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독점중계와 WBC 동시중계, 그리고 시청권

WBC 개막 5일차… 지상파 3사 동시 생중계
국민관심행사와 시청권 둘러싼 논쟁·고민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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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에서 3연승을 거두며 8강에 선착했다. 그런데 일본 야구대표팀이 대회 2연패에 한 걸음 다가간 기쁨의 순간을, 정작 일본 국민 다수는 TV 중계로 볼 수 없었다고 한다. 6일 대만(차이니스 타이베이)전에서 오타니 쇼헤이가 만루 홈런을 날리던 순간도, 결국 콜드게임으로 승리를 따내던 순간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WBC 일본 내 중계권을 TV 방송사가 아닌 넷플릭스가 독점으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2023년 대회 당시 시청률 40%가 넘을 정도의 국민적 관심 행사를 유료 플랫폼을 통해서만 시청할 수 있게 되면서 일본에서도 ‘보편적 시청권’ 논쟁이 한창이라고 한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을 하루 앞둔 4일 일본 도쿄돔에서 한국야구대표팀 구자욱을 비롯한 선수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같은 기간, 한국에선 정반대 상황이 펼쳐졌다. WBC 우리 대표팀 경기를 ‘TV만 틀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도 지상파 세 채널에서 모두. 5일 개막 이후 나흘 연속 상황은 비슷했다. 우리 대표팀의 5일 체코전과 7일 일본전, 8일 대만전은 물론이고 대만 대 호주, 대만 대 체코 경기도 KBS·MBC·SBS 지상파 3사가 일제히 동시 생중계했다. 6일 일본 대 대만 경기 때만 MBC 빼고 KBS와 SBS가 생중계했다. 우리 대표팀의 8강 진출 여부가 걸린 9일 저녁 호주전 역시 3사가 동시 생중계 중이다. 일본에 견줘 보면 우리 국민의 WBC 시청권은 ‘넉넉히’ 보장되고 있는 셈이다.

지상파 3사가 이처럼 경기 중계에 열을 올리는 것은 불과 2주 전 폐막한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대회 때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올림픽 중계권은 JTBC에 있었고, 지상파는 주요 경기 소식을 뉴스에 짤막하게 보도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없었다. 앞서 중계권 재판매 협상이 결렬되는 과정에서 소송과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를 주고받으며 공방을 벌인 지상파와 JTBC는 대회 중엔 ‘보편적 시청권’ 개념을 공히 내세워 서로를 비판·반박하면서 신경전을 벌였다.

방송법은 보편적 시청권을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경기대회 그 밖의 주요행사 등에 관한 방송을 일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권리”라고 정의한다. 이에 근거해 만들어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고시에 의하면 올림픽과 월드컵 등은 “국민 전체가구 수의 100분의 90 이상 가구가 시청할 수 있는 방송 수단을 확보”해야 하며, WBC는 100분의 75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따르면 가시청 가구 90% 이상을 확보한 JTBC의 올림픽 단독 중계도, 지상파의 WBC 중계도 아무런 문제 될 것이 없다. JTBC는 2013년, 2017년 WBC 대회를 단독 중계하기도 했는데, 그때도 역시 규정에 어긋나지 않았다.

문제는 해당 규정이 시청 가능 ‘가구 수’의 범위만 따질 뿐, 일반 국민의 실질적인 ‘접근성’ 보장 여부를 살피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TV만 틀면’ 볼 수 있는 것과 ‘찾아서 봐야’ 하는 것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다는 걸 이번 동계올림픽을 통해 경험하면서 정부·여당 차원에서도 ‘제도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그런데 반대로 ‘TV만 틀면’ 같은 경기가 나오는 상황은 괜찮은 걸까. 지상파 3사가 ‘채널 선택권’을 내세워 같은 경기를 중계하면서 시청률 경쟁을 벌이는 사이 해당 시간대 WBC를 보지 않는 지상파 방송 시청자는 갈 곳을 잃게 된다. (중계를 하지 않는 KBS 1TV라는 선택지가 있긴 하다. 아, EBS도.)

방송법 제76조의5 제1항은 “방송사업자는 국민관심행사등에 대한 중계방송권을 사용하는 경우 과다한 중복편성으로 인하여 시청자의 권익을 침해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하며, 채널별·매체별로 순차적으로 편성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보편적 시청권’, ‘시청자의 권익’의 실질적인 보장과 보호 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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