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공정방송 논의' 편성위에 경영·노무 책임자 지명

책임자 측 편성위원에 전략기획실장·노사협력주간 위촉
실무자 측 "편성규약 미준수는 과태료 사유… 취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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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방송 독립과 자율성 보장을 위해 운영하는 사내 편성위원회에 취재·제작 업무와 무관한 간부들을 책임자 측 위원으로 위촉했다. KBS 내부에서는 “방송법과 편성규약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비판과 함께 “위원 위촉을 취소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뉴시스 ​​​​

KBS는 24일 김우성 부사장과 김근수 전략기획실장, 최성민 콘텐츠전략본부장, 김대홍 보도시사본부장, 이전택 노사협력주간을 편성위원회 책임자측 위원으로 위촉했다. KBS 편성규약은 내외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으로부터 자율성을 보호하고 취재 및 제작 실무자의 권한을 보장하기 위해 편성위를 구성해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취재 및 제작 책임자’에 대해서도 “KBS 규정상의 해당 분야 책임자로서 본부장, 센터장, 국장급, 부장급 등의 책임간부”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이 임명한 책임자 측 편성위원 중 전략기획실장과 노사협력주간은 각각 경영전략 전반과 노무 업무를 담당하는 인사로, 취재·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과는 거리가 멀다. 전임 편성위 책임자 측 위원은 부사장과 콘텐츠전략본부장, 보도시사본부장, 교양다큐센터장, 취재1주간이 맡아 왔다.

결국 편성위를 박장범 사장의 임기 보장을 위한 ‘방탄막’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승철 KBS 기자협회장은 “김우성 부사장이 노무국장으로 있는 동안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김근수 전략기획실장과 이전택 노사협력주간”이라며 “자신의 라인을 데려온 거다. 편성위원회에서 공정방송을 논의하기보다는 사장 선임 구조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8월 개정된 방송법은 편성위의 역할을 △시청자위원회 위원 추천 △이사 추천 절차와 방식 등 결정 △방송편성책임자의 제청 등으로 확대했다. 개정 방송법에 따르면 시청자위원회는 2명의 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데, 이를 고려하면 편성위가 이사 선출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셈이다. 이사회는 사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제청을 의결한다.

KBS기자협회와 PD협회 등으로 구성된 기존 전체 편성위 실무자 측은 25일 성명을 내고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과 거리가 먼 이들을 책임자 측 위원으로 위촉한 행위는 편성규약 위반이자 법 위반”이라면서 “사측은 즉각 위촉을 취소하고, 명단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책임자 측이 꼼수로 또다시 장난을 친다면, 실무자 측은 정수(正手)로 응답하겠다”면서 “모레 방송법 벌칙 규정 시행에 맞춰, 편성규약 위반으로 사측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방송법 제108조에는 방송편성규약을 준수하지 아니한 자에게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규정은 27일부터 시행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역시 이날 성명을 내고 “종사자와 시청자위원회 추천 이사 선임 방안, 임명동의제 시행 방안 마련을 놓고 사측의 의견을 밀어붙이거나 교착상태로 끌고 가겠다는 꼼수를 심어 놓은 것”이라면서 “과태료 부과는 이후 재허가 과정에서 KBS에 위협이 될 감점 사안이기도 하다. 결국 ‘파우치 박장범’이 자신의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하려고 무리수를 두면서 KBS를 수렁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사측은 개정 방송법을 준수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측은 26일 성명을 내고 “개정 방송법에는 현 KBS 방송편성규약의 편성위원회 기능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경영상 중요하고도 방송사업자가 준수해야할 전사적인 역할과 책임이 부여되어 있다”면서 “전략기획실의 업무는 공사 업무 전반에 관한 총괄 조정 업무이고, 노사협력은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을 위한 다양한 회의체를 운영해 온 노하우를 갖고 있어 ‘개정 방송법 편성위원회’의 유지·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부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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