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조작정보 근절법 '성탄 전' 본회의 통과할까

'징벌손배' 망법 개정안 상임위 통과
국회 법사위·본회의 의결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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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온 정보통신망법(망법) 개정안, 소위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며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의결만을 남겨놓고 있다. 민주당은 ‘성탄 전 본회의 통과’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이 “‘온라인 입틀막’법”이라며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 토론)를 벼르고 있지만 수적 열세에 정부·여당의 입법 의지도 강해 막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과방위는 이날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연이어 열고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온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을 통과시켰다. /뉴시스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한 망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그대로 가결되면 ‘허위조작정보’의 정의와 규제·처벌 조항을 법에 명시한 최초의 입법 사례가 된다. 민주당으로선 2021년 언론중재법 개정으로 하려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4년 만에 망법 개정을 통해 실현하는 셈이다. 이번 입법 논의를 주도한 민주당 언론개혁특위 위원장이자 과방위원장인 최민희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가짜뉴스 퇴치법” 통과 소식을 전하며 “법 통과를 위해 애쓴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님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망법 개정안이 과방위를 통과하는 데는 조국혁신당의 역할이 컸다. 앞서 8일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캐스팅보트’로서 반대 의사를 표했던 이해민 혁신당 의원이 10일 다시 열린 소위에서 찬성표로 돌아선 까닭에 이날 오후 전체회의 상정·의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날 과방위를 통과한 위원회 대안에도 혁신당 등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언론사에 대한 입증책임 전환’과 ‘최초 발화자에게도 책임을 묻는 조항’이 삭제됐고, ‘타인을 해할 의도의 추정 조항’도 빠졌다. 또 공적인 관심사 등 공익에 관한 보도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 수 없도록 했다.


이밖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일단 망법에선 폐지됐고, 허위사실 명예훼손죄는 피해당사자 고소가 있어야 하는 친고죄로 전환됐다. 다만 정치인·대기업 등 권력자는 징벌적 손배를 청구할 수 없게 해달라는 언론계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대신 ‘전략적 봉쇄소송’을 막기 위한 특칙 조항이 일부 수정·보완됐다.


‘징벌 손배 권력자 제외’를 요구하며 공동 대응해 왔던 언론 현업단체들의 반응은 나뉘었다. 국회 앞에서 ‘108배’ 농성까지 했던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가운데, 한국기자협회만 유일하게 권력 감시 기능 위축 우려가 여전하다며 재검토를 요청하고 나섰다. 참여연대와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10개 언론·시민단체도 공동성명을 통해 “졸속 처리”란 점과 “언론에 대한 충분한 보호장치 없이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국가 중심의 규제와 강력한 처벌을 도입”한 문제를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특위 간사인 노종면 의원이 1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0일 과방위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KBS뉴스 유튜브

“분루를 삼키”며 수정한 개정안(위원회 대안)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민주당 언론개혁특위 간사인 노종면 의원은 휴일인 1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추가 설명에 나섰다. 그는 이날 “오해”라는 단어를 여러 번 언급했다.


노 의원은 원안(최민희 의원안)에 있었던 언론사 입증책임 전환과 악의 추정 요건이 빠진 것에 못내 아쉬움을 드러냈다. 오프라인상 최초 발화자에게 책임을 묻는 규정 또한 당 차원에서 “의욕적으로” 만들었는데 언론계 요구 때문에 뺐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 조항은 언론계만이 아니라 학계와 법조계에서도 대표적인 독소조항이자 법체계와 맞지 않다고 지적해 온 것이다. 악의 추정 요건의 일부는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법원이 고려할 기준에 반영됐다.


언론계 핵심 요구였던 ‘권력자 제외’ 조항은 결국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선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다만 노 의원은 권력의 ‘입틀막 봉쇄소송’ 가능성을 우려해 민주당 스스로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에 관한 특칙’을 만들었단 점을 강조해 왔다. 노 의원은 이날도 “‘일단 걸고 보자’며 소송을 걸었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고 했다. 중간판결 제도를 도입해 60일 이내에 전략적 봉쇄소송 여부에 대해 법원 판단을 구하고, 이에 따라 권력자(공인)의 징벌적 손배 청구가 각하된 경우 이를 ‘공표’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 피청구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토록 법원이 명령할 수 있게 한 조항을 두고 한 말이다. 그러나 노 의원도 이날 말했듯이 “공인들이 조심하겠다” 정도의 실익은 있을 수 있지만, 60일 이내에 각하와 배상 여부까지 판단해야 하는 법원이 부담을 느껴 “각하보단 본안 심리로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애초에 언론계에서도 이 특칙의 효용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과방위를 떠난 법안은 빠르면 이번 주 중 법사위를 거쳐 다음 주 초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기자협회는 11일 입장문에서 “국회가 남은 논의 과정에서 이번 개정안을 충분히 보완하고,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감시 기능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재검토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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