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협의체 참여해 방송4법 대안 마련해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한국기자협회 등 7개 언론현업단체가 28일 여야 정치권에 ‘방송4법 범국민협의체’ 참여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안한 범국민협의체에 참여해 연내 방송3법 개정안을 도출하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개편 방안을 마련하라는 요구다.


우 의장은 방송4법을 둘러싸고 여야 간 극단적 대치가 거듭되자 언론학자와 방송 현업 종사자,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범국민협의체 구성 방안을 제안했다. 여기서 2~3개월 동안 집중적인 논의와 토론, 국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여야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송4법 대안을 마련해 입법을 추진하자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7월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던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왔으나 9월26일 국회 재의결 정족수를 넘지 못해 최종 부결됐다. 방송4법은 KBS, MBC, EBS 등 공영방송 이사 수를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단체를 다양화하는 방송3법과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2명에서 4명으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언론계는 정치권이 공영방송을 쥐락펴락하는 구조를 끝내기 위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을 요구해왔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사장이 잘리고, 정권 입맛에 맞는 사장이 들어오면서 공영방송이 무너지는 모습이 무한 반복됐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 이어진 공영방송의 독립성 확보 방안은 입법 단계에서 번번이 무산됐다. 역대 정권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을 약속했지만, 정권만 잡으면 헌신짝처럼 내버렸다. 박근혜 정부라고, 문재인 정부라고 다르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야당 주도로 관련 법안이 발의돼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대통령 거부권 행사, 법안 폐기라는 쳇바퀴만 돌고 있다.


방통위는 어떤가. 합의제 행정기구라는 입법 목적을 무시하며 대통령이 지명한 ‘2인 체제’로 1년 넘게 파행 운영되다가 이진숙 위원장 탄핵으로 ‘1인 방통위’로 전락했다. 이 위원장은 김태규 상임위원과 단둘이 취임 첫날 방문진 이사진 선임 및 KBS 이사 추천 의결을 강행했다. 그렇게 임명된 KBS 이사회는 여권 성향 이사들 단독으로 23일 박장범 뉴스9 앵커를 KBS 신임 사장 최종 후보로 선임했다. 연임이 유력시되던 ‘대통령 술친구’ 박민 사장은 탈락했다.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의 해괴한 얘기에 빗대 ‘앉은뱅이 주술사’가 관여했다는 얘기도 돈다.


내로라하는 경력을 자랑하는 KBS 여권 이사들이 용산 모처의 명령에 따랐다는 의혹은 지금의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뜯어고쳐야 하는 걸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우 의장이 방송4법 범국민협의체를 제안하고, 언론현업단체가 여야에 협의체 구성에 동참을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범국민협의체는 꽉 막힌 방송4법 논의를 재개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여야는 위원 추천 제안에 응답하지 않는 등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 의장은 정치권 참여가 불발되더라도 31일 범국민협의체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정치권이 참여하지 않으면 범국민협의체가 가동한다고 해도 빈손으로 끝날 우려가 있다. 우 의장은 방송4법 논의에 돌파구가 열릴 수 있도록 여야를 다시 설득하고, 여야는 이에 적극 화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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