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에서 활동하는 기자도 아니면서 울진 맛집을 소개한 데 대해 먼저 지역 언론인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맛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메뉴는 갈비탕이다. 단순하면서도 쉽지 않은 음식이다. 고기의 육향이나 식감, 육수의 풍미, 고명 중 어느 하나라도 어긋나면 맛있다는 말이 흔쾌히 나오질 않는다. 배불리 잘 먹었다는 표현 정도가 최선의 칭찬이다. 국민들에게 오랜 기간 사랑받은 음식인지라 어지간해선 그 보편적인 입맛을 충족하기가 어렵다.
지난 9월 울진여행 때 ‘성원갈비탕’을 만났다. 현지인들만 갈 법한 맛집을 검색하다가 읍소재지에서 약간 떨어진 대로변 식당에 무작정 찾아갔다. 갈비탕을 주문해 서너 숟가락 떠먹고는 일행에게 “어릴 적 예식장에서 먹었던 맛”이라고 바로 얘기했다. 세월에 흔들리지 않은 정통 갈비탕이었다.
요즘 대부분 갈비탕은 뚝배기에 솟아오른 거대한 갈빗대를 일부러 식혀가며 집게와 가위로 발라내야 했다. 넓적한 당면은 국물에 말은 밥과 섞이지 못했다. 육수의 감칠맛은 과하고, 팽이버섯과 대추 등 구색만 갖춘 듯한 고명은 손이 가질 않았다.
성원갈비탕은 얇게 저민 고기와 먹기 좋은 크기의 갈빗대가 균형감 있게 놋그릇에 놓인다. 그 위에 고소한 달걀 지단이 풍성하게 쌓이고, 입맛 돋우는 얇은 당면이 조화를 이룬다. 국물은 적당한 감칠맛과 깔끔한 향으로 단숨에 들이켜게 한다. 맵고 달고 시고 짠 외식음식 홍수 속에, 먹을수록 뒷맛이 살아나는 담백한 한 그릇이다. 안주인이 직접 담근 감주(식혜)도 일품이었다.
벅찬 마음으로 계산하며 안주인에게 ‘예식장에서 먹던 맛’ 얘길 꺼냈더니 깜짝 놀란다. 울진농협 건물에서 예식이 열리던 35년 전부터 하객용 갈비탕을 만들기 시작했다면서 알아봐 줘 고맙다고 연신 인사한다. 주방에서 조리하다 나온 남편 사장은 “간장으로만 육수 내는 식당은 이제 저희 밖에 없을 겁니다”라며 선량한 미소를 짓는다. ‘이런 집은 오래가야 할 텐데’라는 걱정과 함께 가게를 나섰다.
※‘기슐랭 가이드’ 참여하기
▲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내용: 본인이 추천하는 맛집에 대한 내용을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으로 기술.
▲접수: 이메일 taste@journalist.or.kr(기자 본인 소속·연락처, 소개할 음식 사진 1장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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