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의 밤잠과 새벽잠을 설치게 만든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올림픽 기간 매일 새벽에 일어나 경기를 보고 기사를 쓰면서 짜릿한 환호와 안타까움의 한숨이 섞인 기록을 남겼다는 것에 다시 한번 스포츠 기자로서 자부심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대회이기도 했다. ‘올림픽이 하는 줄도 몰랐다’는 주변의 말과 바깥의 시선에서 동계스포츠, 나아가 스포츠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각에 위기감이 느껴졌다. 이전보다 줄어든 관심의 이유는 중계사가 한 곳으로 줄어든 점, 이로 인해 중계사 JTBC와 지상파의 갈등이 생긴 것도 크지만, 중재든 홍보든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정부의 책임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번 동계올림픽 홍보를 지시한 건 1월27일. 대회 개막이 열흘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부랴부랴 관련 부처에서 대회 홍보에 더 열을 올렸지만, 국민이 체감하기에는 역부족인 시간이었다. 급작스럽게 교체된 정권의 임기 초, 관련 부처의 인사 정비가 제때 되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해도 열흘이라는 시간은 올림픽 열기를 올릴 방안을 찾기에 부족했다. 선수들이 결의에 찬 각오를 밝히고 언론도 기사를 쏟아내는 개막 30일 전 선수단 미디어데이, 대통령이 홍보를 지시했던 국무회의 나흘 전에 열린 선수단 결단식 등 정부가 홍보에 의지를 갖고 있음을 알릴 수 있는 시점은 그 이전에도 충분히 있었다.
동계올림픽 이후 정부가 보편적 시청권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지구촌 최대의 축제’로 불리는 월드컵의 개막까지는 이제 석 달밖에 안 남았다. 석 달 안에 바뀐 제도가 적용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거기다 중계사와 타 방송사 사이 이견은 여전히 크다. 유럽보다 시청하기 더 편한 북중미 지역의 시차를 감안하더라도 중계 환경은 이번 동계올림픽과 비슷할 것이다. 게다가 축구대표팀과 축구협회를 향한 여론을 생각하면 대회를 향한 관심도 역시 밀라노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국민의 체력을 증진하고, 체육활동으로 연대감을 높이며, 공정한 스포츠 정신으로 체육인 인권을 보호하고, 국민의 행복과 자긍심을 높여 건강한 공동체의 실현에 이바지함(국민체육진흥법).” 스포츠가 주는 효용이 그만큼 크기에 국민들이 스포츠를 즐기게 하려고 법으로까지 규정한 것이다.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차고 넘치고,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이른바 ‘국뽕’ 마케팅이 전보다 잘 먹히지 않게 됐더라도 이번 동계올림픽은 스포츠가 여전히 매력적인 콘텐츠라는 걸 보여줬다.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걸 보여준 37살 스노보더 김상겸과 강인한 정신력은 나이와 상관없다는 걸 증명한 최가온, 그리고 이들을 보며 환호하고 동기 부여를 얻은 우리들까지. 더 많은 이들이 스포츠를 즐기고 더 편하게 접할 수 있게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이 역할을 제대로 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북중미 월드컵, 아니면 그 이후에 있을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때라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최형규 MBN 문화스포츠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