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을 두고 방송사 간 중계권 재판매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이 “행정 지도권을 행사해 재판매 협상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JTBC의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단독 중계를 둘러싼 파장을 두고 나온 발언인데, JTBC와 KBS·MBC·SBS 등 지상파 3사 간 월드컵 중계권 재판매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 방미통위가 이번엔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 재판매 여부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진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은 2월24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동계올림픽 성과에 대해 언급하며 “과거 국제대회에 비교하면 사회적 열기가 충분히 고조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다”며 “북중미 월드컵도 예정돼 있다. 국제적 행사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성을 폭넓게 보장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튿날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선 김종철 위원장을 향해 중계권 재판매 협상 진행 상황을 묻는 질의가 나왔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행정 지도권”을 꺼내들었다. 그간 보편적 시청권 제도 개선 위주의 계획을 밝혔던 것과 달리 방미통위가 적극적으로 협상 중재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방송사 간 재판매 협상 테이블을 지속적으로 마련하도록 행정 지도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대표들 간 개별적 만남이 일차적으로 완수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이 걱정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상파 3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제 방미통위 주선으로 1월 이후 월드컵 중계권 재판매에 관한 4개 방송사 실무진 간 협의가 여러 번 진행됐다. 방미통위 간부들이 개별적으로 방송사를 찾아 의견을 청취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2032년까지 올림픽, 월드컵 국내 중계권을 갖고 있는 JTBC는 앞서 동계올림픽의 경우 지상파 3사와의 재판매 협상이 결렬됐다며 뉴미디어 파트너인 네이버하고만 공동 중계를 했다. 지상파 없는 첫 올림픽 중계 파장 이후 대통령의 직접 발언과 함께 국회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방미통위 안에서도 분주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현행법상 정부가 중계권 재판매를 강제할 수 없는 만큼 방미통위 역할의 한계에 대한 고민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시장논리에 의해 미디어 생태계가 작동하고 있는 부분들을 완전히 도외시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지상파 관계자들은 월드컵 재판매 협상 타결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지금 상황에서 방미통위가 중재 역할을 할 타이밍은 지났다”고 지적했다. A 지상파 관계자는 “현지 부킹 등이 마감되며 월드컵도 사실상 정상적인 중계는 불가능한 상태”라며 “그간 방송통신위원회(방미통위 전신)가 파행 운영돼 왔고, 그나마 지난해 12월 중순부터는 위원장이 취임하고 드라이브를 걸긴 했지만, 이미 늦었다. 행정지도라는 게 협상을 이끌어내는 정도의 역할이지 지상파들에게 수백억원의 손해를 보더라도 중계를 하라거나, JTBC에 가격을 낮춰서 팔라는 식으로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법, 제도 정비 없이 정치적인 담론으로 파장이 커지며 사실상 압박으로 작용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B 지상파 관계자는 “방송협회 차원이 아닌 각 사별 개별 협상, 중재 역할로만 치우쳐 있는데 잘못하면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현재 뾰족한 수가 없고, 당장 이번 월드컵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2032년까지 줄줄이 걸려 있는 문제인 만큼 공공의 장에서 논의가 계속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2월10일 과방위 업무보고에서 김종철 위원장은 보편적 시청권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최소한 한 군데 이상의 지상파 방송과 같이 중계하도록 하게 하는 등의 방안들을 모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C 지상파 관계자는 “그동안 방미통위가 보편적 시청권에 ‘무료’ 개념을 추가하는 법 개정을 하지 못했다. 이제 와 법이 개정된다면 지상파 중 한 곳이 무조건 중계를 해야 하고, JTBC 입장에선 법 조항에 영향을 받게 된다”며 “이미 스포츠 중계방송 판권 주도권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넘어간 상황에 대한 대비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월드컵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3일, JTBC는 보도자료를 통해 “접근성 확대”를 강조하며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한층 강화하는 한편, 땀 흘려 준비해온 선수들이 보다 폭넓은 주목을 받을 수 있도록 조속한 합의를 목표로 협상에 적극 임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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