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일면식 없는 이들의 죽음을 기록하며 생긴 공허함은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때로는 그 현장을 직접 마주하기도 하지만, 뒤늦게 도착한 그곳에서 떠난 이들의 흔적을 찾아보기란 힘들었다. 슬픔이 가시기도 전 누군가는 그 잔해를 치우기 시작했다. 사라진 이들을 기리고자 다시 찾은 그곳에는 이름도,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빈자리는 항상 그렇게 채워졌다.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은 일제히 인공폭포 한가운데 있는 검은색 공허로 향했다. 수천 명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터는 동판 위에 정성스럽게 새겨진 이름과 추모객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쏟아지는 물줄기에도 절대 채워지지 않는 공간에서 이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빈자리 속 그 누군가를 떠올렸다. 추모비를 어루만지는 따스한 손길을 보자 허전했던 마음 한편이 잠시나마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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