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일 사장 취임 일성 "연합뉴스판 징비록 작성할 것"

"적폐청산 독배 돼 국민 외면받고 재정적자…
일치단결로 르네상스 달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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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취임한 황대일 연합뉴스 사장이 “연합뉴스 르네상스”를 약속하며 3년 임기를 시작했다. 황 사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역대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회사를 되살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온몸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면서도 “삼각파도의 순간을 넘기면 찬란한 노을 아래 윤슬이 일렁이는 드넓은 바다로 항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을 담아 말했다. 다만 그 길로 가는 데 “노조 일각”으로 지칭한 “기득권”의 위협에 맞서 “연합뉴스판 징비록” 작성 등이 필요하다고 밝혀 향후 노사 관계와 인사 등에서 적지 않은 파열음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탈선·위선의 흑역사 국민 앞에 고백”

황 사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탈선과 위선으로 점철된 최근 흑역사를 국민에게 솔직하게 고백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면 연합뉴스의 존재를 가린 짙은 안개와 어둠은 순식간에 걷힐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임명된 KBS 사장과 YTN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전 정권에서의 ‘불공정’ 보도를 ‘대국민 사과’한 것과 같은 결로 해석되는 말이다.

황대일 연합뉴스 사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빌딩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 사장은 “연합뉴스가 날개 없는 추락을 시작한 것은 2018년”이라고 했다. 그는 “KBS·MBC·연합뉴스·YTN 등 공영언론사에서 정의의 이름으로 펼쳐진 적폐청산이 독배가 되고 말았다”면서 “1평 남짓한 밀폐 공간에 편집국 핵심 간부들을 가둬놓고 장시간 취조한 끝에 펜대를 꺾어버리는 희생제를 치렀는데도 파고가 낮아지기는커녕 되레 해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황 사장은 박근혜 정권 시기 박노황 전임 사장 체제에서 전국·사회에디터, 콘텐츠총괄본부장 등을 지내며 공정보도를 훼손한 책임 등이 제기돼 2018년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으나,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 잇따라 승소한 뒤 2021년 징계 자체가 취소됐다.

황 사장은 “그때부터 정권 홍보 기사가 쏟아졌고 잇따른 권력형 부패와 범죄에는 오랜 침묵이 이어졌다”면서 “그 결과 한없이 성장할 것 같던 초우량 기업은 국민의 외면을 받아 맥없이 쪼그라들어 대규모 재정 적자에 허덕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노조 일각에서는 마치 신성 권력이라도 가진 듯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은 채 외부 세력과 결탁해 허위 사실을 앞세워 새 사장을 겁박하고 있다”며 “이러한 위협에 당당하게 맞서 대한민국 언론계 중추인 연합뉴스의 마비 현상이 재현되는 것을 반드시 막아 내겠다”고 밝혔다.

황 사장은 “정치권 뒷배 등에 힘입어 인사 특혜를 누리는 부조리 관행을 혁파하고 감사 인력을 늘려 또 다른 참사를 예방하기 위한 연합뉴스판 징비록을 작성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날조·왜곡·편파 기사가 폭주하고 근무 기강이 무너진 원인 등을 세밀하게 점검해 재발을 막기 위한 방책”이라고 부연했다. 2018년 당시 이전 정권에서의 불공정 보도와 부당 인사 논란을 살펴보고 재발 방지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혁신위원회를 연상케 한다.

“정부와 자본에서 ‘디지털 조폭’으로 감시 대상 확대”

또한 “정부와 거대 자본 등에 한정되다시피한 견제와 감시 대상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황 사장은 밝혔다. 그는 “포털이나 SNS 등에서 떼 지어 다니며 언론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디지털 조폭이 최우선 감시 대상”이라며 “언론계 최초로 출범할 팩트체크 전담 부서는 국민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는 허위정보를 걸러내고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가짜뉴스 확산 방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세상에서 횡행하는 극단 세력과 신종 폭력에 맞서 공동체 연대의식을 강화한다면 국민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 /김고은 기자

황 사장은 “숱한 난관이 예상되지만, 여러 전투에서 승전고를 울린 우리가 일치단결한다면 연합뉴스 르네상스는 쉽게 달성될 것”이라며 “1950년 12월 중공군의 파죽지세에 눌려 미국이 한반도를 포기하려던 순간 미8군의 지휘권을 넘겨받아 경기도 지평리에서 공세로 전환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매슈 리지웨이 사령관의 대반격을 벤치마킹하자”고 말했다.

한편, 황대일 사장이 최종 후보자로 선임되기 전 ‘공정 보도 파괴와 노사 파탄’을 우려했던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는 그의 취임을 앞두고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핵심 가치인 공정보도의 원칙을 수호하고 조합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조합은 협력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지부가 8일 낸 성명에 따르면 황 사장은 ‘정당한 노조 활동을 보장하고, 과거사에 대한 보복은 않겠다고 약속’했으며, “백미러에 집착하지 말고 일심동체가 돼 전방만 주시해야 한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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