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선행매매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는 언론인들이 지난해부터 잇따르며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최근 소속 기자들의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매매 혐의로 관계당국의 압수수색을 받은 한국경제신문이 고강도 대책을 내놨다. ‘국내 개별 종목 주식 단기 거래 금지 및 매각’, ‘거래·보유 내역 제출 의무’ 등의 금융 투자 준칙을 발표한 건데, 그간 선언적 위주였던 국내 언론사 윤리강령과 비교하면 이해 상충을 사전에 차단하는 ‘내부 통제형 자율규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단기간에 나온 강제성을 띤 일부 조항에 대한 내부 지적도 있어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앞서 압수수색 사태 하루만인 6일 사과문을 발표한 한국경제는 11일엔 기존 윤리강령을 강화한 ‘취재·보도 제작 윤리 지침’을 공개했다. 9일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린 지 이틀 만에 나온 결과물이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신문제작부서 임직원은 6개월 이상 장기보유를 목적으로 하는 투자를 제외하고 모든 국내 상장·비상장사에 대한 단기 주식 거래가 금지된다. 관련해 보유 중인 주식은 빠른 시일 내 매각해야 한다. 또 1년에 두 차례 주식 거래 및 보유 내역도 회사에 보고해야 한다. 한국경제는 모든 임직원에게 윤리강령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후 한국경제는 세부 지침 마련, 실제 시행을 위해 노조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한국경제 관계자는 “취업 규칙에 반영해야 하는 강제성을 갖고 있는 조항은 노조의 합의가 필요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강도의 준칙 내용에 기자들 사이에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재발 방지와 신뢰 회복에 초점을 둔 사측의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지침이 나오기까지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작업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 A 기자는 “개인의 권리를 포기해야 하고, 강제성이 있다 보니 그만큼 의견 수렴 과정이 꼭 필요할 텐데 발표가 나오기 전 이 규정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배우자 주식 보유 문제 등 세부 적용에 대해 혼란이 있고, 다음 인사평가 때부터 반기에 한 번 주식 보유 내역을 제출해야 하는데 자진신고가 아니면 밝혀낼 방법이 없어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문제는 이 지침이 업계 표준이 될 수도 있다는 거다. 돌이키기 굉장히 어려울 텐데, 보여주기식이 아닌가 싶어 아쉽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경제 측은 지침 제작에 기자들도 참여했고,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던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제도개선 TF에 기자협회 지회장과 노동조합 사무국장이 참여한 것은 물론, 이들이 함께 만든 지침을 발표하기에 앞서 편집국장 주재로 기자들과 두 차례 간담회를 열고 여기서 나온 의견을 일부 반영하는 등 공식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다는 설명이다.
원칙적으로 동의는 하지만, 괜한 불똥을 맞았다는 불편한 심경도 읽힌다. 한국경제 B 기자는 “이참에 시스템을 개선하는 차원이라고 본다”면서도 “잘못한 사람들이 따로 있는데 왜 문제없는 사람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지에 대한 분노감이 평기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직원들의 복지, 권익을 위한 게 노조인데, 이번 지침 제정에 노조도 하나의 역할을 맡게 된 와중 직원들의 반발이 나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서 전직 기자들의 선행매매 사건이 있었던 매일경제신문과 서울경제신문에서도 주식 투자 관련 지침을 준비하고 있다. 매일경제 편집국 관계자는 “이달 초 편집국장이 부장단에 강화된 윤리 개정안 초안을 공유했다”며 “선행매매 금지, 미공개 정보 활용 금지에 대해선 기자들에게 통보해 교육해 달라는 당부도 있었다”고 말했다.
높은 수준의 윤리 의식을 강조하는 규정을 현장의 기자들이 준수해야 하는 만큼, 당사자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과거 현직 기자들을 대상으로 언론윤리강령에 대한 인식 조사 연구를 진행했던 이영희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는 한국경제 해당 준칙에 대해 “구체적이고 강제성을 띤 조항을 둔 점은 실행 가능한 규범을 만들겠다는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당사자들이 모르는 사이에 규정이 만들어지면, 내용이 아무리 강해도 현장에서는 위기관리용이나 처벌규정으로만 받아들여져 내면화가 어렵고 반발을 키울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난 연구에서도 윤리 지침의 필요성과 구체성에 대해 기자들의 공감대는 크게 나타났지만, 강령의 존재와 그 내용을 일상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며 “실효성은 문구의 강도 자체보다 집행의 일관성과 점검 시스템, 지속적인 교육과 상담, 공정한 조사 절차가 갖춰져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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