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끝난 올림픽, 월드컵은 달라야 한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2월22일(현지 시각) 조용히 막을 내렸다. 저조한 열기가 경기력에서 비롯한 것은 아니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부문에서 최가온이 깜짝 금메달을 따고 쇼트트랙에서 김길리가 금메달 2개를 거머쥐는 등 눈부신 순간들은 많았다. 다만 환호가 오래가지 못했다. 원래 올림픽 같은 국가적 이벤트는 ‘함께 봐야’ 뜨거워지는 법이지만 이번에는 함께 볼 수 있는 경로가 애초에 좁았다. 사상 처음으로 지상파 3사가 빠지고 JTBC와 네이버의 독점 중계 체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과거 TV만 틀면 자연스레 만나던 경기 장면을 이제는 직접 찾아봐야 하는 불편함 속에서 축제는 일상과 멀어졌다.


지상파 없는 첫 올림픽 중계는 많은 약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개막식 시청률은 1.8%에 그쳤는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지상파 3사의 합산 시청률 18%와 비교해 ‘10분의 1’ 수준이었다. 동시다발로 진행되는 경기를 채널 하나에 다 담아내지 못해 정작 금메달의 순간을 자막 처리하는 일도 있었다.


디지털 단독 유통 구조 역시 열기를 키우기보다 가뒀다. 경기 하이라이트와 다시보기의 창구가 네이버 한 곳에 집중되며 예전처럼 여러 방송사가 유튜브 등에서 경쟁적으로 영상을 제작해 확산시키던 풍경이 사라졌다. 네이버는 단기 이익을 얻었을지 몰라도 모두가 같은 장면을 보고 같은 순간에 환호하는 올림픽 고유의 경험을 나누기는 어려웠다. 실제 한국갤럽이 올림픽 직후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동계올림픽 활약 선수를 모르겠다”는 응답이 43%에 달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직후 13%, 베이징 동계올림픽 직후 31%였던 수치가 크게 높아졌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배경에는 이해당사자들의 엇갈린 셈법이 있었다. JTBC는 비싼 중계권을 확보한 후 재판매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려 했지만, 달라진 미디어 환경과 방송광고 시장 영향으로 협상에 실패했다. 지상파 3사도 비싼 가격을 감수하기 어렵다는 현실 논리를 내세웠지만 경쟁 구도 속에서 비롯한 감정의 골이 없었다고 보긴 어렵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야 ‘보편적 시청권’을 언급한 정부·규제당국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현행법은 전체 가구의 90% 이상이 볼 수 있는 방송사라면 올림픽 중계를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유료방송 가입 여부와 고령층 접근 장벽 등 숫자 뒤의 현실을 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형식적인 규정 충족 여부만 따지며 안일하게 접근했던 당국의 인식이 국민의 실질적 시청권을 해친 결과로 나타났다.


올림픽은 끝났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끝이 아니라 경고에 가깝다. 북중미 월드컵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고, 참가국 확대로 중계 수요는 역대 어느 대회보다 클 것이다. 지금 구조를 손대지 않으면 실패는 그대로 재현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제적 행사에 대한 우리 국민의 접근성을 폭넓게 보장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JTBC가 월드컵 중계권 재판매 협상과 관련해 “접근성 확대”와 “조속한 합의”를 천명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민간에 맡겨두기에는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한 지점도 있다. 재판매 협상이 교착될 때 작동하는 중재 체계, 숫자 뒤의 현실을 반영한 시청권 기준, 경기 영상의 자유로운 2차 유통을 허용하는 규칙 등이 월드컵 전에 갖춰져야 한다. 그래야 올림픽과 월드컵이 다시 모두의 축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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