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잡으러 왔다"… 2030이 '술래잡기'와 '감튀'에 빠진 이유

MZ세대 유행, 기자들이 직접 참여해보니…
"소속감 있지만 책임 없는 '느슨한 관계'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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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을 휩쓴 두 가지 유행이 있다면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그리고 ‘경도 모임’이었을 것이다. 처음 만난 사람끼리 ‘경찰’과 ‘도둑’으로 팀을 나누어 술래잡기하는 데서 시작한 유행은 어느새 감자튀김을 산처럼 쌓아놓고 먹는 이른바 ‘감튀 모임’으로도 번졌다.

어렸을 적 즐기던 술래잡기 놀이가 다시금 유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처음 만난 사람끼리 왜 하필 햄버거도, 치킨도 아닌 ‘감자튀김’을 나눠 먹을까. 90년대생, 30대 초반 기자들이 그 이유를 찾아 직접 모임에 참석해 봤다.

정희윤 JTBC 기자가 '경도 모임'에 참석해 술래를 피해 숨어있다. /JTBC

정희윤 JTBC 기자는 ‘뭐가 그렇게 재밌을지’가 궁금했다. 요즘 20대들은 타인과 소통하는 것을 꺼릴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모임 게시글이 올라오자마자 몇 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얻는 이유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모르는 이들이 모여 어떤 표정으로 뛰어다니는지도 궁금했다.

어느 토요일 오후 3시, 정 기자는 약간 긴장한 채 경도 모임 현장을 찾았다. 처음 5분은 어색함의 연속이었다. 30대 초반인 자신이 가장 나이가 많은 것 같아 ‘내가 여기서 지금 뭐 하는 건가’ 싶은 민망함이 앞섰지만, 게임이 시작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술래를 피해 도망치기 시작한 지 5분도 안 되어 정 기자는 촬영 중이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뛰다 보니 어느새 옆에 숨은 처음 본 참가자와 작전 회의를 하고 있었다.

“(같이 도망을 다니던) 참가자분이 ‘우리가 벤치에 누워있으면 안 들키지 않겠냐’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평소 혼자라면 절대 해보지 않을 행동인데도 저는 벤치에, 그분은 길바닥 수풀 위에 냅다 누웠어요. 나란히 누워 하늘을 보고 있는데 정말 오랜만에 ‘아무 생각 없이 놀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재밌었습니다.”

‘감튀’ 산처럼 쌓아놓고 미식 토론… “흑백요리사 한 장면 같아”

장호림 채널A 기자는 경도 모임과 감자튀김 모임을 모두 체험했다. 금요일 저녁, 이미 해가 져서 어두컴컴한 시각에 시작된 경도 모임에는 퇴근하자마자 숨 가쁘게 달려온 30대 중반의 직장인도 있었다. 한 주 동안 업무에 시달리며 피곤했을 법한데도 뛰어놀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온 직장인들을 보며 장 기자는 내심 놀랐다.

10대 청소년부터 40대 장년층까지, 평소라면 접점이 전혀 없었을 이들이 ‘경찰’과 ‘도둑’이라는 이름 아래 한 팀이 되어 공원을 누볐다. 장 기자는 “10대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뛰어노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어렸을 적 놀이터를 뛰놀던 때의 동심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는 소회를 전했다.

장호림 채널A 기자(왼쪽)가 '경도 모임'에 참석해 도둑 역할의 참가자들을 뒤쫓고 있다. /채널A

한편 몸을 쓰며 ‘도파민’을 분출하는 경도 모임과 달리, 감튀 모임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사랑방에 가까웠다. 8명의 참가자가 20개가 넘는 감자튀김을 주문해 산처럼 쌓아놓고, 어느 브랜드의 감자튀김이 가장 맛있는지 최적의 소스 조합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토론했다. 장 기자는 이 모습이 마치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의 미식 평가 현장 같았다고 묘사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는 감튀 모임에서 요즘 세대가 트렌드를 소비하는 독특한 방식을 발견했다. 단순히 감자튀김을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만난 낯선 이들과 함께 ‘릴스(쇼트폼)’를 촬영하는 등 그 순간을 콘텐츠화하며 즐기는 모습이었다. 유 기자는 “감튀 모임도, 릴스 촬영도 ‘이런 걸 왜 하지’ 싶은 행동일 수 있음에도, 이들에게는 최신 트렌드를 직접 체험하고 공유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알고리즘이 채우지 못한 빈자리, 2030이 원하는 건 ‘사람의 온기’

기자들은 이러한 유행의 이유를 ‘그리움’에서 찾았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타인을 만나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개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고립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정희윤 기자는 “개인화된 사회에 살다 보니 어릴 적 놀이터에 나가서 모르는 사람들과 뛰어놀던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아련함이 이런 방식으로 표출된 것 같다. 이런 문화를 겪어보지 못했던 ‘어린 세대들도 이번 기회를 통해 (어울려 노는 것이) 이렇게 재밌는 거였구나’ 느낄 기회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서로 사랑과 온정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계속해서 유지가 되는 것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취재 중 1인 가구 참가자를 더러 만났다는 장호림 기자 역시 사람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이러한 모임이 인기를 끌었다고 분석했다. 장 기자는 “혼자 사는 분들이 다른 사람과 대화하고 싶어서 모임에 나왔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사람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짧고 강렬한 경험을 원하는 MZ세대의 특징이 섞여서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감튀 모임'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감자튀김을 쏟아둔 채 인증사진을 찍고 있다. /유지희 기자 제공

이러한 유행의 본질이 ‘관계의 피로도’와 ‘소속감’ 사이의 균형에 있다고 보기도 한다. 카카오톡에서 생일을 알려주고, 한번 선물을 주고받으면 ‘내게 선물을 준 친구’라는 알림이 오기도 하다보니 그 관계를 이어 나가야 할 것 같은 피로감이 남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생일 선물을 줬는데 자신은 돌려받지 못했다며 서운해하는 글이 넘쳐난다.

감튀모임이 유행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 있다고 유지희 기자는 판단했다. 감자튀김은 햄버거 세트보다 저렴한 사이드 메뉴라 경제적 부담이 적고, 더치페이로 간단히 정산할 수 있다. 정산이 이뤄지고 나면, 그 사람과 더이상 교류하지 않아도 괜찮다. 관계를 오래 이어가야 한다는 압박이 없다.


유 기자는 “감튀모임은 한 가지 주제로 만나 신나게 놀고 헤어지면 그만이다. 인간관계에 대한 피로감이 있지만 동시에 외로운 사람들이 다 함께 어울리며 관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도록 암묵적인 합의가 되어있다고 느꼈다”면서 “서로에게 부담과 책임을 전가하지 않으면서도 소속감을 느낄 수는 ‘느슨한 만남’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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