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가 두 달째 직원들 월급도 주지 못하는, 당장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에 몰렸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책임 문제를 두고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240여명 직원과 그의 가족들이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는 이들조차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은 상황이다.
15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선 TBS 사태와 관련해 누구의 책임이 더 큰지를 두고 공방이 이어졌다. 야당이 지목한 건 오세훈 서울시장이었다. 오세훈 시장은 앞서 여러 차례 “TBS 지원 폐지나 폐국을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 시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2021년 2월 신동아 인터뷰에서 “시장이 되면 바로잡을 건 잡아야 한다”며 “TBS에 예산 지원을 안 하는 형태”를 언급했던 사실이 뒤늦게 논란이 됐다. TBS 출연금 삭감을 먼저 주도한 것도 오 시장의 서울시였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를 근거로 “모든 것은 오세훈 시장 입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이 발끈했다. 이효원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대변인은 17일 논평에서 TBS 지원 조례 폐지는 “서울시민의 민의를 대표하는 의회에서 민주적 절차와 형식을 거쳐” 이뤄진 것이며, “오히려 TBS의 폐국은 시민의 세금에 의존하면서도 편파방송을 주도한 박원순 전 시장 및 김어준의 공동 주연과 조연인 TBS 노조의 열연 덕분에 도출된 결론”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방송통신위원회 승인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TBS의 출연기관 해제를 서두른 건 무책임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9월11일 서울시 출연기관 지정이 해제된 TBS는 방통위에 신청한 정관변경이 반려되면서 출연·기부 등을 받을 수 있는 민간 재단으로의 전환이 어려워졌다. 김성회 민주당 의원은 행안위 국감에서 “방통위 승인을 받아야 정관 개정의 효력이 발생하는데 그냥 (이사회에서) 정관 개정만 해놓고 (방통위에) 요청했다는 것”이라며 “시장이 모르고 했으면 무능하고, 알고 했으면 사악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그때까지는 방통위에서 그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방통위가 정관변경 승인을 반려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이와 관련 같은 날 과방위 국감에서 나온 얘기를 종합하면 TBS는 방통위에 구두 문의로 정관변경은 과장 전결 사항이란 회신을 받고 빠르게 처리될 거란 믿음에 8월27일 이사회에서 정관을 개정한 다음 날 방통위에 정관변경을 신청했다. 그러나 한 달 뒤 돌아온 답변은 “위원회 심의·의결사항”이란 설명과 반려 결정이었다. 김현 민주당 의원은 “방통위 과장 전결 사항이라 200억원 투자를 받을 수 있다고 희망고문을 당한 게 석 달 동안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TBS엔 정관변경만 되면 민간 출연(기부)이 가능해지고, 부영그룹 등 당시 거론되던 기업이나 기관으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를 승인하지 않았고, TBS는 8일 공익법인 지정을 위한 정관변경을 다시 신청했다.
그러나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매체가 없어지는 건 원치 않는다”면서도 TBS 재원 확충 등을 논의하기 위해선 “위원회 정상화”가 먼저라며 사실상 야당에 거듭 책임을 물었다. 민주당 또한 TBS가 공익법인에 지정되고 특정 기업이 기부의 형식으로 사실상 대주주가 되는 것을 “꼼수 민영화”라며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TBS로선 살길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TBS 안팎에선 조만간 법인 청산 절차를 밟게 될 거란 전망이 나오며 구성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TBS 직원들은 “과연 240명의 직원이 남아 있는 서울시 공영방송 TBS가 문을 닫는 것이 정말 최선의 대안인지 한 번만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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