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됨에 따라 직무가 정지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7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통위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직무 정지를 사유로 오전 국감에 불출석한 이진숙 위원장은 야당에서 동행명령장 발부를 추진하자 오후 3시쯤 출석했다. 이 위원장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8월14일 과방위 ‘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 이후 두 달 만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국감장에서 “자발적으로 뛰쳐나온 사람이 아니다. 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7월31일 취임식을 치른 뒤 6시간 만에 김태규 상임위원과 둘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이사 선임안을 의결하고 다음날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에 최철호 전 공정언론국민연대 공동대표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에 보수 유튜버 출신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을 임명했다.
취임 이틀 만에 탄핵안이 처리되면서 일하지 못한 아쉬움 때문일까. “일하고 싶다”는 절실함이 뭔지를 보여주듯 이 위원장은 보수성향의 유튜브 등에 나가 ‘열일’했다. 9월 들어 세 차례나 유튜브에 출연한 그는 탄핵소추 등으로 심신이 지칠 법도 했는데 활기찬 모습이었다. 9월10일 유튜브 ‘펜앤드마이크’에 출연해 진행자가 ‘보수의 여전사’라고 치켜세우자 “참 감사한 말씀이다. 가짜 좌파들하고 싸우는 전사들이 필요하다”고 추임새를 넣었다.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임명에 제동을 건 판사에 대해 “이분이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이다. 여러 가지 말하자면 좌편향적인 의견을 많이 밝혀온 분이다. 이렇게 얘기를 많이 듣기도 했다”라며 색깔론을 폈다. 9월24일 ‘따따부따 배승희 라이브’에선 “민주당이나 좌파 집단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이라고도 했다.
유튜브에 나가 적대와 혐오 발언을 쏟아낸 이 위원장은 직무 정지 상태에서 최근까지 두 달간 급여 2712만원을 받았다. 국감 내내 자신의 지위를 “직무 정지 중인 방통위원장”이라고 강조한 그는 유튜브에 나가 편향적인 정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산했다. ‘특정 정당 또는 정치단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국가공무원법 65조에 명시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 넘은 행보가 우려됐던지 여당 의원도 쓴소리했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탄핵 중인데 유튜브 출연 등 통해서 논쟁이 될만한 얘기는 좀 삼가는 게 맞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자 그는 “말씀 새겨듣겠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각하 또는 기각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탄핵안이 발의되자 사퇴한 전임자(이동관·김홍일·이상인)와 달리 이 위원장은 사직서를 내지 않고 직무정지 상태에서 유튜브를 순례하고 있다.
이 위원장의 파면 여부를 가를 탄핵심판 절차는 시작됐다. 헌재는 8일 2차 변론준비기일을 열어 증거서류 등을 검토한 뒤 11월12일을 변론기일로 지정했다.
변수는 17일 임기가 만료되는 국회 몫 재판관 3인의 후임이다. 추천 방식을 두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출석해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는데, 후임 재판관이 선출되지 않으면 심리가 불가능하다. “헌법재판소가 탄핵과 관련해 가든 부든 한시바삐 결정을 내려주길 강력히 희망한다”는 이 위원장의 바람과 달리 현재로선 탄핵심판 심리가 제대로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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