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떨어진 '방송광고 결합판매'… 합헌판결에도 보완 불가피
헌소 제기 5년10개월만… 지역·중소방송사들, 후속입법·정책 촉구
5년전 방통위 '여유 방발기금 활용·기금 신설' 등 공적지원안 제시
주요 지상파 방송사가 지역·중소방송사 광고를 묶어 함께 판매하는 방송광고 결합판매 제도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2020년 4월 위헌을 확인해달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된 지 약 5년10개월 만이다. 헌재는 관련 조항에 대해 “방송의 공공성, 공익성 및 다양성을 구현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제도의 실효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입법적 개선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지역·중소방송사들은 이번 합헌 결정을 계기로 결합판매 제도를 보완할 후속 입법과 정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헌재는 앞서 2월26일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 제20조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사건에서 재판관 8대1 의견으로 기각을 결정했다. 영화·드라마 제작사의 대표인 이모씨가 방송광고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지역·중소방송의 광고를 함께 사야만 하자 계약을 단념하고, 이후 계약 및 영업의 자유 침해라며 낸 헌법소원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방송광고는 방송의 공공재적 성격 때문에 정부의 개입이나 규제가 정당화된다”며 “관련 조항은 지역·중소방송사의 방송광고를 활성화하고 이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해 존립을 보장한다. 궁극적으로는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는 등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헌재는 아울러 결합판매 제도를 보완할 마땅한 기금이나 제도도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청구인은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이용해 이미 지역·중소방송사를 지원하고 있고, 새로운 기금을 조성해 지원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방발기금의 경우 “그 사용처를 일일이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어 지역·중소방송 지원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규모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기금 신설 또한 “과연 신설될 수 있을지, 만약 신설된다면 어떤 형태의 기금이 될 것인지 현재로선 섣불리 예상하기 어렵다”며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가 지역·중소방송의 공익성, 또 재정적 지원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등 전향적인 해석을 내놓으면서 지역·중소방송사들은 일제히 환영 성명을 냈다. 애초 업계에선 헌법불합치나 위헌 결정까지 예상하고 있었던 터다. 다만 헌재는 “지상파 광고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제도의) 실효성이 과거에 비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입법적 개선이 요구된다는 지적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대 의견을 낸 김형두 재판관 역시 “결합판매 제도가 자체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자구노력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이들 방송사의 경쟁력 제고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상파 방송광고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지역·중소방송의 결합판매 매출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전신)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정책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지상파 방송 광고 매출액은 10년 전에 비해 무려 55.5% 감소했고, 결합판매 매출지원액 역시 같은 기간 57.0% 하락했다. 이로 인해 지역·중소방송의 전체 매출액에서 결합판매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보고서는 지역MBC의 경우 2023년 기준, 전체 매출액에서 결합판매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15.1%, 지역민영방송의 경우 8.0%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결합판매 제도를 보완할 다양한 지원 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관련해 방통위는 5년 전 이미 ‘방송광고 결합판매 제도개선 연구반’을 운영하고 그해 말 보고서를 내며 다양한 지원 방식을 제시한 바 있다. 방통위는 당시 보고서에서 △합헌 △헌법불합치 △위헌 등 시나리오별로 제도 개선 방향을 정하고, 합헌 판결이 나오더라도 일몰제를 적용해 결합판매 제도를 일정 기간 운영 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제도 폐지로 인한 재정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방발기금 여유분 활용 △신규 기금 신설 등 다양한 공적 지원 방안과 법체계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2024년 4월에야 뒤늦게 공개됐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그해 국정감사에서 방통위를 향해 “제도 개편이 시급한 과제를 수년간 방치했다”며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김현철 한국지역민영방송협회 사무총장은 “방미통위가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라며 “이제는 결단의 문제고 집행의 문제다. 방미통위가 지역·중소방송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즉각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중소방송들은 구체적으로 △삭감된 방발기금 150억원 즉각 복구 △방발기금 운용 정상화를 통한 안정적인 지원 구조 법제화 △시대에 뒤떨어진 광고 편성·심의 규제 개선 등을 촉구했다.
한편 일각에선 헌법소원 청구 주체가 달랐으면 이번 재판 결과 역시 달라졌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광고주가 아니라 지상파 방송사가 헌법소원을 청구했으면 평등권 침해 측면에서 위헌이나 헌법불합치가 나왔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헌재는 결정문에서 “(관련 법률이) 같은 광고판매대행제도의 적용을 받는 종합편성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 대해선 결합판매 의무를 부과하지 않으면서 유독 주요 지상파 방송사에 대해서만 결합판매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며 “주요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 본다면 그러한 차별 취급이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직접 문제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청구인은 주요 지상파 방송 사업자가 아닌 광고주”라며 “관련 조항이 광고주를 직접 차별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