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넷이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MTN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5민사부(재판장 윤찬영)는 최근 오픈넷과 오픈넷 이사가 MTN과 MTN 기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보도가 허위사실을 적시해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설령 기사에 적시된 사실 중 일부가 진실이 아니더라도 피고들에겐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서 피고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은 오픈넷이 항소를 포기하며 그대로 확정됐다.
앞서 MTN은 지난해 3월17일 ‘빅테크 후원받아 꿀꺽하고 빼먹고...오픈넷 왜 이러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오픈넷이 공익소송으로 한 법무법인에 기부금을 지출했는데 오픈넷 이사 가운데 한 명이 이 법무법인의 고문으로 일한 점, 오픈넷이 ‘랭킹 디지털 라이트(RDR)’가 발행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 조사보고서에 참여하고 있는데 평가 대상인 카카오가 오픈넷 후원사라 RDR 원칙을 위반함 점, 결산서류 공시 중 일부가 누락된 점을 지적하는 기사였다. MTN은 “오픈넷이 불투명한 회계처리와 부적절한 운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며 “투명한 운영이 생명인 공익법인이 석연치 않은 행보를 계속하면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오픈넷은 이 보도가 허위사실이라며 지난해 9월1일 남부지법에 총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오픈넷은 “MTN이 문제 삼은 법무법인엔 소송 1건을 최저 수준의 비용으로 위임하면서 550만원 정도만 지급했을 뿐”이라며 “RDR엔 오픈넷 직원들이 카카오, 네이버, 구글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는 취지로 ‘이해상충 신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후원 금지 원칙은 RDR을 직접 수행하는 주체인 ‘뉴 아메리카 재단’에 적용되는 원칙일 뿐, 만약 이 원칙이 오픈넷에도 적용되는 것이라면 애당초 RDR에 참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 결산서류 공시 누락과 관련해선 “단순한 업무상 착오·과실에 기반한 것이었을 뿐 고의적으로 의무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며 특히 “‘2018년 기부금 지출 명세서’ 누락은 제대로 공시·신고했으나 홈택스 홈페이지 시스템의 오류 발생으로 인해 잠시 열람되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오픈넷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보도가 허위라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며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사에 오픈넷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할만한 사실이 적시돼 있는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오히려 기사가 적시한 사실은 대체로 진실인 것으로 보이는 점, 또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으로 보도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MTN이 객관적인 자료들을 수집했고 이사장과 통화하면서 주요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도 한 점에 비추어 기사에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도 있었다. 따라서 손해배상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MTN 관계자는 “당시 망 사용료 부과 문제를 두고 통신사와 구글 간 대립이 화두였고, 글로벌 빅테크를 대변하는 오픈넷을 두고 여러 의혹들이 제기된 상황이었다”며 “오픈넷의 불투명한 운영을 기사로 지적했는데 언론중재위원회에서 결렬이 되어 결국 소송을 하게 됐다. 패소를 하게 되면 돈도 돈이지만 곤란한 상황에 처하니 사실 1년간 굉장히 전전긍긍한 상황이었는데, 변호사도 놀랄 정도로 법원이 우리가 요구한 것보다 더 손을 많이 들어줘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오픈넷은 22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패소 판결은 MTN의 기사 내용이 진실로 인정되어서가 아니라, 재판부가 오픈넷에 기사의 ‘허위성’에 대한 과도한 입증책임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픈넷은 “본 판결을 부당하다고 생각함에도 항소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소극명제를 입증하기 위해 엄청난 자료를 제공해야 하는 소모적인 상황을 피하는 것이 단체와 구성원들에게 더 이롭다는 판단에서”라며 “지난해 국세청 조사 및 외부회계감사 실시 결과 법인의 회계운영은 문제가 없음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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