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노사 '기본연봉 5% 인상, 통상임금 확대' 임단협

사측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 전향적 결단
'88년생' 인사팀장 등 협상 분위기부터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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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노사가 기본연봉 총액 5.0% 인상, 통상임금 범위 확대, 일·가정 양립 강화 등을 골자로 한 2025년 임금·단체협상에 합의했다. 지난해 대법원의 통상임금 기준 재정립 판례, 올해 육아지원 3법 개정을 적극 반영한, 최근 언론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협약 사례다. ‘경영 성과가 나면 보상이 있다’는 회사 기조, ‘30대 인사팀장’이 참여한 협상과정 등도 유념할 만하다.

5일자 동아일보 노보 1면에 담긴 노사 임단협 체결 조인식 사진.

동아일보 노사는 5월30일 올해 임금·단체협상 조인식을 진행하고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번 임금협상에 따라 기본연봉 총액을 전년보다 5.0% 인상하고, 별도로 기본연봉 총액의 0.5%를 우수 성과를 낸 임직원에게 성과연봉으로 지급하게 됐다. 특히 통상임금에 월상여금과 명절상여금을 포함하며 이를 기준으로 삼는 각종 수당이 인상됐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휴일근무수당이 기존 12만~21만원에서 19만~32만원으로 올랐다. 미사용 연차에 대해 ‘통상임금 1일치’에 ‘보상일수’ 만큼을 곱해 받는 연차보상수당도 늘게 됐다.

5일자 동아일보 노보 ‘동고동락’에 따르면 이 같은 변화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12월19일 통상임금의 구성 요건(정기·일률·고정)에서 고정성을 빼는 판례를 전원 일치로 선고한 것과 연관이 있다. 그간 고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았던 상여·수당 등을 추가할 법적 근거가 생기며 판결 직후부터 재계에선 우려가, 노동계에선 환영 의사가 나왔고, 노사 간 충돌이 진행 중인 사업장도 나오는 사안이다.

실제 동아일보의 이번 협상에서도 “가장 쟁점이 됐던 대목은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그에 따른 수당 인상액 조정 문제”였다. 동아일노 노조는 노보에서 “급여 중 어디까지 통상임금으로 인정할지”, 통상임금 확대 시 이를 기준으로 지급되는 휴일근무수당 등의 “인상 폭을 두고 노사가 치열한 협상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결국 노사 합의에 이르며 이번 협약은 노무 전반 인식이 결코 선진적이라 보긴 어려운 언론계에서 ‘대법원 통상임금 기준 변경’ 건과 관련해 상당히 선도적으로 관련 조치를 취한 사례로 남게 됐다.

이에 따라 일반적인 임금 관련 변동 외에 육아휴직급여 기준액이 오른 효과도 발생했다. 정부가 지급하는 육아휴직급여는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육아휴직 1~6개월까지 통상임금의 100%, 7개월 이후엔 80%를 지급하되 상황·월별로 상한선을 두고 있다. 다만 이번 협약에선 ‘고정시간외수당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과거 판결 등에 따라 연장야간근로에 대한 수당인 연야수당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못했다.

5일자 동아일보 노보에 포함된 임단협 주요내용.

동아일보 노조는 “연야수당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되기에, 통상임금이 확대된 만큼 연야수당도 재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라며 “연야수당 조정 이슈는 향후 해결과제로 남게 됐다”고 노보에 적었다.

단체협약에선 올해 2월 시행된 육아지원 3법(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 근로기준법)을 전면 반영해 일과 가정의 양립을 더 추구할 수 있도록 한 개정도 이뤄졌다. 우선 배우자 출산휴가가 10일에서 20일(근무일 기준)로 늘었다. 임신 초기 유산·사산 휴가가 5일에서 10일로 늘었고, 난임치료를 위한 휴가도 연 3일(1일 유급)에서 6일(2일 유급)로 두 배 증가시켰다. 미숙아 출산 시 출산전후휴가도 기존에서 10일이 늘어 100일이다.


단축근무를 할 수 있는 임신기와 육아기 기간도 범위가 넓어졌다. 임신기에는 기존 총 16주(12주 이내, 36주 이후) 동안 하루 2시간씩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었는데 이젠 20주(12주 이내, 32주 이후) 동안 단축근무를 할 수 있다. 육아기엔 최대 2년(1년+육아휴직 못 쓴 기간) 동안 주 2~25시간씩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었는데 최대 3년(1년+육아휴직 못 쓴 기간의 2배)까지 가능해졌다. 육아기간 근로시간 단축 대상이 되는 자녀 나이도 8세 이하에서 12세 이하로 확대됐다.

이와 관련해 이번 노사 협상 과정에선 육아휴직자의 업무를 분담하는 동료들에게 정부가 금전적 지원을 하는 ‘업무분담지원금’ 제도가 거론되기도 했다. 동아일보가 지원대상 기업이 아닌 이유 등으로 수용되진 않았지만 노조는 “올해에만 최소 10명의 기자가 육아휴직으로 자리를 비웠거나 비울 예정”이라며 “조합원이 마음 편히 법적 권리인 육아휴직을 쓰고 업무 분담자들이 기꺼이 역할을 나누어 맡는 조직문화가 단단해지려면 업무 분담자에게 ‘베네핏’을 부여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노보에서 제언했다.

그 외 변화로는 육아휴직자 사내대출 원금상환 유예(1년까지 이자만 낼 수 있도록), 병가 사용 조합원 휴식권 보장(병가사용 전 의무휴가 15일만 소진, 잔여휴가는 추후 사용), 결혼·자녀출산 축의금 인상(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장기근속사원 축하금 및 휴가보조비 인상(‘20만원+금배지’에서 10년 100만원, 20년 200만원, 30년 300만원, 40년 400만원), 임신 조합원에 대해 국가·회사의 복지혜택을 총정리한 가이드북 제작 등이 있었다.

동아미디어그룹 홈페이지.

내부에선 이번 협약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가 노사 양쪽에서 나오는 분위기다. 특히 이런 결과에 이른 근원으로 ‘파격 인사’가 꼽힌다. 올해 1월 인사에서 동아일보는 부장급 인사팀장을 경영지원국장으로 발령내고, 기존 인사팀장 자리엔 ‘88년생 과장’을 앉혔다. 동아미디어그룹에서 ‘20~30대 팀장’ 인사는 종종 있었지만 특히 인사팀장직은 파격이라 할만하다. 두 보직은 통상 노조 집행부의 카운터 파트가 되는데 양쪽의 평균 연령·연차 차이가 줄고 젊어진 상황에서 논의 전반의 분위기, 과정이 보통 해와 많이 달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이런 결과는 영업이익 141억원이란 지난해 동아일보의 경영 성과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성과가 나면 구성원과 보상을 나눈다’는 기조를 공언한 이후 지속 이행하려는 방향이 의미있다. 이날 조인식에서 동아일보 노조는 “지난해 전사 성과급을 지급한 데다 올해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 사업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데도 (중략) 회사가 조합원을 위해 전향적인 결단을 내렸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노보를 통해 밝혔다. 사측은 “회사는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을 지킬 것”이라며 “올해 더 잘해서 더 좋은 성과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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