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취재는 CJ프레시웨이가 복지시설과 식자재 납품 계약을 맺으면서 “매출의 일부를 기부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어 왔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출발했습니다. 사회공헌처럼 포장된 이 구조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목적이 무엇인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수많은 자료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기부 시점과 계약 기간이 정확히 겹친다는 일정한 패턴이 드러났습니다. 우연으로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그 자체로 기부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기부로 지출한 금액을 CJ 측이 식자재 가격 인상으로 되돌려 받는 내부 시스템까지 확인했습니다. 기부금이 커질수록 회사의 이익률이 높아지는, 본래 취지와 정반대의 흐름이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식자재값 인상이 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어르신·어린이들에게 피해로 돌아간다는 것. 단가가 오르면 급식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 부담은 선택권이 없는 취약계층이 떠안게 됩니다. 이상한 기부는 CJ프레시웨이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다른 경쟁업체들도 하고 있는 관행이었습니다. 보도 이후 CJ프레시웨이를 포함한 다른 업체들도 해당 영업을 즉시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변화가 눈앞에서 시작되는 모습을 보며 감시 보도가 가지는 책임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기업의 사회공헌이나 ESG처럼 선의로 포장된 것들이 실제로 누구에게 이익을, 누구에게 부담을 남기는지 더 집요하게 추적하겠습니다. 이번 보도는 용기를 내준 제보자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믿고 목소리를 내 준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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