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체포, 헌재선고 지연, 석방… 정치상황따라 구독·조회수 출렁

[데이터 저널리즘] 계엄·탄핵 기간, 유튜브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①정치·뉴스 채널별 구독자 증감 살펴보니

  • 페이스북
  • 트위치

◇지난 1년, 정치 불확실성 영향 극명했던 유튜브 흐름 


개별 채널의 순위나 성적을 넘어 전체 ‘뉴스/정치’ 유튜브 채널에서 탄핵기간 구독자가 폭증한 현상이 나타났다. 기자협회보가 탄핵기간 약 1년 전인 ‘2024년 5월6일~12일’부터 대통령 파면 이후인 ‘2025년 4월14일~20일’ 주간까지 총 50주 동안 1109개 채널의 구독자와 조회수 변화 추이를 수집해 중간에 폐쇄된 사례를 제외한 1064개의 채널을 분석한 결과 탄핵기간과 비탄핵기간의 주 단위 구독자 증가수는 최대 약 5배까지 차이가 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탄핵국면 이전인 ‘2024년 5월13일~19일’부터 ‘2024년 11월25일~12월1일’ 주간까지 1064개 채널 각각의 주 단위 구독자 증감분 합계는 최소값 약 76만명, 최대값 약 146만명 사이를 오갔다. 그런데 비상계엄 선포가 있었던 12월3일을 포함한 ‘2024년 12월2일~8일’ 주간 약 244만명의 구독자가 늘어난 것을 기점으로 폭증 사태가 이어졌다. ‘2024년 12월9일~15일’ 368만명 증가를 최대치로 이후 약 196만명부터 약 295만명까지 증가한 곡선이 ‘2025년 2월10일~16일’ 주간까지 9주간 이어졌다. 비탄핵기간과 비교해 약 2~5배의 구독자 증가가 있었던 셈이다. 비상계엄 선포 해제,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헌재의 선고 시기 연기, 이와 맞물린 정치권의 행보가 잇따르며 국민적 관심이 컸던 당시 정치 상황에서 유튜브 이용자들이 ‘구독’이란 행동으로 지지나 반대, 정보 불확실성 해소에 나선 결과로 보인다.

이는 비탄핵기간을 포함한 조사대상 채널 각각의 구독자수·조회수 총합 변화 추이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비탄핵기간과 탄핵기간을 아울러 1064개 채널 각각이 보유한 구독자 수를 주 단위로 합해본 결과 ‘2024년 5월6일~12일’ 주간 약 1억9880만명에서 ‘2025년 4월14일~20일’ 2억6680만명까지 약 7000만명이 늘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큰 틀에서 ‘탄핵’ 이슈와 상관없이 지난 1년 간 유튜브 채널들은 지속 성장해왔다. 적어도 ‘뉴스/정치’ 카테고리 부문의 채널들에겐 유튜브가 여전히 성장 중인 플랫폼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이를 조회수 변화와 함께 보면 외부 상황이 유튜브 이용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을 짐작할 수 있다. ‘2024년 11월25일~12월1일’ 주간 이전, 그러니까 비탄핵기간 이들 채널의 조회수 총합은 약 8억1240만부터 약 13억8740만 사이를 오갔다. 그런데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가 있었던 ‘2024년 12월2일~8일’ 약 19억3287만 조회수를 시작으로 ‘2024년 12월9일~15일’ 23억6750만까지 치솟았다. 1064개 채널 각각의 구독자 수 총합이 1년 간 완만한 상승세였다면 조회수 총합은 정치 국면에 따라 요동을 쳤다. 이는 외부 요인이 구독자들의 유튜브 콘텐츠 소비에 영향을 미쳤고, ‘비상계엄 선포’가 그 결정적인 계기였음을 보여준다.

◇유튜브 구독·취소 총합 4000여만 건, 대한민국 유권자 들썩? 


탄핵기간 ‘채널별 구독자 수 총합의 변화 추이’가 아니라 ‘채널별 구독자 수 증감량의 총합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요동의 정도는 더 극명히 드러난다. 특히 유튜브 이용자이면서 동시에 대한민국 국민인 이들의 행동 배경이 엿보인다. 비탄핵기간을 포함한 지난 1년 ‘뉴스/정치’ 카테고리 주 단위 채널별 구독자 수 증감량의 총합은 꾸준히 양의 값이었지만 비상계엄 선포부터 헌재의 대통령 파면 선고까지 탄핵기간 더 폭이 큰 양의 값을 보이며 ‘탄핵’ 이슈의 시작과 끝에 대한 국민 전반의 높은 관심도를 보여줬다. 탄핵기간(18주간) 중 전체 1064개 채널의 구독자 증감분은 늘어나고 줄어든 값을 계산했을 때 ‘+3769만명’에 달한다.


탄핵기간 초기 대규모 유튜브 구독 증가는 비상계엄 선포란 ‘초유의 사태’ 자체로 설명이 된다. 느닷없는 사건은 유튜브 이용자의 정치, 콘텐츠 대량 소비를 추동하는 원인이 됐고, 자신의 정치 성향, 알고리즘 추천에 따라 대규모 ‘구독’ 행동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초기 시점 다수 구독한 채널들이 이용자들에게 ‘정보’와 ‘의견’을 제공하는 필수재로서 대규모 ‘구독’ 러시의 배경이 됐다면, 이후 구독은 기존 채널의 보완재로 여겨지며 상대적으로 적은 구독자 수 증가폭을 보였을 공산이 크다.

실제 2024년 12월3일 직후 몇 주간 대규모 ‘구독’ 클릭이 이어진 후 헌재의 선고 시점, 이후까지 구독자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증가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모양새였다. 실제 약 294만명 구독자 증가를 기록한 ‘2025년 1월6일~12일’부터 약 119만명이 늘어난 ‘2025년 3월31일~4월6일’ 주간까지 증가분은 꾸준히 줄었다.



정치 상황에 따라 출렁거렸던 전체 채널별 조회수 총합의 변동 추이(주 단위)에선 당시 탄핵 이슈에 이용자들이 얼마나 민감한 게 반응했는지가 드러났다. 탄핵 국면 초기 급등한 조회수 총합은 최정점을 찍은 비상계엄 선포가 있었던 주간의 다음인 ‘2024년 12월9일~15일’ 주간(23억6570만 조회수)을 지나 사태가 장기화되며 완만한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특정 탄핵 관련 이벤트가 벌어질 때마다 변곡점을 만드는 급상승세를 보이며 조회수 총합이 반등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2024년 12월30일~2025년 1월5일’(약 20억2433만 조회수), ‘2025년 1월13일~19일’(약 19억5572만), ‘2025년 1월20일~26일’(약 19억9487만) 주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주간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한남동 관저에 대한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과 경호처의 대치’, ‘헌정 사상 최초로 구속된 대통령과 서울 서부지법 폭력사태’ 등이 있었다. ‘2025년 3월10일~16일’ 주간 전후에도 큰 폭의 변동(22억700만 조회수)이 있었는데 당시 법원의 석방 결정과 대검 수뇌부의 미항고로 윤 전 대통령이 풀려났고, 헌재의 선고 일정이 재차 연기되는 일이 벌어졌다. 특히 한 주 전인 ‘2025년 3월3일~9일’ 주간에 유튜브의 조회수 집계 카운트 오류로 전 세계 ‘뉴스/정치’ 채널 조회수가 앞뒤 주간과 비교해 급감하는 일이 생기며 기울기가 더 커진 측면이 있다.

◇‘구독취소’에서 엿보이는 ‘탄핵’ 이슈 스트레스

이 기간 유튜브 채널에선 ‘구독’과 더불어 ‘구독취소’도 활발히 벌어졌다. 앞서 언급한 ‘채널별 구독자 수 증감량의 총합’(3769만명)’은 개별 채널의 약 1년 간 주 단위 구독자 수 증가 또는 감소치를 모두 합산해 얻게 된 총 1064개 채널의 최종 결괏값으로서 성적이다. 이는 전체의 성장 또는 하락 여부, 정도를 알 수 있지만 큰 성장세를 보인 전체 흐름에서 ‘구독자 수 감소분’의 의미를 가리는 측면이 있다. 예컨대 200명이 구독했지만 100명이 취소해서 나온 성적과 100명이 구독했지만 0명이 취소해서 나온 최종 결과는 같지만 양상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전체에서 채널별로 구독자 감소가 있었던 주간의 음의 값을 절대값으로 바꿔 탄핵기간 주 단위 ‘구독취소’의 양을 계산해봤다.



그 결과 탄핵기간인 ‘2024년 12월2일~8일’부터 ‘2025년 3월31일~4월6일’까지 총 18주간 ‘구독’과 ‘구독취소’를 한 규모의 총합이 약 3889만이었다. 이 기간 대한민국 인구 자체나 유튜브 이용자가 크게 늘어난 게 아니라 이용자 1인의 구독, 취소 액션이 늘어난 것이란 판단이 합리적이지만 매우 거칠게 해석해보자면 이는 대한민국 21대 대통령 선거 거의 모든 유권자(약 4440만명)가 한 번씩 액션을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규모다.


특히 ‘구독취소’ 변동 추이에선 탄핵기간 이들 유권자의 고심과 스트레스가 묻어난다. ‘2024년 12월2일~8일’부터 헌재의 선고가 있기 직전인 ‘2025년 3월24일~30일’ 주간까지 ‘구독취소’ 규모는 주 단위로 1만6000여건에서 4만여건 사이를 오가며 움직였다. 그런데 대통령 파면 선고 주간인 ‘2025년 3월31일~4월6일’에 이르러 약 14만3000여건의 취소가 확인됐다. 이후 2주간 12만1000여건, 32만9000여건의 이탈이 있었다.



오랜 기간 지속된 ‘탄핵’ 이슈가 결론나면서 그동안 구독한 채널을 취소한 행보로 볼 수 있다. ‘탄핵반대’ 의사를 표해온 채널의 구독자 이탈이 더 많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단정은 어렵다. ‘탄핵찬성’ 지지층을 비롯해 정치 성향을 떠나 국민 전반에 이 기간이 큰 스트레스였다는 사실은 명백해서다. 헌재 파면 선고 다음 주간인 ‘2025년 4월7일~13일’, ‘2025년 4월14일~20일’ 주간 구독자 증감분은 각각 약 105만명, 47만명으로 비탄핵기간 수준 또는 그보다 못한 규모를 보였다. 이 주간 조회수는 각각 약 19억8297만, 17억81만으로 탄핵기간 수준의 수치와 유사했다. 이는 파면 선고 직후 정치 고관여층의 유튜브 콘텐츠 소비는 그대로이거나 늘었지만 일반 다수의 뉴스 소비나 ‘구독’ 같은 적극적인 소비 행태가 감소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상위 100개 채널 구독자 증감분이 이하 1000여개 채널보다 커... 데이터 수집과 분석 방법
1년 사이 사라진 채널을 제외한 1064개 대상 분석에선 ‘구독자 증감’이 최상위권 채널에 더 집중돼 나타났다는 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분석결과 채널별 탄핵기간 구독자 수 증감량 총합은 1위부터 100위까지 점유율이 전체에서 50.9%였다. 상위 100개 채널의 구독자 증감의 양이 나머지 1000여개 채널을 합친 수치보다 많았다는 의미다. 특히 데이터 수집을 진행한 채널들은 지난 1년 간 ‘뉴스/정치’ 유튜브 채널 중 유의미한 수치적 성과를 낸 적이 있는 곳이었는데도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카테고리를 벗어나 수집되지 않은 채널 중 의미있는 규모의 변화가 있었던 큰 곳이 다수 존재하는 게 아니라면 이번 조사에서 언급된 추세가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이번 분석을 위해 기자협회보는 권오성 기후솔루션미디어팀장과 협업을 진행했다. 과거 한겨레신문사에서 기자, 미디어전략팀장으로 일했고 현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박사 과정 중인 권 팀장은 데이터 저널리스트로서 데이터 수집과 더불어 분석방법, 시각화에 대한 제언을 했다. 데이터는 지난 4~5월 ‘플레이보드’ 사이트 ‘뉴스/정치’ 카테고리에서 ‘구독자’, ‘조회수’, ‘슈퍼챗’, ‘라이브’ 분야에서 지난 1년여 간 한 번이라도 200위내에 들었던 채널 1109개의 각각 세부 데이터를 주 단위로 수집해 분석했다. 전체 수집기간은 2024년 4월부터 2025년 5월까지 13개월 가량이지만 실제 분석엔 ‘2024년 5월6일~5월12일’부터 ‘2025년 4월12일~20일’까지 총 50주간이 활용됐다. 전체 데이터는 23만5000여건이다.


이번 조사는 탄핵기간 뉴스, 정치 관련 유튜브 채널의 여러 측면 변화를 수치로 확인하려 했다는 의미가 있다. 일부 문제적 채널을 대상으로 한 기사나 질적 연구는 존재하지만 탄핵기간 정치나 뉴스 관련 채널 전체를 대상으로 시도된 양적 분석 시도는 드물었다. 다만 유튜브 ‘뉴스/정치’ 카테고리에 한정해 단지 1년여 기간 데이터만을 수집했고, 특히 탄핵기간에 집중한 분석인 만큼 그 이외 영역 설명에 대해선 한계가 명확하다.


최승영, 강아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