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6일부터 22일까지 17일간 이탈리아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열리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KBS·MBC·SBS 등 지상파에서 시청할 수 없게 됐다. 올림픽과 같은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를 지상파가 중계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JTBC는 지상파 3사와 중계권 재판매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7일 단독 중계를 발표했다. JTBC는 “국민적 관심 행사인 올림픽을 보다 많은 시청자가 즐길 수 있도록 여러 방송사와 재판매 협의를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JTBC 등을 소유한 중앙그룹은 2026~ 2032년 동·하계올림픽과 2025~2030년 월드컵 중계권을 갖고 있다. 중계권료는 대외비로 알려졌지만, 지상파 3사는 중앙그룹이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 구매에 각각 2억3000만달러(약 3100억원), 2억7000만달러(약 3700억원)를 지불한 것으로 추정한다. 중앙그룹은 지난해 4월부터 지상파 3사와 방송중계권 재판매 협상을 추진했고 양쪽은 협상 과정에서 가처분 신청과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등을 주고받으며 갈등했다.
지상파 3사는 중앙그룹의 올림픽·월드컵 공동 중계권 사업자 선정 두 차례 입찰에 모두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비공개로 진행한 3차 입찰 때 KBS와 MBC가 입찰참가의향서를 제출했지만 비밀유지확약서를 놓고 대립하다 협상이 깨졌다. 협상 결렬 원인은 가격 차이였다. 중앙그룹은 올림픽·월드컵 중계권을 패키지로 묶어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지상파 3사는 이를 수용하기 힘들다고 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올림픽·월드컵 KBS에 1000억 제안
지난해 12월 중앙그룹은 중계권 재판매 의사를 밝히며 지상파 3사를 개별 접촉했다. 중앙그룹 산하 기업인 피닉스스포츠인터내셔널(주)이 빠지고 JTBC가 협상 전면에 나왔다. 특히 2026~2032년 올림픽과 2025~2030년 월드컵 중계권을 패키지로 묶어 한꺼번에 판매하지 않고,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과 북중미월드컵 중계권 재판매만 타진했다.
JTBC는 2개 채널을 보유한 KBS에 중계권 재판매 금액으로 1000억원 이상, MBC에 600억원 이상을 처음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관계자는 “KBS는 지난해 1000억원 적자가 났다. 통상 올림픽 중계에 수십억, 월드컵은 3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JTBC가 요구한 금액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중계권료 부담을 나누기 위해 케이블채널도 좋으니 더 많은 언론사가 참여하면 좋겠다고 JTBC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SBS스포츠국 관계자는 “최근 2년간 광고매출이 500억씩 떨어져 나갔다. 감당할 수 있는 금액 안에서 협상이 가능한데 JTBC와 차이가 너무 컸다”고 했다.
중계권 재판매 협상에 진척이 없자 JTBC는 이달 초 지상파 3사에 협상 결렬을 통보했다. 그리고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뉴미디어 파트너인 네이버와 함께 중계한다고 밝혔다. JTBC 측은 “JTBC는 전체 가구의 96.8%에 해당하는 가시청 가구를 확보하고 있고, 접근성 높은 네이버와도 파트너를 맺은 만큼 올림픽 시청에 무리가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JTBC는 대신 대회 기간 중 경기 자료화면을 매일 4분 이상 분량으로 다른 방송사에 무상 제공할 예정이다.
◇6월 북중미월드컵 중계권 속셈 엇갈려
관건은 오는 6월 캐나다와 미국, 멕시코에서 열리는 북중미월드컵 중계권 재판매 협상이다. JTBC와 지상파가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으면 동계올림픽에 이어 월드컵도 지상파를 통해 시청할 수 없게 된다. 지상파는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지만 JTBC가 제시한 조건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지상파가 보편적 시청권 보장 등 공적 책임에 소홀했다는 비판은 북중미월드컵 중계권 협상의 약한 고리다. 지상파는 JTBC가 동계올림픽 단독 중계에 따른 금전적 손해를 떠넘기지 않을까 우려한다. MBC 정책협력국 관계자는 “JTBC 입장에선 동계올림픽 중계 적자를 메우려고 북중미월드컵 중계권 가격을 높게 부를 수밖에 없을텐데 그러면 지상파는 더 사기 어렵고 악순환”이라고 했다.
JTBC는 1월부터 본격적인 다자 협상 테이블을 열 계획이다. JTBC 형편도 녹록지 않다. 2023년 707억원, 2024년 386억원, 2025년(3분기 기준) 258억원 등 영업적자가 쌓이고 있는 상황에서 올림픽·월드컵 중계권료 재판매에 실패하면 경영적자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라고 해서 하락세에 접어든 방송 광고 시장을 떠받들 순 없다. 언론계 일각에서는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 확보에 기여하고 중계권 재판매 협상을 주도한 홍성완 JTBC 플러스 대표이사 및 중앙그룹 스포츠비즈니스 부회장이 JTBC 디스커버리 고문으로 물러난 것을 예의주시한다. JTBC가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협상 전략을 펼치지 않겠냐는 것이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는 “시장에서 가격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라 국가가 간섭하거나 행정적인 관여를 통해 결정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우리 방송시장 전체가 책임을 분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홍 교수는 “JTBC가 확보한 중계권을 공영방송을 포함한 지상파에 재판매하는 게 핵심인데, 지상파 3사를 스포츠 중계권 관련 담합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출구가 막혔다”며 “JTBC가 지상파 3사에 대한 공정위 신고를 취하하고 코리안풀을 통해 중계권 배분 협상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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