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무기징역… "민주주의 근본적 훼손"

지귀연 재판부, 12·3 비상계엄 443일만에 1심 선고
'내란 중요임무' 김용현·노상원엔 각각 30년·18년
전직 대통령 내란 심판, 전두환·노태우 이어 세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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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9일 “범행을 직접 주도적으로 계획했고 많은 사람들을 관여시켰으며 비상계엄으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다. 사과의 뜻을 내비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별다른 사정없이 출석을 거부하기도 했다”며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9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 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뉴시스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뿐으로 앞서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 사형을 구형했다. 다만 재판부는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론 보이지 않는 점,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한 점, 또 현재 65세의 비교적 고령이란 이유를 들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죄가 성립한다며 각각 징역 30년, 18년, 12년을,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과 목현태 전 서울청 국회경비대장 역시 같은 죄가 인정된다며 징역 10년과 3년을 선고했다. 김용군 전 3군사령부 헌병대장과 윤승영 전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엔 무죄가 선고됐다.

국헌문란 목적·폭동 모두 인정… 수사·재판과정 절차적 적법성 문제 없어

이날 재판의 최대 쟁점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이번 비상계엄이 목적과 구체적 실행 양상에 있어 모두 내란 요건을 충족한다고 봤다. 내란죄를 규정한 형법 제87조는 대한민국 영토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처벌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재판부는 먼저 “군을 보내 국회를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국회가 사실상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가지고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국헌 문란 목적의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폭동 인정 여부와 관련해서도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된다”며 “폭동이란 최광의의 폭행이나 협박이다. 군이 무장을 해서 국회로 출동하는 자체, 헬기 등을 타거나 담을 넘어 국회로 진입하는 자체, 또 그 안에 있는 관리자 등과 몸싸움을 하는 자체 등 대부분의 행위가 모두 폭동으로 포섭이 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측이 문제 삼은 수사와 재판 과정의 절차적 적법성에 대해서도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그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어 이번 수사와 기소가 위법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수처가 내란죄에 관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라며 “공수처가 수집한 증거를 다 빼더라도 경찰, 검찰이 수집한 증거들, 그리고 이 법원이 증거로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들에 대해 유죄를 판단할 증거가 충분하다. 따라서 공수처의 수사권 유무와 관련된 기소의 적법성, 증거 관련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핵심은 군을 국회로 보낸 것 민주주의 핵심 가치 근본적 훼손"

재판부는 선고 과정에서 이 사건의 핵심이 “군을 국회로 보낸 것”에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우리 형법은 살인 등 어떤 결과를 낳아야 하는 것에 대해서만 높은 형을 규정하고 있는데 반해 내란죄는 특이하게도 어떠한 위험을 일으킨 행위 자체만으로도 높은 형을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그 자체로 위험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며, 피고인들의 내란 행위는 민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했다는 데서 비난의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군과 경찰의 활동으로 인해 중립성이 크게 훼손되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정치적 위상과 대외 신인도가 하락했으며,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는 정치적으로 양분돼 극한의 대립 상태를 겪고 있다”며 “수많은 군과 경찰 관계자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나. 순간적인 판단을 잘못했던 이유 때문에 이미 일부는 구속돼 있고, 그들의 가족은 고통 받고 있으며 무난하게 군 생활이나 경찰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다수의 공직자들이 모두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정은 우리 사회에 큰 아픔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1심 판결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443일 만에 나왔다. 앞서 내란 종사자로 지목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은 각각 징역 23년, 7년을 선고받았다. 윤 전 대통령은 1월16일 열린 체포방해 등 혐의 사건 1심에서 이미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한편 전직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은 것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날 선고는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진행됐는데, 이곳은 1996년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관련 내란 수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씨에게 사형이 선고된 곳이기도 하다. 전씨는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으나 1년여 만에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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