 논의를 지금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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