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경 경기일보 기자는 3월 중순부터 경기도의원 156명의 공약을 추출하고 분석하는 데 전력했다. 정부 부처와 경기도, 31개 시·군 및 관련 기관에 일일이 확인해 1024개의 공약을 추려내서 이행 과정을 전수 조사했는데, 꼬박 40여일이 걸렸다.
이 기자는 문화체육부에서 문화를 담당한다. 그런 이 기자가 출입처와 무관한 경기도의원 156명의 공약을 파고든 이유는 무엇일까. 더구나 한 달 넘게 담당 업무에서 빠지고, 사무실로 출근도 하지 않고…. 이 기자의 취재 동선은 ‘경기알파(α)팀’에 합류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경기일보에는 기획취재팀 성격의 경기알파팀이 있는데 독특하다. 독자적인 별도 부서로 운영하지 않고, 전담 인력도 없다. 경제부장과 차장이 업무를 보면서 팀을 이끌고, 팀원들은 프로젝트마다 바뀐다. 경기알파팀에 참여하는 기자들(편집국 1명, 디지털미디어국 1명)은 한 달간 부서 업무에서 빠지고 기획취재를 전담한다.
이호준 경제부장은 “지역 언론사가 독자적인 별도 부서로 기획취재부를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기자들이 기획취재를 하고 싶어도 데일리 기사를 쓰면서 가욋일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온전히 기획취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 달의 시간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알파팀은 그동안 △고통의 굴레 희귀질환(2024년 7월) △막을 수 있는 아동학대(2024년 8월) △긴급점검 청소년 성인식(2024년 10월) △탈북여성 생존기(2024년 11월) △그림자 가장 가족돌봄 청소년(2025년 3월)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2025년 5월) 등 굵직한 기획 보도를 잇달아 내놨다.
참여하는 기자들만 바뀔 뿐 경기알파팀 프로젝트는 한 달에서 두 달 주기로 계속 이어진다. 6월에 나가는 기획 보도는 취재가 끝나 보도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고, 그다음 프로젝트를 위해 새로운 알파팀이 구성됐다.
이연우 차장은 “6월 한 달 취재해 7월에 나갈 보도를 준비하고 있다. 6월9일에 시작하는 팀원들과 최근 1차 아이템 회의를 했다”면서 “지금 있는 부서랑 무관하게 ‘이게 신문에 나가도 되나?’라는 아이템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기자들이 아이템을 찾는 과정이 재밌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기자들은 경기알파팀에서 한 달간 취재에 전념하며 탐사보도 경험을 축적하고 취재 과정에서 부대끼며 서로를 알아간다. 또 보도 이후 나타난 긍정적 변화와 독자들 반응을 접하며 지역 언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느낀다.
이나경 기자는 “경기알파팀의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보도 이후 경기도의회는 홈페이지를 개편해 경기도의원들의 공약을 세부 공개하고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은 당 차원의 공약 점검 및 공천에 이행률 반영 등 방안을 내놨다”며 “그런 변화를 보면서 ‘언론이 이런 역할을 하는 게 맞지’ ‘언론이 보도하니까 되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호준 부장은 “심층 보도를 한 달 동안 하기가 쉽지 않아 알파팀에 오는 기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면서 “부서랑 맞지 않아 못하거나 더 파고 들어가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 취재하지 못한 기자들의 갈증을 알파팀이 어느 정도 풀어주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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