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1일 오전 6시14~15분, 세 쌍둥이가 태어났다. 하헌형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배우자 이민용씨가 아빠, 엄마가 된 순간이다. 2019년 결혼해 시험관 시술을 통해 지난해 임신을 한 부부는 출산 예정일을 1월 말로 알고 있었다. 다만 아이들 생각(?)은 좀 달랐던 듯싶다. 예정된 날보다 한 달여 이른 새해 첫날 새벽, ‘삼둥이’ 남매는 갑자기 엄마아빠를 놀래 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각각 1984년, 1986년생인 부부는 1일 새벽 평소 진료를 받던 이대목동병원 응급실로 구급차를 타고 향했다. 오전 3시쯤 이씨가 심한 통증을 느꼈다. 출산이 임박했다곤 생각지 못했고, 다태아에 고위험군 산모라 의료진마저 산통인지 확신을 못했다. 초음파 검사결과 복강에서 피고임이 보여 소아과 의사, 주치의가 급히 응급 수술을 진행했다. 산모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고 대량 출혈이 발생하는 위급 상황을 거쳐 1.4~1.8kg 체중의 딸 둘, 아들 하나가 태어났다.
이른둥이인 아이들은 곧장 상계백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로 전원됐다. 통상 고위험산모는 NICU 병상이 남아 있는 병원으로 이송해 출산하는데 그걸 못 했을 정도로 응급 상황이었다. 아이들은 현재 태명으로 불린다. 부부에게 특별한 추억을 준 장소와 제품 이름인 하노이, 하와이, 하리보에서 따와 딸 둘은 ‘노이’와 ‘와이’, 아들은 ‘리보’다. 주수를 채우지 못하고 나온 아이들은 폐 기능 등이 완전해지도록 병원에서 관리를 받으며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하 기자는 4일 본보와 통화에서 출산 후 배우자에게 “너무 고생 많았고 (오랜 기간 잘 인내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예상보다 빨리 회복해 5일 퇴원했다. 그는 “축하를 많이 받았는데 아직 실감이 안 나고 걱정도 돼서 경황이 없다. 직접적으로 중환자실에서 빨리 (아이들이) 나올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는데 그래도 최대한 서포트를 하고, 집에 와 필요한 부분들에 준비를 잘 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하 기자는 그간 사회부, 증권부, 정치부, 건설부동산부를 거쳤고, 현재 유통산업부 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기자이면서 남편이고 새해엔 ‘아빠’가 된 그는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다태아 임신 부부가 전국에 70~80쌍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분들이 모인 카톡방을 와이프와 함께 보면서 급박한 일들이 자주 찾아오는 걸 봤다. 세쌍둥이 이상 가진 분들이 초기에 선택적 유산을 권고 받아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 사례가 힘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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