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인력 상황… 선수들과 한 팀 이룬 동계올림픽 취재진

[2026 밀라노 동계올림픽]
이탈리아 곳곳 흩어진 경기장, 영하 폭설 속 3주간 숨가쁜 취재
JTBC, 코르티나 지역 1명이 취재… 비중계권사 지상파는 풀단 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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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23일(한국 시각) 17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이탈리아 북부 전역에 흩어진 경기장을 누비며 3주간 숨 가쁘게 취재를 이어온 기자들 역시 귀국길에 올랐다. 사상 첫 2개 도시에서 공동 개최한 올림픽인데다, 파견 인력 역시 제한적이었던 어려움 속에서 현장 취재진은 고군분투하며 선수들의 활약을 기록했다.

김수근 MBC 기자가 이탈리아 리비뇨에서 김상겸 선수를 인터뷰하고 있다. /김수근 제공

이번 올림픽은 최대 420km 떨어진 북부 이탈리아 여러 지역에서 경기가 나뉘어 열렸다. 이 중 컬링과 슬라이딩 종목이 열린 코르티나 지역의 한국 취재기자는 오선민 JTBC 기자 한 명뿐이었다. 메인 미디어센터가 있는 밀라노에서 자동차로 7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거리인 데다, 비인기 종목 경기가 대부분이라 인력 배치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 기자는 3주간 이곳을 홀로 전담하며 선수들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봤다.


상주 인력이 적다 보니 취재진과 선수들은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의 첫 경기로 “첫 승을 가져오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컬링 믹스더블 김선영·정영석 선수는 6차전 만에 첫 번째 승리를 거뒀다. 이들의 모든 경기를 지켜봐왔던 오 기자는 “매일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서는 선수들의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결국 4차전이 끝나고 김영미 해설위원의 응원 메시지를 전하는 과정에서 오 기자가 울컥하자, 김선영 선수는 “기자님이 울어서 나도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결국 정영석 선수까지 가세하며 셋은 인터뷰 도중 한바탕 눈물을 쏟았다.


예선 마지막 날, 김선영 선수는 JTBC 취재진을 ‘한 팀’이라 칭하며 직접 뜨개질한 복주머니를 건넸다. 오 기자는 “취재진이 적은 상황에서 선수들의 진심을 전하려 한 노력을 알아준 것 같아 고마웠다”고 밝혔다.

오선민 JTBC 취재기자와 유연경 촬영기자가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컬링 믹스더블 국가대표 김선영·정영석 선수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선영 선수는 직접 복조리개를 뜨개질 해 기자들에게 선물했다. /오선민 제공

최가온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했던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경기를 취재하는 동안에도 기자들은 한 마음으로 최 선수를 응원했다. 최 선수가 기술을 시도하다 넘어진 1차 시기, 믹스트존 취재진의 눈에는 머리와 무릎이 동시에 바닥에 떨어지는 위험한 장면이 포착됐다. 10분 이상 경기가 중단되고 전광판에 ‘DNS(출전 안 함)’ 표식이 뜨자 현장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김수근 MBC 기자는 “현장에 있던 모두가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최 선수가 3차전에서 기술을 완벽히 소화하며 분위기는 반전됐다. 부상을 딛고 이뤄낸 ‘깜짝’ 금메달이었기에 믹스트존에는 태극기를 찾는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최 측이 외신 인터뷰를 위한 통역사를 구하자, 양병주 JTBC 현장 가이드가 선뜻 나서서 통역을 도왔다. 한 시간 넘게 인터뷰가 이어지자 홍지용 JTBC 기자는 “선수에게 핫팩을 쥐어주거나 패딩을 벗어주기도 했다”면서 “기자들도 한 마음으로 축하를 건넸다”고 말했다. 김수근 기자는 “제가 한국 기자라는 걸 알고 외신 기자들이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번 올림픽 중 가장 짜릿했던 순간”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김화영 KBS 기자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심석희 선수를 인터뷰하고 있다. /김화영 제공

열악한 기상 조건은 취재진이 마주한 가장 큰 난관이었다. 리비뇨에는 최고기온이 영하 10도에 가까운 한파가 이어졌고 폭설이 내리는 일도 잦았다. 홍 기자는 “유승은 선수의 경기가 밀렸던 17일에는 점프대와 난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쌓였다”며 “믹스트존에서 슬로프의 형체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추위 속에서 취재 장비를 관리하는 것도 어려웠다. 믹스트존이 야외에 있어 종일 한파를 견디고 눈을 맞으며 일하다 보니 카메라 배터리는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방전됐다. 홍 기자는 “중계 인터뷰를 위해서는 카메라를 켜둔 채 대기해야 하니 배터리 관리가 무엇보다 급선무였다”고 회상했다.

밀라노 선수촌 앞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비중계권사 기자들은 선수 인터뷰를 위해 선수촌 앞에서 두세 시간씩 대기해야만 했다. 김화영 KBS 기자는 “선수들이 믹스트존 공식 인터뷰와 도핑 테스트 이후 선수촌에서 재정비를 마칠 때까지 3시간 정도 걸리는데, 소요 시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보니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면서 “새벽 1~2시가 넘어서야 인터뷰가 성사되는 경우도 허다했다”고 회상했다.

홍지용 JTBC 기자가 리비뇨 스노파크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를 위해 대기 중이다. /홍지용 제공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지상파 3사는 취재 내용을 공유하는 ‘풀단’을 꾸렸다. 파견 인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업무 부담을 나누기 위함이다. 매일 주요 일정을 추려 기자들이 현장을 나누어 취재하고 내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공백을 메웠다.


그럼에도 현장을 완벽히 전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남았다. 김수근 기자는 “취재 인력이 적다 보니 넓은 지역에서 열리는 모든 경기를 다 챙기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화영 기자 역시 “직접 현장을 보고 취재해야 더 생생한 기사가 나올 텐데, 거리가 멀어 현장을 놓칠 때마다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

8시간의 시차와 부족한 인력 탓에 기자들은 올림픽 기간 내내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쉴 틈 없이 일했다. 매일 오전 6시(현지 시각), 한국의 메인 뉴스 준비 시간에 맞춰 리포트를 작성해 보내고 나면 곧장 취재 현장으로 나갔다. 새벽 1시가 넘어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와 다시 한국 데스크에 발제를 보낸 뒤에야 짧은 휴식이 허락됐다.

최가온이 12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기뻐하고 있다. /AP 뉴시스

그럼에도 현장을 지킨 기자들은 선수들이 흘린 땀의 가치를 전하는 데서 보람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오선민 기자는 “금메달을 따지 못했더라도 4년간 노력한 선수들의 과정은 모두 똑같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꼈다”며 “결과보다도 그 과정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는 소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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